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치 얘기밖에 없네, 내 블로그. orz 다른 얘기도 해달라는 요청(?)(이라기보단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봐라는 도발에 가까운가? 멍~)도 들어오고 했으니 기어변속, 그것도 아주 후진 기어로 넣어서 대중의 삶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라곤 쥐뿔도 없는 이야기 하나 해볼까나.
일단은 기사 링크 하나.
Roundest Objects in the World Created (세상에서 가장 둥근 물체 제작)
제목만 봐서는 대뜸 '그런 건 뭐할라고?'에서부터 시작해서 '이게 왜 뉴스거린데?'까지의 반응예상. 뭐, 먹고사니즘에 입각해봤을 땐 다 지당하신 말씀. 그래서 사실 뉴스 소스도 NewScientist 아니겠어? ㅡㅠㅡ
간추린 뉴스
일단 위 기사를 읽기 싫은 분들을 위해 기사를 한줄 요약하자면 '얼마나 무거워야 1kg만큼 무거운지 정확히 알 자신이 없어진(이라고 하면 어폐가 좀 있다만 넘어가자. ㅡㅠㅡ)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름이 93.75mm 짜리 실리콘 구형을 2개 제작했다'는 거다. 한줄만 더 얹자면 '인류 역사상 가장 구형에 가까운 물건으로 지름이 들쭉날쭉한 정도가 0.000000003m에 불과하다'고... 이 배경엔 대체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이제부터 풀어헤쳐보자.
국제도량형국의 탄생
자, 지금으로부터 133년전 프랑스 파리로 가보자. 산업혁명과 더불어 공산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의 각국들은 도량형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다. 1860년대 말부터 이일에 꽤나 적극적으로 총대를 매고 앞장서던 프랑스가 미터 조약 체결을 위해 세계 각국에 초청장을 뿌린다. 이 초청에 20개국이 응했고, 1875년 5월 20일 이중 17개국이 이 조약에 서명을 하면서, 국제도량형국(The Bureau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 약칭 BIPM)이 탄생한다.
이때 메트릭 시스템이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용되던 메트릭 시스템이 대세였던 건 사실. 제 갈 길 가기에 바쁜--정말이지 이름부터 싸가지 없는 -_- Imperial Units를 갖고 있던--영국 대표단은 '대표단'이란 이름이 무색하게시리 막판에 '에이, 우리가 어떻게 우리 국가를 대표해서 이런 거에 함부로 싸인하겠어'라는 이유를 들며 서명 거부. -_-,, 정말 요새 미국인들 하는 짓은 영국인들이 다 하던 짓 같다, 아무리 봐도. -_-,, (물론 1884년 영국은 뒤늦게 서명한다. 곧 이야기하겠지만 그래도 첫 표준이 공표되는 1889년 이전에 합류했다, 기특하다고 해줘야 하나. -_-,,)
17개국이 형제의 결의를 맺은...이 아니고 도량형을 통일하자고 약속한 1875년부터 14년 후인 1889년 드디어 국제표준이 공표된다. 이때 결정된 단위는 오늘날 MKS라고 하는 길이의 단위인 미터(m),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kg), 그리고 시간의 단위인 초(s)이다.
표준을 정하는 데에 있어서 눈에 보이고 손으로 들 수 있는 길이와 질량은 간단하다. 그냥 눈에 보이고, 손에 들리는 물건 하나씩 만들어 놓고, 이건 1m, 저건 1kg이라고 정해 놓으면 된다. 너무도 당연히 당대의 사람들은 이렇게 직관적인 접근을 사용하였고, 미터와 킬로그램은 플래티늄 90%에 이리듐 10%를 섞어 만든 물질로 각각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여 이들의 길이와 질량을 1m와 1kg으로 정의하였다. (미터의 경우 물의 어는 점에서 측정한 길이임.) 초는 지구 자전 주기의 86400분의 1을 1초로 정의하였다.
