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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9 신용위기와 주식시장 (3)
  2. 2008/10/28 신용의 위기 (3)
CDS와 주식시장

지난번에 CDS가 뭔지, CDS가 은행들을 어떻게 줄줄이 엮었는지 그리고, 이게 금융계 전체의 신용에 찬물을 끼얹었는지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CDS가 어떻게 주식 시장을 엿먹이는지, 또 전체적인 신용위기가 주식시장의 몰락에 기여하는지 이야기해보자.

주식회사가 남의 돈을 끌어 쓰는 형태라는 점에서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채권과 주식은 엄밀히 말하면 그 성질이 다르다. 채권은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거고, 주식은 회사의 주인으로써 사업자금을 제공하는 거다. CDS는 채권 시장에 내재돼 있는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작품으로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만 세상이 또 어디 그런가?

앞서 말했듯 CDS라는 건 한 회사가 도산할 경우에 채권의 소유주들을 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상품으로, CDS의 가격은 한 회사의 부도의 위험--보다 정확히는 부도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과 직결돼 있다. 회사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면 CDS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따라서 CDS의 가격은 오른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어떤 회사에 대한 CDS의 수요가 높아진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이 그 회사가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명제의 역명제는 항상 참이 아니지만 이 경우엔 참이다.) 사람들이 어떤 회사의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라고 판단한다면 그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팔긴 팔되 짧게 팔자

자, 그런데 주가가 떨어져서 좋을 게 있나? 주식이든 뭐든 원래 쌀 때 샀다가 비쌀 때 팔아서 (buy low, sell high) 돈 버는 거 아녔어?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비쌀 때 팔았다가, 쌀 때 파는 앞뒤가 뒤바뀐 세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이렇다. A라는 회사의 주식은 한톨도 안 갖고 있는 갑이 인물이 A라는 회사의 재무상태를 유심히 관찰해보니 요새 상태가 별로 안 좋다. 곧 주가가 떨어질 거라고 판단한 갑이, A사의 주식을 한무더기 소유하고 있는 을에게 가서 그 주식들을 전부 그냥 쥐고만 있을 거면 주당 10만원짜리 주식을 100주만 빌려달라고 한다. 이렇게 빌려온 남의 주식을 갑은 겁도 없이 내다 팔아서 일단 주머니에 1억원을 챙겨 넣는다. 그러고는 기다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에 A사의 주가가 10% 하락하네.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갑은 A사의 주식 100주를 9천만원에 사들이고 을에게 돌려준다. 을에게 주식을 빌려준 데에 대한 수수료를 조금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거의 천만원에 달하는 차액을 먹는 거다. 이게 short selling(우리말로는 공매도)이라는 기술(?)이다.

여기에서 한달 더 나아가면 naked short selling이란 게 있다. 아주 쉽게 말하면 주식을 빌리지 않고,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주식은 며칠 후에 줄 테니 돈을 댕겨 달라'고 하는 거다. 그러고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 주식을 사들여서 자기가 주식을 판 사람에게 갖다주는 것이 바로 naked short selling. 결국 대금결제일과 납품일 사이의 시차를 이용해 돈을 버는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돈을 버는 것은, 어떤 회사의 주가가 떨어질 거라는 기대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를 아는 방법은? 빙고! CDS 시장의 가격이 오르는지 보는 거다.


CDS로 주가를 조절한다?

그런데 어떤 회사가 위험한지 관찰을 통해서 기다리기보다, 회사의 도산 위험과 관계없이 인위적으로 CDS의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면? 있다면 이용하면 된다, 물론 이는 주가조작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지만, 이 바닥이 원래 좀 구리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하긴 하다. 자, 그러면 어떻게 CDS의 가격을 올릴 수 있을까?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오른다"는 간단한 수요공급의 원리를 이용하는 거지, 뭐. A라는 회사의 CDS를 다량으로 사들인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이 수요에 반응해서 CDS의 가격이 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문제가 하나 있다. 망할 것 같지 않은 회사가 망할 것 같다고 냅다 배팅을 해버린 건데, CDS는 공짜가 아니다. 게다가 목적이 CDS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거였기 때문에, 다량의 CDS를 사들인 상황에서 그 회사가 도산하지 않는다면 이 비용이 만만찮다.

