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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8 #339: Break-Up (3)
일전에 소개한 바 있는 This American Life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유럽에 가 있는 2주 동안 못 듣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챙겨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두 방송분 중 하나가 Break-Up (실연, 이별, 이혼 등을 총칭하는 말인데 우리말로는 딱 일대일 대응되는 표현이 없는 듯).

This American Life 투고가 중 Starlee Kine이라는 아가씨가 있는데, 이 방송분에서 소개된 첫번째 에피소드는 Starlee Kine이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방황(?)하다가 스스로 Break-up song을 하나 쓰기로 결심, 곡을 쓰는 과정을 소개한 이야기. 그렇게 씌여진 곡은 여기서 들을 수 있다. (클릭)

물론 나의 경우야 연애하다 깨진 것도 아니고 혼자 속끓이는 (어찌보면 더 처량하고 한심한) 케이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가씨 이야길 듣고 있자니 어찌나 구구절절 공감이 가던지... ㅠ.ㅜ

사실 이 에피소드 타이밍이 더 골때리는 이유는, 유학 갔을 때 사귄 친구 한명을 이번에 확회 기간 동안 만났는데 이 친구가 또 7년 사귄 여자 친구랑 헤어져야 하나 고민하고 있더라는 거. 며칠 전에 이메일이 왔는데 결국은 헤어지기로 한 듯.

정작 하려던 이야기는 이번 방송분의 두번째 에피소드.

1987년 2월 11일, Noah Adams라는 양반이 진행하는 All Things Considered라는 미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뉴욕 맨하탄에 사는 8살짜리 소녀가 출연한다. 그녀의 이름은 Betsy Allison Walter. 사연인즉슨, 부모의 이혼을 어떻게든 막기를 원한 이 소녀가 당시 뉴욕 시장이던 Edward Koch에게 편지로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라디오 프로그램 프로듀서들이 이 소녀를 초청한 것.

사실 부모의 이혼을 막길 원하는 자신의 절박한 심정을, 입에 침이 고인 것을 채 삼키지도 못하는 듯한 어린 말투와 목소리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도록 조리있게 이야기하는 걸 듣노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안타깝지만, 이 사연을 들으면서 이 소녀에게 동정심을 갖게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른들의 쓸모없음'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 일단 Koch 시장의 답장을 살펴보자.

Thank you for the letter. I was saddened to learn of the difficult times you are experiencing now. It is important for you to share your feelings and thoughts with someone during this time. I wish there is….was an easy solution to these problems, but thee is not. Please remember that you are loved and that people care about you. All the best. Sincerely, Edward Koch.

어쩔 수 없이 정치인일 수밖에 없는 이 식상한 답변을 보라.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의 "이 답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니?"라는 질문에 소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No"라고 대답한다. 그래도 이건 약과다.

이 아이는 뉴욕 시장 외에 Boys' and Girls' Book of Divorce라는 책의 작가/심리학자에게도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썼는데 이 심리학자라는 양반의 답이 또 걸작이다. 이 소녀의 표현을 빌리면, "Well, he said that I should try another of his books to find out help." -_-,, "내 책이나 사서 봐"라니, 이 무슨...

사실 Betsy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은 '별 달리 뾰족한 답이 없다'는 사실에 있다. 어른들이 이런 문제를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크게 두가지다. 한가지는 "어린 아이는 세상의 어두운 면으로부터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발상이고, 또 다른 한가지는 "아이들이 이런 세상의 복잡함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답이 있는 척 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이 함정에 빠지고 나면, 이미 충분히 아이들에게 해줄 말이 없는 우리는 더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Noah Adams는 이 인터뷰가 있은 20년 후인 2007년에 Betsy Allison Walter를 다시 한번 자신의 프로그램에 초청한다. 만 29살의 그녀는--왠지 꽤나 잘 어울리게도--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자신의 그 옛날 인터뷰를 들을 때면, 그 당시 무슨 생각들을 했는지 아직도 정확히 기억이 난다는 그녀는--당시 인터뷰를 하던 Noah Adams도 자신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틀에박힌 어른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까지 물론 웃으며 전혀 악의없이 솔직하게 한다--지금의 Betsy가 그때 그 8살짜리 Betsy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무슨 말을 해주겠냐는 Adams의 질문의 무게를--게다가 초등학생 교육자이기 때문에 더더욱--온전히 느끼는 듯했다.

8살 소녀가 바라보는 부모의 이혼에 대한 진실 혹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와 29살 숙녀가 바라보는 부모의 이혼에 대한 진실 사이의 괴리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는 그녀는, 당시 자신은 실제 어른들 세계의 진실에 노출됐다더라면 이를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고한다. 그러면서 8살의 Betsy에게 "부모의 이혼이라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라는 질문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기 보다는, 그 질문은 그 사건의 당사자인 부모들이 충분히 고민했으리라 믿고 맡겨놓고 앞으로 그녀 스스로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할 걸 부탁하겠다"고 대답한다.

8살짜리 Betsy는 그 대답이 여전히 진실을 회피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기에 충분한 답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겠지만 적어도 무력감을 느끼지는 않을 대답을 해주고 싶다며...

시장과 심리학자란 사람들이 그녀에게 들려준 조언이란 것은 쓸모없기 짝이 없었지만, 그 덕분에 자신을 반복해서 8살로 되돌릴 수 있는 그 인터뷰 하나를 평생을 안고 살 수 있었던 건 그녀에게는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인터뷰 내용을 듣고 있노라면 너무 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그녀는, 부모의 이혼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세월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 혹은 수 많은 다른 사람들도 겪는, 그렇지만 결국은 극복해내는 일'이라는 클리셰만을 반복해서 되뇌이는 이들이나, 부모의 이혼에 대한 어린 나이에 느끼던 막연한 불안, 슬픔 또 때로는 분노의 희미한 흔적만을 갖고 사는 사람들은 고민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었을 테니까.

원래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다.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전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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