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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2 유로화의 위기 (2)
  2. 2010/05/21 유로화의 등장
  3. 2008/03/17 우는 서민, 웃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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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의 등장

우리는 다른 사회 모든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공통의 목적을 지닌 경제 단위를 국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건 사실 경제보다는 정치적인 요인에 훨씬 크게 기인한다. 국가 단위로 군대, 경찰, 소방서 등을 유지하여 국민들의 물리적인 안전을 보장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보해서 경제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는 때로는 일부가 피해를 보고 또 다른 일부가 이익을 보더라도, 국가 구성원 전체로 봤을 때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 인식은, 현존하는 시스템 내에서는 비교적 타당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은 없다.

사실 국가라는 개념은 얼마나 임의적이란 말인가. 물론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중국과도 티격태격하지만, 북한과 우리나라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없다. 그런데 그 긴장감의 원인을 짚어보면 '갈라져 있지만 결국은 합쳐야 하는 한 민족 한 국가'라는 인식 때문에 남한이나 북한이나 상대방이 서로의 체제를 흡수하려고 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이 서로를 더 경계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갖는 공동체 의식은 민족, 언어, 문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한무리의 사람들과 연대하느냐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나뉜 국가라는 가상의 경계에 의해 나뉜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과 남한이 굳이 갈라져 있을 이유도 없고, 이미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합쳐야 할 어떤 상대라고 생각할 이유도 별로 없으며, 백제와 신라가 서로 다른 나라였듯, 호남과 영남이 굳이 한 나라여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일본은 가봤지만 충청도 이남은 한번도 안 가봤다는 서울/경기/강원도 사람도 여럿 봤고, 스시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홍어는 죽어도 못 먹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 조차도 자신의 세금이 새만금 간척 사업에 들어가는 건 조금 배가 아프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일본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건설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꽤나 심하게 반대를 할 거다.

잠깐 다른 이야길 해보자. 최근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가 눈부신데, 이런 중국의 경제 발전에 큰 몫을 하는 건 수출이다. 우리나라도 항상 '내수시장이 작아서 수출만이 살 길이다'는 이야기를 하며 경상수지 흑자폭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건 사실 코메디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수출해서 자국내 인플레이션만 부추기는, 결국 제살 파먹기식 경제 성장을 해왔고, 계속해서 하고 있다.

자, 현대 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백만대 만들었는데, 해외에서 인기가 좋다고, '수출이 우리의 살 길'이란 명분 하에 이걸 전부 수출했다고 해보자. 우리가 흔히 경제 발전의 지표로 삼는 GDP의 측면에서는 현대 자동차가 자동차 백만대를 생산했고, 그걸 다 팔았으니 그만큼 우리나라가 부자가 된 거다. 그런데 자동차들을 전부 수출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아무도 자동차를 못 산다면 그게 어째서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득이 되지? "대신 자동차 백만대 만큼의 달러가 생겼잖아!"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한국인들 입장에선 현대 자동차가 자동차 대신에 달러를 찍어내서 한국 사람들에게 파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앞선 글에서 중국의 예를 들면서 이야길 했지만, '기축 통화인 달러는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달러는 쓸모가 없다. 따라서 달러로 무언가를 사와야, 즉, 뭔가를 수입해야 그 달러가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거다. 달러를 찍어낼 권한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최근 10여년 간의 경험에서도 드러났듯이--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달러로 된 외환보유고를 일정 수준 확보해놓는 게 중요하지만, 무한한 수출이 한국인들의 삶에 도움을 준다는 건 중상주의적 착각이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여서 전세계 자동차와 반도체 시장을 현대와 삼성이 싹쓸이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국인들에게 남는 건 높은 GDP와 한국은행 금고에 쌓아두기로 한 달러 뿐이다.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수출이 살 길이다"의 진짜 의미는 "수출도 많이 하고 수입도 많이 하자"이다. 그런데 "수출만이 살 길이다"에서 "수출도 많이 하고 수입도 많이 하자"로 생각을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나 국가라는 임의적인 경제 구획 단위별로 자꾸 "수출을 더 많이 하자"고 주장하게 되면 이 기류에 휩쓸려서 더욱 그렇다. 결국 유럽에서는 이런 임의적인 경제적 구획이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대단히 불합리하다는 판단하에 이를 허물기 위해 유로존을 짜서, 유로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EU뿐만 아니라 많은 자유무역협정(FTA) 찬성론자들 주장의 경제학적 근간이다. 우리가 서울과 경기도 사이 또는 종로구와 인천 사이에서 누가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적자를 내는지 크게 걱정하지 않듯이, 한국과 일본의 경상수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전 지구적인 거대한 통일된 시장을 만들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서울과 경기도의 차이, 또는 종로구와 인천의 차이로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이든 서울이든 종로구든 다 정치적으로는 유효한 단위이지만 경제적으로 유효한 단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 지당하신 말씀들. 이론적으로는...