이 프로토타입의 원본은 파리 교외 세브르라는 동네에 위치한 BIPM 건물 지하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각 프로토타입은 1개의 원본과 5개의 대조본(?)으로 구성돼 있고, 이들이 보관된 금고는 3개의 열쇠가 필요하다. 그래서 1년에 한번씩 3명의 열쇠지기들이 모여 금고를 열어보고, 이 프로토타입이 제자리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컬트 종교의식 같은 일이 일어난다. -_-,, (그 외에 당시 조약 체결국이었던 나라들에 프로토타입의 사본들을 내보냈으며, 오늘날엔 질량 프로토타입이 세계 각지에 40개가 있다.)
국제 표준의 변화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차이에 별로 민감하지 않겠지만, 과학자들은 쪼잔하다. -_-,, 다행히도 질량은 라부아지에의 위대한 업적 '질량 보존의 법칙' 덕분에 흔들리지 않는데, 이 1m라고 갖다 놓은 프로토타입은 온도가 쬐금만 바뀌어도 그 길이가 오르락 내리락한다. 그래서 1기압 하의 물의 어는 점에서 측정한 프로토타입의 길이를 1m로 정의한다고 온도까지 못박아놨는데, 어라, 그럼 이제 1기압을 정확히 알아야 되네. orz
1초는 또 어떤가? 지구 자전의 86400분의 1? 그럼 지구 자전의 1회전은 정확히 언제부터 언젠데? 어, 그게 그러니까... -_-a
산 넘어 산이다. 우리의 쪼잔한 과학자들, 이를 견딜 수 없었다. 우리에겐 무언가 더 정확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진리에 근접한 그 무엇. 그리하여1889년의 표준은 그후 몇차례 손질 거쳐 오늘날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1미터: 빛이 299,792,458분의 1초 동안 이동하는 거리. (1983년)
1초: 세슘-133 원자 기저상태의 하이퍼-파인 레벨 간에 발생하는 복사 파장의 주기의 9,192,631,770배. (와, 복잡하다. -_-,,)
그리고
도대체 왜?
자,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도대체 왜 이런 짓들을 하고 있는 거야? 1m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쬐끔, 아주 쬐끔 길면 어떻고 아주 쬐끔 짧으면 또 어때?
사실 표준이란 게 그렇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길이, 무게, 시간 등의 절대값은 애초에 정량화가 불가능하다. 어떤 표준의 배수로 표현될 뿐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당신 키가 169cm라는 건 1cm의 169배라는 것이고, 키가 170cm인 사람의 170분의 169만큼 크다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중요한 건 심하게 널뛰지 않는 적당히 믿을만한 표준이 존재하느냐 마느냐지, 그 표준이 정확히 얼마인가는 아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화폐다. 요새 신문 경제면만 폈다하면 물가 상승 이야기가 나오는데, 20년전에 100원이던 새우깡이 요샌 1000원(인가?)쯤 한다. 경제적 가치의 표준으로 삼는 화폐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떨어지게 돼 있고, 오늘날 짐바브웨이에서 같이 그 정도가 급격하지 않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건전한 경제 구조에서 화폐 가치의 소폭 하락은 늘 경제 성장을 동행하므로 관점에 따라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길이, 질량, 시간과 같이 물리적으로 접촉 가능한 개념은 사회/경제적인, 그래서 철저하게 인위적인 화폐와는 달라서 그 변동폭이 작더라도 인플레이션에서처럼 표준이 단방향으로 꾸준히 변하여 그 변화폭이 누적될 경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잘라 놓은 금속 덩어리의 크기와 무게가 변한들 얼마나 변하겠냐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여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는 실용성처럼 천박한-_- 개념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ㅡㅠㅡ 우리가 표준에게 원하는 건 불확정성의 최소화 한가지다. 실용은 명박에게나. ㅡㅠㅡ (결국은 정치 이야기가 섞이나. orz)
질량 보존의 법칙
1774년 프랑스의 과학자 라부아지에는 화학반응 전후에 반응에 참여하는 모든 물질들의 무게 총합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질량 불변의 법칙을 발표한다. 이 법칙의 핵심은 너무도 간단하다. 물질은 그 형태나 성질을 바꿀 수는 있을지언정 새로이 생겨나거나 갑자기 펑~하고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물론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이는 사실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틀림없이 어떤 자리에 놔뒀다고 생각한 물건이 필요할 때 찾아보면 그 자리에 없기 일쑤 아닌가. orz 불행히도 우리 눈앞에서 물건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사람은 없기에 우리는 우리 기억력을 탓할 뿐 질량 보존의 법칙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ㅡㅠㅡ 물론 눈앞에서 물건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한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미쳤다'고 부르지 질량 보존의 법칙을 의심하지 않기도 한다. 에... 그러니까... 질량은 정말 보존되는 거야? ㅡㅠㅡ
