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5월 31일)의 집회에서 내가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국민의 분노를 체험했다면, 어제(6월 7일) 저녁의 집회를 통해서는 전경들의 분노를 체험해야만 했다.
우리가 이명박 정부에게 분노하는만큼 전경들 또한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그들 모두가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집회 해산을 위해 교보빌딩쪽 인도로 쏟아져나온 전경들 중 선두에 섰던 이들은, 우리들과 방패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하던 그들의 눈빛과 욕설은,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그 분노는 전경차 위에서 오와 열을 맞춰 밤새도록 피곤과 싸워야 하는 짜증스러운 상황에 대한, 또는 군대든 경찰이든 끌려가 젊음을 바쳐야 하는 대한민국의 솥같은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분노가 아니었다. 이명박이나 어청수의 뒤치닥거리를 온몸으로 하고 있는 이들은 이명박도 어청수도 아닌 자신들이라는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자신들과 관계없는 싸움에 자신들이 '왜' 불려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들끓는 분노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그런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적어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 전까지는--집회참가자들의 몫이었다.
그 분노는 매우 구체적인 대상을 향한, 분노라기보다는 차라리 증오였다. 그 증오는 대단히 사적이어서, 집회참가자들을 정확히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 섞여 나오는 육두문자는--시위가 불법이냐 합법이냐 따위엔 관심도 없이--시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배설되는 것이 아니라,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바로 그 시민들이 그냥 밉기 때문에 내뱉어졌다. 그 증오 속에서 지난주 시위에서 한 여학생의 머리를 군홧발로 짓밟아 문제가 됐던 그 상황에 대한 반성이 자리할 여지는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의 밤잠을 방해하는 우리의 나쁜 버릇을 고칠 방법이 없다고 정녕 믿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 증오는 그래서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무척이나 위험했다.
그 증오에 맞서 우리는 무기력했다. 경찰 버스에 올라타고, 버스를 끌어내는 등 바리케이트를 뚫으려 할 때엔 잠시 과격해지기도 했지만, 경찰이 강제 해산을 작정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집회는 순식간에 와해됐다. 증오로 똘똘뭉쳐 사람들을 몸과 방패로 밀고 들어오는 그들을 상대로, 그들을 저지해야 한다는 안타까움과 격렬한 몸싸움으로 부상자가 나올 염려가 교차하는 '우유부단'함은 애초에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런 우리의 증오의 부재에 대해 혹자는 그 증오가 일방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네들의 말대로 대부분의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그런 증오에 대해, 우리가 왜 너희들과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안타까와할지라도, 우리들 중에는 그들이 우리를 향해 가진 증오를 고스란히 그들을 향해 집중하고 있는 이들이 있고, 설령 그들을 증오하진 않더라도 그들을 움직이는 공권력을 향한 분노를 그들을 향한 폭력으로 표현하는 것 외의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증오는 간헐적이고 비조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런 분노와 폭력에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집회 전체를 무력화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리고 우리는 한편으로 집회를 무력화하는 이들의 무관심에 손가락질을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증오와 분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상대를 비난하며 분열하는 상황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현정권과 공권력이란 사실에 우리는 충분히 민감하지 않은 듯하다. 우리의 의지를 꺾으려는 경찰의 태도는 부당하다. 그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것이 비록 정당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는다면 우리는 그 싸움을 할 이유가 없다.
'경찰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라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여경(아마도 경찰이겠지?)의 안내방송은 이 모든 부조리를 함축하고 있었다. 경찰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면, 우리 또한 경찰의 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를 막아서는가?