그러나! 시장은 때론 (혹은 자주) 매우 멍청하고, 때론 내편일 때도 있다. 내가 성공적인 투기꾼이라면 더더욱. 내가 엄청난 양의 CDS를 사들였기 때문에 CDS의 가격은 올랐고, 이 오른 CDS의 가격을 본 시장 내의 참여자들은 움찔한다. '어라? A사 건실한줄 알았는데 망할지 모르는 거였어?' 정보의 불균형이 심한 시장은 이런 조작에 속수무책인 거다. 갑자기 CDS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러면 이 사람들에게 내가 사들였던 CDS를 팔아치우는 거다. 시장 조작의 혐의를 벗기 위해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면, 동업자를 이용해서 내가 사들인만큼의 CDS를 같은 가격에 팔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CDS를 사느라 발생한 손실을 동업자가 CDS를 팔아서 번 이익으로 메우는 거다. 시장이 조금만 심하게 패닉할 경우, 사실 주식을 short selling할 필요도 없이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한 방식대로, CDS를 산 값보다 비싸게 팔아치움으로써 돈을 버는 방법도 있다.


주가의 몰락은 왜 찾아 오나

이렇게 버나 저렇게 버나 돈은 돈이다. 어찌됐든 이것은 CDS의 악용 사례. 그렇지만 작금과 같은 주식시장의 전방위 몰락은 이렇게 CDS를 이용한 개별 공격을 통해 생겨났다고 보긴 어렵다. 근본적인 문제는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용이 증발해버리자 그 누구도 그 누구로부터도 돈을 빌릴 수 없다는 거다. 이미 빌린 돈은 있는데, 만기일을 잘도 연장해주던 은행들이 이젠 돈 갚으라고 난리다. 대형 투자자, 개미 투자자, 기업, 은행 가릴 것 없이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게 된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돈이 될만한 건 다 팔아치우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내 돈이 없으면 남의 돈으로"가 모토였던 레버리지의 시대에는 돈 없어도 빌려와서 투자를 했기에, 주식이 시장에 풀려도 살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불신의 시대에는 이게 안 되니 결국, 파는 사람은 많고, 살 사람은 없고, 주가가 곤두박질 칠 수밖에...

그런데 신용경색이 주가의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가 한가지 더 있다. 자, 갑이라는 큰손 투자자가 있는데, 펀드 매니저를 찾아가서 A사의 주식은 다 처분해달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펀드 매니저는 이런 요구가 들어올 경우 실제로 이 주식을 다 팔아버리진 않는다. 특히 그 양이 많다면 더더욱. 펀드 매니저에게는 갑의 요구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지만, 동시에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 상품을 보호해야할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주식을 앉은 자리에서 왕창 팔아서 주가 하락이 일어날 경우 좋을 게 없다. 그런 상황에서 펀드 매니저는 주식을 팔아서 갑에게 돈을 갖다주는 대신 그 돈은 빌려서 갖다주고, 주식은 당분간 끌어안고 있으면서 천천히 팔거나, 다른 사겠다는 투자자에게 넘긴다. 그런데 여기서 키워드 '빌려서'에 문제가 생겼다. 거듭 말하거니와 더 이상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결국 갑에게 돈을 전해주려면 주식을 팔아치워야 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주가의 하락을 저지 혹은 느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현재 주가의 몰락은 상장된 회사들의 건전성 문제가 아니라,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신용의 문제다. 그래서 주가의 하락은 현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긴 하지만, 현재의 위기를 진단하기에 정확한 지표는 아니다. 현재의 신용경색이 일정 정도 풀려나면 주가는 회복이 되게 마련. (물론 그전에 회사들이 다 도산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_-,,) 신용경색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는 따로 있는데 TED Spread라는 물건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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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부도스왑과 보험

신용부도스왑(CDS: credit default swap)이라는 물건이 있다. 기본적인 개념은 보험과 동일하다. 구체적으로는 회사나 국가와 같은 경제주체의 부도 위험에 대한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보자. 갑이라는 사람이 A라는 회사에서 발행한 5년채 채권을 1억원어치 샀다고 하자. 그전까지는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이자를 꼬박꼬박 받다가 만기일이 다가오면 이 회사로부터 1억원을 돌려 받으면 그걸로 채권의 생명은 끝. 갑은 A사가 주는 이자만큼 수익을 올리는 좋고, A사는 사업의 확장에 필요한 목돈을 끌어올 수 있으니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투자의 위험은 언제나 있다. 갑은 A사가 망하지 않을 거라 믿고 채권을 구입하는 형태로 이 회사에 투자를 했지만, 만약 회사가 부도가 난다면? A사의 채권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되고 갑은 A사가 망하기 전까지 받은 약간의 이자 외에 1억원을 거의 통째로 날린다고 보면 된다. 아주 큰 돈을 투자했다면 A사가 망할 아주 작은 가능성마저도 살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싶어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가 있다면 공급은 항상 있고, 공급이 있으면 수요도 발생한다. 위험조차도 팔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사는 사람이 생긴다.