실제 세상에서는 우리가 정치적 단위에 따라 세금을 내는 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번 유로화의 위기가 뭐다라고 하나로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위기의 큰 부분은 바로 유로존이 정치적으로 통합이 안 됐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이번 유로화 위기의 진원지로 소위 PIGS(포루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는 남유럽 국가들이 손꼽히고 있다. 이들의 국가의 방만한 국가재정 운영으로 인해 재정적자폭이 지나치게 커졌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들 국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진 투자자/채무자들이 빚갚으라고 독촉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곳이 미국이다. 최근 몇년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역시 빚이 엄청나게 늘었는데--그 동안에도 그런 이야기가 종종 있었지만--최근 들어 캘리포니아가 파산하냐 마냐 말이 많다. 그런데 캘리포니아가 파산 위기에 있다고 해서 달러를 해체해야 하냐 마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로 캘리포니아가 파산할 것 같으면 미국 연방 정부가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주와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이 따로따로인데, 주에 내는 세금은 대부분 그 주의 발전을 위해 쓰이게 돼 있지만,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은 연방정부에서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쓸 수 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 위기에 있으면, 연방 정부에서 이 빚을 떼워주는 게 가능하다. 물론 다른 주에서 조금 투덜대기는 하겠지만 결사 반대하는 일은 없을 거다.

둘째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주거 또는 사업 환경이 별로 좋지 않다면 미국인들이 미국내 다른 주로 옮기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물론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차피 캘리포니아의 경기가 위축된다거나 해서 캘리포니아에서 직장을 잡거나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게 당연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어차피 국가 경제라는 게 모든 산업과 지역 골고루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에 따라 특정 산업이 발전하면 다른 산업이 쇠하게 마련.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이 망하고, 캘리포니아의 IT 산업이나 뉴욕의 금융업이 떠오르면 그에 따라 인구도 디트로이트에서 캘리포니아나 뉴욕으로 이동했듯이, 특정 산업과 특정 지역으로의 인구의 유입이 자유로와야 실질적으로 유효한 경제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유로존의 문제는 이 두가지 전부 쉽지 않다는 거다. 첫째는 거의 철저하게 정치적인 이유에서 어렵고, 둘째는 정치 + 문화와 언어의 문제 때문에 어렵다. 무슨 말이냐면 유로존이 통일은 됐지만, 유럽 중앙 은행을 세움으로써 통화정책만 통일시켰지 재정정책은 각 나라가 따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가 어려우니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해야겠군'이라며 돈을 줄 연방정부가 따로 없다. 결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각자 걷어들인 세금의 일부를 그리스에 대줘야 하는데, 독일인들이 "우리가 낸 세금을 왜 그리스인들이 가져가냐?"고 반발하게 되는 거다. 물론, 상황이 워낙 안 좋게 돌아가다보니, EU와 IMF에서 1100억 유로를 그리스에 안겨주긴 했지만, 이를 둘러싼 수많은 고민과 갈등의 핵심은 결국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국가의 정치권에서 자국민들의 눈치를 끊임없이 봐야했다는 점이다.

두번째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리스가 여전히 경제난에 허덕이는데, 이 경우 불황이 계속돼서 실업률이 오른다고 할 때, 그리스인들이 다른 EU 국가로 쉽게 옮겨가서 직장을 잡는데에는 문화 및 언어 장벽이 실제로 존재한다. 게다가 그나마 모양세가 좋은 독일 같은 경우 이미 터키인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태에서 그리스인들마저 넘어오겠다고 하면 이를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면 애초에 유로화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애초에 유로화가 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스가 위기에 빠졌더라면, IMF 시절의 한국처럼 그리스의 드라크마의 가치가 폭락했을 거다. 물론 그 이후에 그리스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리긴 했지만, 이 경우 그리스의 드라크마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수출이 늘어났을 거고,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거다. 여기서 잠깐! 아까 수출을 아무리 많이 해도 국가 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었나? 결국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맞춰야 된다고? 빙고!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맞춰야 된다는 게 핵심. 지금 그리스의 문제는 빚이 많은 거라고!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경우의 문제는 소비할 상품은 없이 돈만 많아진다는 건데, 빚이 많을 때는 번 것보다 덜 쓰고, 남은 돈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법.