그냥 보존된다고 하고 이야길 진행하면 안 될까? -_-a 내 블로근데 안 되긴 왜 안 되겠어. 암튼 똘똘하신 라부아지에 선생님 덕분에 질량 표준은 제작되는 순간 불변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1889년 제작된 프로토타입을 120년간 사용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에 있는 프로토타입은 1kg 그 자체다. 따라서 우리는 저울로 그 프로토타입의 무게를 재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토타입을 통해 저울의 눈금을 결정하게 돼 있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우리는 철저하게 신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앞서 말했듯 프로토타입은 원본 외에 대조본이 있고,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40개가 있다. 이들은 각국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원본과 정기적인 대조를 통해 질량이 실제로 변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기 위함이다. 즉, 질량 보존의 법칙이 불변의 진리이고, 애초에 똑같은 질량의 물체를 40여개 만들었다면, 이들의 질량을 언제 어디서 비교하더라도 항상 같아야 한다. 그런데 골 때리게도 지난 120년간 프랑스에 있는 원본이 다른 표준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40마이크로그램(십억분의 40킬로그램) 정도 더 가벼워져 있더라는 거다.
120년 동안 십억분의 40이라고? 아무것도 아니네.
그렇다, 아무것도 아니다. ㅡㅠ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에선 난리가 났다. 길이의 경우 처음엔 인위적으로 제작된 표준에 따라 정의됐지만, 결국엔 빛의 속도라고 하는 자연현상을 통해 측정할 수 있는 값으로 대체된 현재--1889년 제작된 프로토타입은 아직도 질량 프로토타입과 함께 금고에 보관되어 있긴 하다--인위적 제작물에 의존해야 하는 질량의에 대한 불신이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과학자들은 쪼잔하다.
차라리 갯수를 세자
그리하여 2005년 국제도량형위원회가 열렸을 때, 새로운 질량 표준을 2011년까지 채택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새로운 질량 표준을 채택하자는 결의는 쉽지만, 새로운 질량 표준을 무엇으로 삼을 것이냐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세상에서 가장 둥근 공이 등장한다. 이름하야 아보가드로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이렇다.
1) 일단 실리콘으로 공을 만든 후 부피를 측정한다.
2) 실리콘의 원자 간격을 X선으로 측정한다.
3) 위의 두단계를 통해 실리콘 공의 원자 갯수를 계산한다.
4) 3)의 원자수에 실리콘의 원자 질량을 곱하여 실리콘 공의 질량을 결정한다. (이 단계에서 아보가드로의 수가 6.02214179×1023으로 정의된다.)
5) 기존의 프로토타입의 질량에 맞춰 실리콘 공을 갈아낸다.
실리콘을 이용하는 이유는 원자 간격을 측정하는 데에는 단일순결정 물질을 필요로 하는데, 실리콘은 이런 특성을 비교적 쉽게 만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그래야만 부피와 X선을 통해, 무게와는 전혀 무관하게 원자의 갯수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실리콘 동이원소와 관련한 문제가 조금 있는데, 일단은 실리콘-28만으로 구성된 공을 만드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정도로 넘어가자.)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더. 실리콘으로 1kg을 정의한들, 현존하는 프로토타입처럼 앞으로 이 질량이 변하지 않으리란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윽, 날카로운 녀석. ㅡㅠㅡ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실리콘의 경우 쉽게 산화되기 때문에 질량 변화의 요인이 더 많다. 즉, 실리콘 공은 불변의 프로토타입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원자수를 셈으로써 재생해낼 수 있는 질량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과연 문제 해결?