방법은 여느 보험과 똑같다. A사의 채권을 가진 갑이 B사에 연락을 한다. 1억원짜리 채권을 샀는데 이에 대해 보험을 들고 싶다며, 매년 채권가격의 1%, 즉 100만원을 지불할 테니 만의 하나 A사가 부도날 경우 자신의 채권을 1억원에 사들이라는 거고, B사가 이에 응하면 거래는 성립한다. 그리고 이게 바로 CDS다. 이 경우 갑은 A사가 부도나든 말든 본인의 1억은 보존하게 되고, A사가 자신에게 지불한 이자 - B사에 지불해야할 CDS 요금(앞선 예에서는 연간 100만원)만큼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수익률은 조금 줄어들지만 투자에 있어서 '안전'은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

B사의 입장에서는 A사가 망하지 않는다면 매년 100만원의 이윤이 생기는 거고, A사가 망할 경우 갑에게 지불해야할 1억원만큼 손실을 입게 된다. A사가 망하지 않을 확률에 배팅을 하는 거지만, 여전히 좀 위험해 보인다. 이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이 없진 않다. 여러 회사에 대한 CDS를 파는 거다.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자동차가 있는 사람들 전체에게서 보험료를 받아 소수의 사고시 비용을 메우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사실 자동차 보험에 든 사람들이 전부 동시다발적으로 자동차 사고를 낸다면 자동차 보험회사는 눈깜짝할 사이에 도산이다. 그렇지만 그럴 확률은 한 사람, 혹은 소수의 사람이 사고를 낼 확률에 비해 확실히 작기 때문에 위험이 분산되는 거다.

마찬가지 논리로, 여러 회사들의 채권에 대한 CDS를 판매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오하라. 그런데 과연 그럴까? -_-,, 일반적인 보험이 취급하는 '사고'의 경우 강원도에서 발생한 자동차 사고와 서울에서 발생한 또 다른 자동차 사고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나 회사의 부도는 다르다. 특히 은행 같은 금융계 회사가 하나 쓰러질 경우 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빌려준 회사들의 부도 위험이 덩달아 증가한다! 결국 자동차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의 자동차 보험회사 꼴이 되는 거다, 크허억.


보험에서 도박으로

CDS는 있는 그대로도 보험보다 위험한데, 사람들이 2000년대 초-중반들어 이 위험을 더 키워 제대로된 도박판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증권이나 채권등과는 달리 CDS 거래는 투명한 시장이 없이, CDS를 사고자 하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조용히 일어났다. 또한 CDS는 금융규제의 치외법권에 있어 왔다. 일반 보험처럼 보험금 지급액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보해둬야 한다는 규정에 걸리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래서 가능했던 게 고(高)레버리지 부도 도박이다. 자, 내가 가진 돈이 1000만원이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규제도 없겠다, CDS를 파는 거다. 재정 상태가 괜찮은, 그래서 쉽게 망할 것 같지 않은 회사를 찾아내서, 그 회사의 채권을 가진 사람들과 흥정을 하는 거다. "당신 채권에 대해 보험 좀 들지 않겠소? 일년에 100만원만 내세요, 회사 망하면 1억까지 내가 물어드리리다." 그 회사가 망하지만 않는 한 나는 매년 100만원을 꼬박꼬박 버는 거다. 물론 그 회사가 망하면 쫄딱 망하는 거다. (회사가 망하면 1억을 줘야 하는데, 어차피 1억이 없는 마당에 어떤 의미에서는 자본금이란 게 무의미한 수준이다.)

충분히 커보이는 이 불씨가 다가 아니다. 인간의 탐욕이란 게 얼마나 끝이 없는고 하니, 말리는 사람이 없다고, 채권이 없는 사람들한테도 CDS를 무작정 팔기 시작한다. 앞선 예로 돌아가보자. 갑의 경우 자신이 소유한 A사의 1억원짜리 채권에 대한 CDS를 연간 100만원의 요금으로 B사로 부터 사들였다. 그런데 이 정보를 어떻게 접한 을이 가만히 보니 A사의 재정 상태가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좋아보이기만 하지 않는다. 그래서 A사의 채권은 사지도 않고, B사에 연락을 한다. 나도 A사에 대해 1억원짜리 CDS를 사고 싶다고... 매년 100만원을 줄 테니, A사가 망하면 1억을 달라는 거고, A사가 망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B사는 이 거래에 응한다. 을은 결국 A사가 안 망하면 매년 100만원의 손실을 입는다. (갑처럼 실제로 A사의 채권이 없으므로 A사로부터 받는 이자가 없다!) 그렇지만 A사가 망한다면 그간 B사에 지불했던 CDS 금액을 제외하고 거의 통째로 1억원을 벌어들인다는 시나리오. (갑은 A사가 망하면 간신히 자신이 A사에 투자했던 본전을 찾는 것뿐이란 말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5조 달러 어치의 채권에 대해 총 60조 달러에 달하는 CDS가 팔려버렸다는... 그리고 물론 이렇게 많은 CDS를 팔아치운 회사들이 갖고 있는 총알은 어느 회사가 망하느냐에 따라서는 택도 없었다는 거. 그렇게 CDS를 열심히 팔았다가 망할 뻔한 회사가 바로 국내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폰서로 더 유명할지 모르는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 AIG다. 부도에 대한 보험을 파는 회사가 앞서 말한 부도는 부도를 키운다는 예를 단적으로 보여주시는 이 아이러니란...