아무튼 지금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묶여 있다보니, 그리스 때문에 유로화 환율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리스가 위기를 자발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떨어지진 않았다. 2-30%나 떨어졌는데 그게 충분하지 않다고? 그리스 이외의 유럽 입장에서는 완전 물먹은 거지만, 그리스 입장에서는 여전히 유로가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 1997년말 98년초, 환율이 8-900원대에서 2000원까지 치솟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라규-. 그래서 결국 유로를 깨야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유럽이 우리같이 문명화된 사람들이라면 서로 잘 사는 길로 다 같이 갈 수 있을지 알았는데, 실상은 가깝지만 너무 먼 당신들이었더라능. 그러고보니 환율이 800원대이던 시절이 있었구나, 그래봐야 12년 전인데 참 아득하게 느껴지는구나.

어찌됐건,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 Oh, wait, I think we are.
@@ 아무튼 이것으로 "유로화 위기를 통해 간단히 살펴본 자유주의 경제학" 이야기는 마무리짓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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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 국가나 사회에 부가 어떤 식으로 축적되고, 돈이 그 부를 재단하는 척도로써 어떻게 생겨나고 사용됐는지 대충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 이게 유로화의 등장과 무슨 상관인지 이야기해보자.

현재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그 나라 고유의 화폐를 갖고 있다. 이는 자국의 통화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경제적 주권과 연결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상주의의 영향에 따른 폐쇄적 경제의 역사적 잔해(뭔 말이 이렇게 복잡해? -_-,,)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후자의 시각 하에서 유로화의 등장은 굉장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럼 왜 이런 결론이 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앞서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화폐의 단위는 대단히 임의적이다. 만원이 천원에 비해서 더 많은 돈임에는 틀림없지만, 만원이 천달러보다 더 많은 돈일 당위성은 없다. 만원은 천달러보다 큰 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서 만원이란 과연 몇달러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는가라는, 즉 환율의 개념이 등장하고, 이 대답에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0~3%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고 했는데, 사실 인플레이션이란 게 말은 쉽게 하지만 조금 애매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제품들간의 가격은 항상 같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는 쌀이 풍작인데 밀가루는 흉작이라고 해보자. 그러면 쌀값은 비교적 쌀 것이고, 밀가루는 비교적 비쌀 거다. 그런데 내년에는 쌀이 흉작이고 밀가루가 풍작이 된다면 쌀값은 오르고, 밀가루값은 떨어질 거다. 그래서 각 나라에서는 식품이나 의류, 교통비 등, 생활 필수품이랄 만한 제품들을 선별하여, 이들 제품 소비량에 따른 가중평균을 낸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라는 걸 산출한다. 그리고 이 소비자물가지수가 얼마나 오르내리는가로 인플레이션을 계산한다.

그런데 각 나라 별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항목들과 각 항목들의 가중평균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에서는 쌀이 주식인데 반해, 유럽이나 미국은 밀가루, 남미는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경우 쌀의 가격 변동이 밀가루, 옥수수의 가격 변동에 비해 인플레이션에 더 많이 반영된다. 따라서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정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나라마다 각 항목별 가격 변동의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나라의 경제라는 게 워낙에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2%면 2%로 늘상 정확히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싶으면 중앙은행에서 시중에 채권을 풀어 돈을 회수하고,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채권을 다시 사들여 돈을 푸는 식이다. 따라서 국가별로 인플레이션의 정도가 조금씩 (물론 정부/중앙은행이 심하게 삽질을 하면 더러 많이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 차이가 나게 마련.