사실 질량 표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질량을 정의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 질량을 필요할 때 꺼내 쓰느냐이다. 예를 들면, 탄소-12 원자 50,184,508,190,229,061,679,538개를 1kg으로 정의를 하면, 1kg은 정확히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어떤 물질의 질량을 1kg과 비교해서 얼만한지 측정해야 할 경우 1kg 표준을 쉽게 재생할 수 없다는 거다. (길이와 시간은, 믿거나 말거나, 재생해내기 비교적 쉽게 다르다.) 무슨 수로 탄소 50,184,508,190,229,061,679,538개를 뽑아내느냔 말이다.
실리콘의 경우 결국은 위의 방법으로 그 갯수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실험실에서 재생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플랑크 상수나 전하량을 통해 질량을 정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래서 결론은? 에... 없다. 아마도 2011년까진 기다려야할 듯하다.
@ 힘차게 시작해서 맥빠지게 끝나는 결말, 과학 이야긴 역시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건가? ㅡㅠㅡ
일단은 기사 링크 하나.
Roundest Objects in the World Created (세상에서 가장 둥근 물체 제작)
제목만 봐서는 대뜸 '그런 건 뭐할라고?'에서부터 시작해서 '이게 왜 뉴스거린데?'까지의 반응예상. 뭐, 먹고사니즘에 입각해봤을 땐 다 지당하신 말씀. 그래서 사실 뉴스 소스도 NewScientist 아니겠어? ㅡㅠㅡ
간추린 뉴스
일단 위 기사를 읽기 싫은 분들을 위해 기사를 한줄 요약하자면 '얼마나 무거워야 1kg만큼 무거운지 정확히 알 자신이 없어진(이라고 하면 어폐가 좀 있다만 넘어가자. ㅡㅠㅡ)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름이 93.75mm 짜리 실리콘 구형을 2개 제작했다'는 거다. 한줄만 더 얹자면 '인류 역사상 가장 구형에 가까운 물건으로 지름이 들쭉날쭉한 정도가 0.000000003m에 불과하다'고... 이 배경엔 대체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이제부터 풀어헤쳐보자.
국제도량형국의 탄생
자, 지금으로부터 133년전 프랑스 파리로 가보자. 산업혁명과 더불어 공산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의 각국들은 도량형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다. 1860년대 말부터 이일에 꽤나 적극적으로 총대를 매고 앞장서던 프랑스가 미터 조약 체결을 위해 세계 각국에 초청장을 뿌린다. 이 초청에 20개국이 응했고, 1875년 5월 20일 이중 17개국이 이 조약에 서명을 하면서, 국제도량형국(The Bureau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 약칭 BIPM)이 탄생한다.
이때 메트릭 시스템이 채택된 것은 아니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용되던 메트릭 시스템이 대세였던 건 사실. 제 갈 길 가기에 바쁜--정말이지 이름부터 싸가지 없는 -_- Imperial Units를 갖고 있던--영국 대표단은 '대표단'이란 이름이 무색하게시리 막판에 '에이, 우리가 어떻게 우리 국가를 대표해서 이런 거에 함부로 싸인하겠어'라는 이유를 들며 서명 거부. -_-,, 정말 요새 미국인들 하는 짓은 영국인들이 다 하던 짓 같다, 아무리 봐도. -_-,, (물론 1884년 영국은 뒤늦게 서명한다. 곧 이야기하겠지만 그래도 첫 표준이 공표되는 1889년 이전에 합류했다, 기특하다고 해줘야 하나. -_-,,)
17개국이 형제의 결의를 맺은...이 아니고 도량형을 통일하자고 약속한 1875년부터 14년 후인 1889년 드디어 국제표준이 공표된다. 이때 결정된 단위는 오늘날 MKS라고 하는 길이의 단위인 미터(m),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kg), 그리고 시간의 단위인 초(s)이다.
표준을 정하는 데에 있어서 눈에 보이고 손으로 들 수 있는 길이와 질량은 간단하다. 그냥 눈에 보이고, 손에 들리는 물건 하나씩 만들어 놓고, 이건 1m, 저건 1kg이라고 정해 놓으면 된다. 너무도 당연히 당대의 사람들은 이렇게 직관적인 접근을 사용하였고, 미터와 킬로그램은 플래티늄 90%에 이리듐 10%를 섞어 만든 물질로 각각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여 이들의 길이와 질량을 1m와 1kg으로 정의하였다. (미터의 경우 물의 어는 점에서 측정한 길이임.) 초는 지구 자전 주기의 86400분의 1을 1초로 정의하였다.