경찰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 이면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그 자리에 있는 경찰만을 상대로 투쟁하길 바라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들은 우리에게 침도 뱉고, 오줌병도 투척한다. 그 자릴 지킨 경찰 개개인이 우리를 상대로 갖고 있는 사적 증오를, 우리 또한 그들을 향해 갖길 바란다. 매일 밤 증오를 그들을 향해 겨냥하며 그들과만 싸움을 벌이는 동안, 하루 하루 이명박에 대한 분노를 전경 개개인에 대한 사적 증오로 바꿔가는 동안, 우리 중 일부는 지쳐서, 일부는 원래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잊어서 거리를 떠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자릴 지킨 경찰 한사람 한사람을 향해서가 아니라, '경찰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라는 그들의 모순적 한마디를 향해 분노해야 한다. 청와대 앞에 발을 딛고 서고, 그 앞에서 깃발을 휘날리고, 확성기를 통해 이명박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 그 자체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청와대 앞에 서서 소리를 외치는 것은 상징일 뿐이다. 이명박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정도를 걷는 것 이외의 해법으로는 우리 분노의 불길을 끌 수 없다는 사실을 그에게 확인시켜주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상징.
청와대를 한번 가기 위해 경찰의 바리케이트를 뚫느라 우리의 싸움이 무엇인지 잊느니, 경찰의 바리케이트 앞에서 그냥 밤새도록 연좌시위만 하는 편이 낫다. 연좌만 하고 있기 지겨우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그 앞에서 축제를 하자.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기시켜주며, 밤새도록 그렇게 떠들고 놀다가 아침에 경찰이 강제로 우릴 쫓아내면 다음날 저녁 다시 돌아오면 된다.
오늘, 혹은 6월 10일, 그게 아니라면 그후의 어느 하루, 청와대를 가는 것보다도 중요한 건, 내일까지, 모레까지, 그리고 이명박이 본인의 과오를 진심으로 인정하는 그날까지 촛불이 꺼지지 않는 거다. 이명박을 청와대에 입성시킨 것은 우리라는 사실에 대한 우리 자신들의 뼈저린 후회와 반성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실수를 인정할 때, 우리가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 행위는 그와 동시에 우리 자신들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임을 보여줄 때, 이명박 또한 우리가 오늘 냄비가 파르륵 끓듯이 열받아서 거리로 나선 게 아님을 알 것이다. 촛불은 물과 소화기로 끌 수 있을지언정, 우리 마음의 분노는 물로도 소화기로도 끌 수 없음을 알 것이다.
@ 이번에도 아고라에 올렸음.
우리가 이명박 정부에게 분노하는만큼 전경들 또한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그들 모두가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집회 해산을 위해 교보빌딩쪽 인도로 쏟아져나온 전경들 중 선두에 섰던 이들은, 우리들과 방패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하던 그들의 눈빛과 욕설은,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그 분노는 전경차 위에서 오와 열을 맞춰 밤새도록 피곤과 싸워야 하는 짜증스러운 상황에 대한, 또는 군대든 경찰이든 끌려가 젊음을 바쳐야 하는 대한민국의 솥같은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분노가 아니었다. 이명박이나 어청수의 뒤치닥거리를 온몸으로 하고 있는 이들은 이명박도 어청수도 아닌 자신들이라는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자신들과 관계없는 싸움에 자신들이 '왜' 불려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들끓는 분노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의 그런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적어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 전까지는--집회참가자들의 몫이었다.
그 분노는 매우 구체적인 대상을 향한, 분노라기보다는 차라리 증오였다. 그 증오는 대단히 사적이어서, 집회참가자들을 정확히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 섞여 나오는 육두문자는--시위가 불법이냐 합법이냐 따위엔 관심도 없이--시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배설되는 것이 아니라,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바로 그 시민들이 그냥 밉기 때문에 내뱉어졌다. 그 증오 속에서 지난주 시위에서 한 여학생의 머리를 군홧발로 짓밟아 문제가 됐던 그 상황에 대한 반성이 자리할 여지는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의 밤잠을 방해하는 우리의 나쁜 버릇을 고칠 방법이 없다고 정녕 믿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 증오는 그래서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무척이나 위험했다.