이런 이유 및 또 다른 변수들로 인해 화폐 가치가 오르내리는 정도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1달러면 1000원이라고 딱 정해지는 게 아니고 시시각각 변하게 마련이다. 또 다른 변수들 중 아주 큰 변수가 바로 수출입이다. 환율이 1달러 당 1000원인데, 한국에서 A라는 자동차값이 구백만원이고, 미국에서는 A와 비슷한 성능의 B라는 자동차값이 만달러라고 해보자. 이 경우 한국의 자동차값이 미국인들에게는 천달러 더 싸다. 그래서 미국의 소비자들이 한국의 A라는 차를 수입하기를 원한다.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은 달러로 차값을 지불한다. 그런데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기축통화라고 달러를 받긴 받았는데, 막상 직원들 월급이라도 좀 주고, 하청업체 대금 지불도 하고, 전기세를 낼라치니 달러는 써먹을 곳이 없다. 그래서 은행에 가서 달러를 주고 원화로 바꿨다. 자동차 한대를 팔았을 땐 별 문제가 없었는데, 미국에서 자동차 A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면서 이 자동차 회사에서는 달러를 계속해서 원화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 이는 결국 환율이 1달러당 900원으로--자동차 A가 달러로 환산했을 때 만달러, 즉 자동차 B의 가격과 맞춰질 때까지--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환전은 한가지 화폐를 다른 종류의 화폐로 바꾸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가지 화폐로 다른 화폐를 사는 것이기도 하다. 즉, 한국은행에서 생산한 한정된 양의 원화라는 상품을 달러를 주고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 달러를 쥐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다른 모든 재화와 마찬가지로 원화의 수요가 증가하면 원화의 가격은 오르는 거다. 예전에는 1달러로 원을 1000개를 살 수 있었는데, 원화가 비싸짐에 따라 1달러로 원을 900개밖에 못 사게 된다는 그런 얘기.

아무튼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환율이 오르락 내리락하게 되면 불편한 점이 있다. 각 나라들 사이에 무역이 활발하지 않은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무역량이 많을 때에는 환차손이나 환차익 때문에 어느 시점에 상품과 돈을 맞교환하느냐가 민감한 문제가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환율을 고정시키는 거다. 즉, 앞선 예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의 환율은 무조건 1달러=1000원으로 묶어놓자고 약속을 하는 거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한가지 문제가 있다. 앞선 예에서 양국간 자동차 수출입이 일어날 경우 원화 가치가 상승압력을 받는다고 했다. 이 원화 상승압력을 해제하는 방법은 한국은행에서 원화를 더 많이 찍어내서 원화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거다. 즉, 달러로 원화를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원화 공급을 늘림으로써 원화의 가격을 낮춘다. 이때 문제는 한국은행은 더 이상 통화정책에 독립성이 없다. 즉, 미국과 한국 사이의 환율을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펼 뿐, 한국의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다는 말이다.1 이게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불가능한 삼위(impossible trinity 또는 trilemma)이다. 이를 다시 요약하면, 자주적인 통화 정책, 고정 환율, 자유로운 자본의 유출입(쉽게 말하면 자유무역) 세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고, 이 중 한가지는 포기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양국간 자유로운 교역의 편의를 위해 1달러=1000원이라고 묶는 순간 불가능한 삼위 중 두가지, 고정 환율과 자유로운 자본의 유출입을 선택한 셈이다. 그렇게 되면 양국 중 한 곳의 중앙은행은 독자적인 기능을 포기해야 한다. 즉, 달러와 원은 그 단위의 차이로 인해 1:1000이라는 숫자의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화폐다. 1달러의 백분의 일을 1센트라고 하듯, 1달러의 천분의 일을 1원이라고 부르게 되는 꼴.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유로화가 탄생한다. 즉, 유럽내의 다양한 국가들은 서로 활발한 교역을 하기에 지리적으로 좋은 여건을 갖췄다. 그런데 물건을 사고 팔 때마다 번번히 환율 눈치를 봐가며 화폐를 바꿔서 거래를 해야 한다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입은 죄악, 우리의 살 길은 무조건 수출뿐이라는 중상주의적 가치에 시달리지 않고 자유로운 교역을 할 셈이라면, 자연스레 "그냥 확 환율을 고정해버려? = 그냥 확 화폐를 통일해 버려?"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러자!"가 된 거다. 물론 이렇게 했을 경우, 유로화를 이용하는 경제 단위의 규모가 일본을 제치는 건 물론,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는 고려도 작용을 했다. 즉, 유럽의 경제 규모를 상징하는 한가지 화폐가 등장한다면, 달러 패권을 물리칠 수도 있을 거야라는 꿈과 희망...까지는 좋았지만, 인생에 뜻대로 되는 일이 몇가지나 있디? 결국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바로 지금 그 꿈이 휘청거리고 있다. 도대체 그 복병이 뭐였는지는 내일 정리하고 이 시리즈를 마무리 짓기로 하자.