이 프로토타입의 원본은 파리 교외 세브르라는 동네에 위치한 BIPM 건물 지하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각 프로토타입은 1개의 원본과 5개의 대조본(?)으로 구성돼 있고, 이들이 보관된 금고는 3개의 열쇠가 필요하다. 그래서 1년에 한번씩 3명의 열쇠지기들이 모여 금고를 열어보고, 이 프로토타입이 제자리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컬트 종교의식 같은 일이 일어난다. -_-,, (그 외에 당시 조약 체결국이었던 나라들에 프로토타입의 사본들을 내보냈으며, 오늘날엔 질량 프로토타입이 세계 각지에 40개가 있다.)
국제 표준의 변화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차이에 별로 민감하지 않겠지만, 과학자들은 쪼잔하다. -_-,, 다행히도 질량은 라부아지에의 위대한 업적 '질량 보존의 법칙' 덕분에 흔들리지 않는데, 이 1m라고 갖다 놓은 프로토타입은 온도가 쬐금만 바뀌어도 그 길이가 오르락 내리락한다. 그래서 1기압 하의 물의 어는 점에서 측정한 프로토타입의 길이를 1m로 정의한다고 온도까지 못박아놨는데, 어라, 그럼 이제 1기압을 정확히 알아야 되네. orz
1초는 또 어떤가? 지구 자전의 86400분의 1? 그럼 지구 자전의 1회전은 정확히 언제부터 언젠데? 어, 그게 그러니까... -_-a
산 넘어 산이다. 우리의 쪼잔한 과학자들, 이를 견딜 수 없었다. 우리에겐 무언가 더 정확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진리에 근접한 그 무엇. 그리하여1889년의 표준은 그후 몇차례 손질 거쳐 오늘날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1미터: 빛이 299,792,458분의 1초 동안 이동하는 거리. (1983년)
1초: 세슘-133 원자 기저상태의 하이퍼-파인 레벨 간에 발생하는 복사 파장의 주기의 9,192,631,770배. (와, 복잡하다. -_-,,)
그리고
1킬로그램:
도대체 왜?
자,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도대체 왜 이런 짓들을 하고 있는 거야? 1m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쬐끔, 아주 쬐끔 길면 어떻고 아주 쬐끔 짧으면 또 어때?
정답은?
사실 표준이란 게 그렇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길이, 무게, 시간 등의 절대값은 애초에 정량화가 불가능하다. 어떤 표준의 배수로 표현될 뿐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당신 키가 169cm라는 건 1cm의 169배라는 것이고, 키가 170cm인 사람의 170분의 169만큼 크다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중요한 건 심하게 널뛰지 않는 적당히 믿을만한 표준이 존재하느냐 마느냐지, 그 표준이 정확히 얼마인가는 아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화폐다. 요새 신문 경제면만 폈다하면 물가 상승 이야기가 나오는데, 20년전에 100원이던 새우깡이 요샌 1000원(인가?)쯤 한다. 경제적 가치의 표준으로 삼는 화폐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떨어지게 돼 있고, 오늘날 짐바브웨이에서 같이 그 정도가 급격하지 않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건전한 경제 구조에서 화폐 가치의 소폭 하락은 늘 경제 성장을 동행하므로 관점에 따라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길이, 질량, 시간과 같이 물리적으로 접촉 가능한 개념은 사회/경제적인, 그래서 철저하게 인위적인 화폐와는 달라서 그 변동폭이 작더라도 인플레이션에서처럼 표준이 단방향으로 꾸준히 변하여 그 변화폭이 누적될 경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잘라 놓은 금속 덩어리의 크기와 무게가 변한들 얼마나 변하겠냐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여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는 실용성처럼 천박한-_- 개념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ㅡㅠㅡ 우리가 표준에게 원하는 건 불확정성의 최소화 한가지다. 실용은 명박에게나. ㅡㅠㅡ (결국은 정치 이야기가 섞이나. orz)
질량 보존의 법칙
1774년 프랑스의 과학자 라부아지에는 화학반응 전후에 반응에 참여하는 모든 물질들의 무게 총합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질량 불변의 법칙을 발표한다. 이 법칙의 핵심은 너무도 간단하다. 물질은 그 형태나 성질을 바꿀 수는 있을지언정 새로이 생겨나거나 갑자기 펑~하고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물론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이는 사실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틀림없이 어떤 자리에 놔뒀다고 생각한 물건이 필요할 때 찾아보면 그 자리에 없기 일쑤 아닌가. orz 불행히도 우리 눈앞에서 물건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사람은 없기에 우리는 우리 기억력을 탓할 뿐 질량 보존의 법칙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ㅡㅠㅡ 물론 눈앞에서 물건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한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미쳤다'고 부르지 질량 보존의 법칙을 의심하지 않기도 한다. 에... 그러니까... 질량은 정말 보존되는 거야? ㅡㅠㅡ