그 증오에 맞서 우리는 무기력했다. 경찰 버스에 올라타고, 버스를 끌어내는 등 바리케이트를 뚫으려 할 때엔 잠시 과격해지기도 했지만, 경찰이 강제 해산을 작정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집회는 순식간에 와해됐다. 증오로 똘똘뭉쳐 사람들을 몸과 방패로 밀고 들어오는 그들을 상대로, 그들을 저지해야 한다는 안타까움과 격렬한 몸싸움으로 부상자가 나올 염려가 교차하는 '우유부단'함은 애초에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런 우리의 증오의 부재에 대해 혹자는 그 증오가 일방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네들의 말대로 대부분의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그런 증오에 대해, 우리가 왜 너희들과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안타까와할지라도, 우리들 중에는 그들이 우리를 향해 가진 증오를 고스란히 그들을 향해 집중하고 있는 이들이 있고, 설령 그들을 증오하진 않더라도 그들을 움직이는 공권력을 향한 분노를 그들을 향한 폭력으로 표현하는 것 외의 방법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증오는 간헐적이고 비조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런 분노와 폭력에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집회 전체를 무력화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리고 우리는 한편으로 집회를 무력화하는 이들의 무관심에 손가락질을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증오와 분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상대를 비난하며 분열하는 상황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현정권과 공권력이란 사실에 우리는 충분히 민감하지 않은 듯하다. 우리의 의지를 꺾으려는 경찰의 태도는 부당하다. 그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것이 비록 정당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는다면 우리는 그 싸움을 할 이유가 없다.
'경찰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라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여경(아마도 경찰이겠지?)의 안내방송은 이 모든 부조리를 함축하고 있었다. 경찰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면, 우리 또한 경찰의 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를 막아서는가?
경찰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 이면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그 자리에 있는 경찰만을 상대로 투쟁하길 바라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그들은 우리에게 침도 뱉고, 오줌병도 투척한다. 그 자릴 지킨 경찰 개개인이 우리를 상대로 갖고 있는 사적 증오를, 우리 또한 그들을 향해 갖길 바란다. 매일 밤 증오를 그들을 향해 겨냥하며 그들과만 싸움을 벌이는 동안, 하루 하루 이명박에 대한 분노를 전경 개개인에 대한 사적 증오로 바꿔가는 동안, 우리 중 일부는 지쳐서, 일부는 원래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잊어서 거리를 떠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자릴 지킨 경찰 한사람 한사람을 향해서가 아니라, '경찰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라는 그들의 모순적 한마디를 향해 분노해야 한다. 청와대 앞에 발을 딛고 서고, 그 앞에서 깃발을 휘날리고, 확성기를 통해 이명박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 그 자체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청와대 앞에 서서 소리를 외치는 것은 상징일 뿐이다. 이명박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정도를 걷는 것 이외의 해법으로는 우리 분노의 불길을 끌 수 없다는 사실을 그에게 확인시켜주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상징.
청와대를 한번 가기 위해 경찰의 바리케이트를 뚫느라 우리의 싸움이 무엇인지 잊느니, 경찰의 바리케이트 앞에서 그냥 밤새도록 연좌시위만 하는 편이 낫다. 연좌만 하고 있기 지겨우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그 앞에서 축제를 하자.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가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기시켜주며, 밤새도록 그렇게 떠들고 놀다가 아침에 경찰이 강제로 우릴 쫓아내면 다음날 저녁 다시 돌아오면 된다.
오늘, 혹은 6월 10일, 그게 아니라면 그후의 어느 하루, 청와대를 가는 것보다도 중요한 건, 내일까지, 모레까지, 그리고 이명박이 본인의 과오를 진심으로 인정하는 그날까지 촛불이 꺼지지 않는 거다. 이명박을 청와대에 입성시킨 것은 우리라는 사실에 대한 우리 자신들의 뼈저린 후회와 반성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실수를 인정할 때, 우리가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묻는 행위는 그와 동시에 우리 자신들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임을 보여줄 때, 이명박 또한 우리가 오늘 냄비가 파르륵 끓듯이 열받아서 거리로 나선 게 아님을 알 것이다. 촛불은 물과 소화기로 끌 수 있을지언정, 우리 마음의 분노는 물로도 소화기로도 끌 수 없음을 알 것이다.
@ 이번에도 아고라에 올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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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좋은데 왜 베스트에 안 올랐지;;;
아고라는 글이 워낙 많이 올라와서 사람들이 읽기도 전에 '과거'가 돼 버리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