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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30 김연아 vs 이소연 (5)
한 1년은 미뤄둔 뒷북 포스팅. -_-,,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와 우주인 이소연은 전부 비슷한 시기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정체 불명의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김연아와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한국의 space technology 발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소연, 물론 어리고, 날씬하고, 예쁜 김연아와 우주에서의 극한의 환경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하는 남다른 신체조건을 가진 이소연 사이에 실질적인 인기 차이는 꽤나 컸겠지만, 어쨌든 '영웅'으로 만들만한 상징성은 둘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이소연이 우주로 나가기 직전에 TV에서 한 인터뷰가 터졌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우주에 다녀온 후에 돈 좀 벌면 어머니께 아파트 한 채 사드리고 싶다는 내용의 인터뷰였고, 이 발언으로 갑자기 안티가 늘어났고, 실제로 우주에서 귀환 후 예전에 비해 미디어 노출되는 일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아무리 '건장한' 여성이라지만 CF 한두개 정도는 찍을 듯한 기세였는데, 최근에 우주인 이소연을 뉴스 이외의 방송에서 보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피겨 스케이터(최소한 국내에서는)든, 우주인이든 그 성장 과정은 굉장히 사적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연예인이나 정치인처럼 대중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인정 받아야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거다. 김연아나 이소연을 발탁한 집단과 이들을 키우는 과정은, 스케이트를 잘 타는 것이든, 기초적인 과학적 지식을 갖췄으면서 이와 동시에 지구에서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이든 아주 특수한 목적에 적합한 특별한 재능이 요구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주인의 경우 세금이 투입된 사업이기는 하지만, 평생 우주인이기를 꿈꾸던 개인이 세금을 들여서라도 '자신을 우주로 내보내달라'며 사회와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우주인이 된 것이 아니라, 우주인 배출을 기획한 항공우주연구소에서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재능을 뽑았다는 점에서 이소연에게 있어서 우주인이 되는 과정은 사적이었다는 거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느냐를 그녀가 알아야 할 이유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셈.

문제는, 미디어나 정부가 이렇게 사적으로 선발된 재능들에게 본인의 의지 따위와는 무관하게 눈깜짝할 새에 '국가의 위상을 높인다'는 공적인 의무를 부여하며,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영웅에게서 '대의를 위한 자기희생' 따위를 보기를 희망한다. 그런 자기 희생은 대단히 불합리하게도 '개인적 욕망의 거세' 따위를 포함한다는 사실. 그런데 '어머니께 아파트 한 채'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개인적인 욕망이 여과없이 표출될 때에 대중은 배신감을 느낀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런 욕망 자체가 부도덕하기 때문에 사회공통적으로 금기시되는 게 아니라, 그 욕망 자체는 지극히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영웅'이라는 특정 개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대중은 무언가 특별하기를 바랬던 그녀가 우주인이 되기에 적합한 재능 이외에는 평범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한 거다. 그렇게 배신감을 느낄 때, 대중의 의식속에 그녀를 우주로 내보낸 건 국가에 세금을 낸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은 한결 더 또렷해진다.

반면에 김연아는 그 모든 언어들이 진심이든, 단순히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든, 인터뷰를 통해 정확히 대중이 듣고 싶은 바를 전달한다.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자랑스러운 그녀가 그녀의 어머니께 아파트를 사드린 일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욕망이 노골적으로 표출되지 않는 한, 설령 그녀가 어머니께 아파트를 사드렸다 하더라도, 그건 단순히 그녀가 효녀이기 때문이리라.

@ 물론 이 모든 걸 뛰어넘는 단 한가지 잣대는 이소연의 미모일 수도... 이소연이 훨씬 예뻤더라면 양상이 전혀 달랐을 거라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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