그냥 보존된다고 하고 이야길 진행하면 안 될까? -_-a 내 블로근데 안 되긴 왜 안 되겠어. 암튼 똘똘하신 라부아지에 선생님 덕분에 질량 표준은 제작되는 순간 불변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1889년 제작된 프로토타입을 120년간 사용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에 있는 프로토타입은 1kg 그 자체다. 따라서 우리는 저울로 그 프로토타입의 무게를 재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토타입을 통해 저울의 눈금을 결정하게 돼 있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우리는 철저하게 신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앞서 말했듯 프로토타입은 원본 외에 대조본이 있고,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40개가 있다. 이들은 각국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원본과 정기적인 대조를 통해 질량이 실제로 변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기 위함이다. 즉, 질량 보존의 법칙이 불변의 진리이고, 애초에 똑같은 질량의 물체를 40여개 만들었다면, 이들의 질량을 언제 어디서 비교하더라도 항상 같아야 한다. 그런데 골 때리게도 지난 120년간 프랑스에 있는 원본이 다른 표준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40마이크로그램(십억분의 40킬로그램) 정도 더 가벼워져 있더라는 거다.
120년 동안 십억분의 40이라고? 아무것도 아니네.
그렇다, 아무것도 아니다. ㅡㅠ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에선 난리가 났다. 길이의 경우 처음엔 인위적으로 제작된 표준에 따라 정의됐지만, 결국엔 빛의 속도라고 하는 자연현상을 통해 측정할 수 있는 값으로 대체된 현재--1889년 제작된 프로토타입은 아직도 질량 프로토타입과 함께 금고에 보관되어 있긴 하다--인위적 제작물에 의존해야 하는 질량의에 대한 불신이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과학자들은 쪼잔하다.
차라리 갯수를 세자
그리하여 2005년 국제도량형위원회가 열렸을 때, 새로운 질량 표준을 2011년까지 채택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새로운 질량 표준을 채택하자는 결의는 쉽지만, 새로운 질량 표준을 무엇으로 삼을 것이냐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세상에서 가장 둥근 공이 등장한다. 이름하야 아보가드로 프로젝트. 아이디어는 이렇다.
1) 일단 실리콘으로 공을 만든 후 부피를 측정한다.
2) 실리콘의 원자 간격을 X선으로 측정한다.
3) 위의 두단계를 통해 실리콘 공의 원자 갯수를 계산한다.
4) 3)의 원자수에 실리콘의 원자 질량을 곱하여 실리콘 공의 질량을 결정한다. (이 단계에서 아보가드로의 수가 6.02214179×1023으로 정의된다.)
5) 기존의 프로토타입의 질량에 맞춰 실리콘 공을 갈아낸다.
실리콘을 이용하는 이유는 원자 간격을 측정하는 데에는 단일순결정 물질을 필요로 하는데, 실리콘은 이런 특성을 비교적 쉽게 만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그래야만 부피와 X선을 통해, 무게와는 전혀 무관하게 원자의 갯수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실리콘 동이원소와 관련한 문제가 조금 있는데, 일단은 실리콘-28만으로 구성된 공을 만드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정도로 넘어가자.)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더. 실리콘으로 1kg을 정의한들, 현존하는 프로토타입처럼 앞으로 이 질량이 변하지 않으리란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윽, 날카로운 녀석. ㅡㅠㅡ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실리콘의 경우 쉽게 산화되기 때문에 질량 변화의 요인이 더 많다. 즉, 실리콘 공은 불변의 프로토타입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원자수를 셈으로써 재생해낼 수 있는 질량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과연 문제 해결?