CDS로 한배 타기

그렇지만 일이 이쯤에서만 끝났더라면, 상황이 참 뭐같긴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가 처한 이 불신의 시대가 이렇게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퍼지지는 않았을 거다. 믿거나 말거나, 상황은 여기서 또 한번 시궁창 같아질 수 있다. 앞서서 예를 든 을의 도박을 되짚어보자. A사가 망하면 1억 이득, A사가 안 망하면 매년 100만원 손실. 이런 고위험 고소득 투자 방식에서 고소득을 포기함으로써 위험을 상쇄시키는 방법이 또 있다. (사람들 정말 돈 버는 법 궁리를 많이 하긴 많이 했다. 문제는 모든 돈 버는 방식이 국지적으로만 유효했다는 거랄까. 금융 시스템 전체가 어떻게 떠받들어지고 있는지, 이 시스템을 어떻게 떠받들어야하는지의 숲에는 관심이 없었거나, 있었어도 돈벌이가 안 되니까 무시했거나.)

자, A사에 대한 CDS를 쥐고 있는데, A사의 재정 상태가 안 좋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 경우 이 CDS를 계속 쥐고 있음으로써 몇백만원을 잃거나, 1억을 따거나에 배팅을 하는 것이 한 가지. 반면에 A사의 부도 위험이 커질 경우 A사에 대한 CDS의 가격도 올라가게 마련이다. 자동차 사고를 자주 내면 보험료가 오르는 것처럼, 부도 위험이 커지면 부도에 대한 보험료가 오르는 거다. 그래서 을이 B사로부터 CDS를 살 땐 연간 100만원씩 B사에 주기로 했는데, 최근에는 연간 200만원씩 내고라도 이 CDS를 사겠다는 사람 병이 등장한다면? 을이 여기서 끼어들어 병에게 자신이 쥐고 있던 CDS를 연 200만원에 판다. 자신은 여전히 B사에 연 100만원을 내야하지만, 어쨌든 순이익 100만원이 생겼다. A사가 망하지 않는 경우의 순손실 100만원이 순이익 100만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리고 A사가 망한다면? 병에게 1억원을 줘야하지만 나는 B사로부터 1억원을 받게 돼 있으니까 상관없다. 위험은 사라지고 순이익만 남는다. A사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나면 날수록 CDS 가격은 오르게 되고, 가격이 오를 때마다 CDS를 다음 사람에게 팔아치움으로써 손실에 대한 위험을 다음 사람에게 전가할수 있다.

CDS를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과정은 아주 합리적인 위험 관리방법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의 신용을 순식간에 흔들어버리게 된 이유는, CDS 항상 뒤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나에게 위험을 보증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알겠는데, 그 사람에게 위험을 보증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알 길이 없네. 베어스턴스, 레만 브라더스, 메릴 린치가 줄줄이 쓰러지기 전까지는 그게 누군지 관심이 없었다. 에이, 그런 게 무슨 상관, 어차피 아무도 안 망할 텐데 CDS를 맨 마지막에 쥐고 있는 놈이 독박 쓰겠지. 그런데 대형 투자은행들이 차례로 넘어가고, AIG는 CDS 보증해줄 돈 없다고 누웠더니 미국 정부에서 간신히 살려주고... 그러자 양상이 180도 달라졌다. 애초부터 갚아줄 방법도 없이 팔기 시작한 CDS로 서로 줄줄이 엮여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명이 부도를 내면 연쇄부도다!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이뭐병. -_-,,

상황이 이렇다면? 시바, 믿을 사람은 역시 나밖에 없다. 신용? 그런 거 믿는 당신은 애초에 로맨티스트, 나 혼자 살거나 다같이 죽거나의 이 살벌한 바닥에 설 자격이 없어! 그렇게 2008년의 가을, 신용에 위기는 찾아왔다, 어흥!

아직도 안 끝나네. orz 신용 위기가 주식 시장과 실물 경제로 옮겨붙는 이야기는 다음에... (진도 얼마나 나갈지 예상 못하고 강의 계획 짜는 초짜 강사의 심정.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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