1 이게 바로 요새 중국이 하고 있는 짓이다. 위안화 절상 이야기가 뉴스에서 종종 나오는 것도 이때문. 앞서 한국의 자동차 예를 들었듯, 보통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의 화폐 가치는 오르고, 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의 화폐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이 메커니즘에 의해서 양국간의 수출입은 보통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로 수지를 맞추게 되는데, 수출을 통한 성장을 이루려는 중국은 위안화의 화폐 가치가 오르길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의 중앙은행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잡는 기능을 포기하고 1달러 = 약 6.8 위안 정도로 묶어놓은 상태.

위안화 가치가 안 오른다는 건 중국의 수출에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이야기고, 중국의 수많은 수출업자들은 계속해서 미국에서 걷어들인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려고 하게 되는데, 새로운 달러가 유입될 때마다 시중의 위안화로 맞바꾸는 게 아니고, 중앙은행이 위안화를 추가로 찍어주는 거다.

이럴 경우 문제는 역시 인플레이션. 중국에서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한정돼 있는데--와중에 그중 많은 양을 미국에 내다 팔기까지 했다--중국 내에 유통되는 위안화의 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결국 중국 내에서 무언가는 가격이 오를 거라는 이야기. 그래서 최근 중국도 부동산에 거품이 잔뜩 끼고 있다.

원래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딱 두가지뿐이다, 소비와 투자. (저축은? 흠, 저축도 투자의 일종이다, 단지 간접적이고 수익률이 낮을 뿐이다.) 그런데 소비할 상품과 서비스가 별로 없다면, 투자를 할 수 밖에. 그런데 이래저래 훑어봐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면 결국 끝에 가면 부동산이라능... orz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언제 터지냐도 문젠데, 어쨌든 수출을 계속 하는 동안은 버티긴 하겠지. 변수는 역시 (한번으로 안 끝날) 위안화 절상의 시기와 정도...

중국과 달러, 유로 이야기도 하려 들면 할 이야기가 엄청 많은데, 이건 다음에 기회 봐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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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유로, 환율
달러의 약세로 세계적으로 달러대비 화폐가치가 겅충겅충 뛰어오르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원화만 (정말이지 대한민국 원화만) 달러 앞에 맥도 못 추고 하루만에 30원이 넘게 뛰어버렸다. 달러에 강세인 엔화 상대로는 (100엔당) 66원이 뛰는 정말 엽기적인 상황이...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주가도 폭락. 그런데도 이 와중에 주가가 오르는 곳이 있으니, 남에 나라에 물건 팔아 온 나라를 먹여살린다는 삼성은 환율 상승의 덕을 보며 주가가 오른다.

환율이 이렇게 뛰어대니 아무리 우리 MB가 서민들을 위해주신대도 물가를 그냥 묶어둘 재주는 없을 것 같은데, 죽어나는 건 서민이요, 싱글벙글 웃는 건 삼성이로구나.

그래 건희랑, 재용이만 살려라. 갸들이 우리도 살려주겠지, 뭐, 언젠 안 그랬냐? 시바. 아니면 뭐, 다른 사람들 다 굶어죽고 건희랑 재용이만 남으면 대한민국 GNP 억불시대도 열리겠네~, 지화자.

@ 그건 그렇고 강만수는 장관할 때마다 달러가 뛰는구나. 물리도 그렇지만, 원래가 사람이 존나 잘난 척을 해도 사람 지능이 한계가 분명한 영역이라 dynamics는 함부로 범접을 못한다. 평형 상태의 statics라면 너무 고맙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끽해야 준평형 상태나 돼야 예측 비슷한 거라도 내놓지, 이것저것 변수들이 미친 년 널 뛰듯하면 천하 없는 경제 전문가니 뭐니 해도 소용이 없다. 금요일에 시장 마감할 때만해도 경제 전문가란 사람들마다 월요일에 달러가 1000원선에서 힘겹게 싸울 거라 그랬다. 그런데 뚜껑 열어보면, 힘겹게 싸우긴 개뿔, 1000원은 개장하자마자 돌파. 그런면에서 강만수는 (적어도 이번에는) 그냥 타이밍이 너무너무 나빴는 건지도 모르겠다만, 우연도 쌓이면 실력이랬다, 그냥 사표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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