사실 질량 표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질량을 정의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 질량을 필요할 때 꺼내 쓰느냐이다. 예를 들면, 탄소-12 원자 50,184,508,190,229,061,679,538개를 1kg으로 정의를 하면, 1kg은 정확히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어떤 물질의 질량을 1kg과 비교해서 얼만한지 측정해야 할 경우 1kg 표준을 쉽게 재생할 수 없다는 거다. (길이와 시간은, 믿거나 말거나, 재생해내기 비교적 쉽게 다르다.) 무슨 수로 탄소 50,184,508,190,229,061,679,538개를 뽑아내느냔 말이다.
실리콘의 경우 결국은 위의 방법으로 그 갯수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실험실에서 재생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플랑크 상수나 전하량을 통해 질량을 정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래서 결론은? 에... 없다. 아마도 2011년까진 기다려야할 듯하다.
@ 힘차게 시작해서 맥빠지게 끝나는 결말, 과학 이야긴 역시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건가?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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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이 블로그는 hazelle이 알려줬어요.
재밌어요. 엄청 지루할 뻔한 소재를 무지 재밌게 설명하시는 재주가 있으셨군요.
'우리의 쪼잔한 과학자들..'에 속할 님. 낼도 서울 오시나요?
뵐 수 있길 바래요 ^_____^
불행히도 내일은 못 갑니다. 뭐, 금방 정신 차릴 것 같지 않은 이 정부, 다음에 기회는 또 있겠죠. ㅡㅠㅡ
차라리 정치 얘기가 낫겠는걸... -_-; ( ..);
왜 내숭 떨고 그러십니까? 그냥 재밌으면 재밌다고 하세요. ㅡㅠㅡ
저기..팬이예요!! 깔깔깔.. >_<
몇 달 전 김규항 선생님 글에 트랙백 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한국사회>보고 반해서 거의 매일이다시피 들어와 기웃거리고 있어요. 지난 블로그 글들도 보며 많이 배우고요. 이런 얘길 하는 이유는..힘내서 글 자주 써주십사 해서요. 저 같은 생각이신 분들 많으리라 생각해요. 냐하하~ ^^
재밌게 봐주신다니 고맙습니다. ^^,,
@ 자, 이제 팬클럽을 만들 때가 됐구나. ㅡㅠㅡ
what the heck.... -_- I also prefer Jungchi;;;
뭐야 언니 한글 볼 수 있는 거였어?!! 나 괜히 영어로 댓글 달았네. -_-
영도야 팬도 있고 좋겠다. ㅋㅋ
MIA// 거짓말인 거 다 알아요.
벨로// 팬 있는 걸로 치면, 김화백님만 하겠습니까? ㅋㅋ
'요청' 내지 '도발'은 다분히 쥔장 취향의 자의적 해석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뭐 '기대' 정도라면 딱히 부정하지는 않겠네. 그러나 사실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말하자면 '둥둥둥'이랄까; -ㅅ-
2007: http://www.csiro.au/news/PerfectKilogramMediaRelease.html
2006: http://linkinghub.elsevier.com/retrieve/pii/S0263224106001643
2005: http://www.aist.go.jp/aist_e/annual/2005/highlight_p06/highlight_p06.html
@ 내년에 기사 또 나온다에 한 표
아니, 저야 업종이 업종이라지만 형은 대체 이런 걸 왜? 뭐, 기사야 조금 관심 있으면 접할 법도 한데 엘시비어 링크는... 그저 존경합니다. ㅡㅠㅡ
영도/ 아놔 뭐 그런 오해를;
IT 업계에서 온라인 정보를 얻는 방식은 99% 검색 엔진 기반이셈. (which means) 정보 유통 과정에서 굳이 재래식 모델이 함축하는 컨텍스트/소비 패턴을 상정하실 필요는 없다고나 할까.
@ ..검색하니 걍 나오든데? -ㅅ-
그리고 1kg
ㅋㅋㅋㅋ 완전 웃었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