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부터 어제까지 시카고에 학회차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돌아간 시카고에서 보낸 시간들은...

즐거웠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학생이 아니라 포닥이지만, 어쨌거나 학회 기간에 때맞춰 뜬 PHD Comics



진실을 고백하자면, 먹느라 바빴다. ㅡㅠㅡ 이하는 시카고에서 먹고 온 음식들.

8월 5일 저녁 The Edgewater Lounge에서 Jamaican Jerk Chicken Breast Sandwich
8월 6일 점심 Al's Deli에서 Cuban Sandwich(roasted pork and baked ham on baguette w/
           swiss cheese, pickle, yellow mustard and aioli)와 Wild Rice and Mushroom Soup,
           Butter Cookie
8월 6일 저녁 Heartland Cafe에서 Tamari Maple Chicken (이날따라 고기가 터벅해서 실망 ㅠ.ㅜ)
8월 7일 점심 Al's Deli에서 Choi Sandwich(smoked turkey on baguette w/ Jarlsberg cheese,
           lettuce, tomato, onion, graniny mustard and aioli)와 Leek and Potato Soup,
           Spice Cookie
8월 7일 저녁 장충동 족발에서 미국산 쇠고기 뷔페 ㅋㅋㅋ
8월 8일 점심 Piece Brewery & Pizzaria에서 Goat Cheese Pizza와 Pepperoni / Sausage Piazza
8월 9일 저녁 Cross Rhodes에서 Chicken Souvlaki와 Greek Fries
8월 10일 점심 Al's Deli에서 Hard Salami Sandwich on baguette w/ swiss cheese, lettuce,
           tomato, onion and yellow mustard)와 Spice Cookie
8월 10일 저녁 Mt. Everest에서 인도+네팔 음식, 단체로 여러가지를 시켜서 나눠 먹음.
           식사 후 Hopleaf에 가서 맥주 마심.
8월 11일 점심 Al's Deli에서 Dill Havarti Sandwich on seven grain bread w/ lettuce, tomato,
           grainy mustard and mayo와 Cream of Mushroom Soup, Butter Cookie
8월 11일 저녁 Ethiopian Diamond에서 Assa Watt 외 여러가지를 시켜서 친구들과 나눠 먹음.
8월 12일 점심 Cozy에서 Crab Rangoon과 Lard Na
8월 12일 저녁 Pete Miller's에서 New York Strip Steak
8월 13일 점심 Al's Deli에서 Cuban Sandwich와 French Onion Soup, Butter Cookie
8월 13일 저녁 Hema's Kitchen에서 Chicken Vindaloo

Evanston Chicken Shack에서 통닭, Hot Doug's에서 핫도그, Carmen's에서 시카고 스타일 피자, Billy Goat Tavern에서 햄버거, 대양장에서 깐풍기, 조선옥에서 차돌배기 등등은 못 먹고 왔다. orz 유학생 시절에 한국 오면 만나야 할 사람 다 못 만나고, 먹어야 할 거 다 못 먹고 돌아가야했던 그 기분... ㅠ.ㅜ 시카고 또 가야겠다. ㅡㅠㅡ


@ 위에 언급된 식당/바들을 간단히 평가하자면
  1. Heartland Cafe ★★★, hippie cafe로 음식보다도 분위기 때문에 가볼만함.
  2. The Edgewater Lounge ★★★☆, 음식도 제법 맛있지만 맥주 때문에 가볼만한 곳.
  3. Mt. Everest ★★★☆, Hema's Kitchen에는 못 미치지만 양질의 인도+네팔 음식점. 에반스턴에 있어서 학교 다닐 때는 가까워서 좋았음.
  4. Cozy ★★★★, 에반스턴에 있는 싸고 맛있는 타이 음식점. 가격대 성능비로는 단연 으뜸.
  5. Cross Rhodes ★★★★, 에반스턴에 있는 작은 그리스 음식점으로 이곳 Greek Fries는 꼭 먹어봐야 함. 단점이라면 이 Greek Fries가 갈 때마다 맛이 조금씩 다름.
  6. Pete Miller's ★★★★, 에반스턴에 있는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 꽤나 비싼편이라 보통 스테이크는 잘 안 먹었고 가서 빵을 곁들여 랍스터 비스크를 종종 먹던 곳. 랍스턴 비스크는 매우 훈륭. 이번에 학회 마지막날에 Halperin 교수님 졸업생 동창회를 이곳에서 했음. 맛보다도 가격 때문에 점수를 조금 잃었음.
  7. Piece Brewery & Pizzaria ★★★★☆, 직접 양조한 맥주와 피자를 파는 가게, 시카고 스타일 피자가 아닌 크러스트가 얇은 피자를 파는데 시카고에서 먹어본 피자 중 제일 갠춘함. 물론 이곳 맥주도 탁월.
  8. Ethiopian Diamond ★★★★★, 시카고에 있는 이디오피아 음식점, 이곳의 생선 요리 중 Assa Watt는 감동. 이디오피아 음식점은 많이 안 가봤지만 (두군데 가봤음) 너무 맛있어서 다른 곳 안 가봐도 된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는 그런 곳 중 하나.
  9. Hema's Kitchen ★★★★★, 아마도 시카고에서 가장 맛있는 인도 음식점이 아닐까 함. 닭고기 빈달루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내 알 바 아님.
  10. Hopleaf ★★★★★, 시카고에서 가장 다양하고 질 좋은 맥주를 파는 바 중 하나.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미국내에서 가볼만한 바 50선에 선정된 적이 있을 정도. 단점이라면 사람이 항상 바글바글하다는 점. 그렇지만 제공하는 맥주들이 너무 탁월해서 용서가 됨.
  11. Al's Deli ★★★★★, 그리고 Al's Deli. 내 6년반 유학 생활 중, 집, 학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일 듯. 이젠 그냥 너무 애틋하달까나... 맛도 물론 훌륭하지만 맛 이상의 감동이 남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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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서울에 올라간 김에 저녁에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에 참가했다. 미국 가 있는 동안 효순/미순 추모회, 탄핵, 김선일 사건 등을 모두 바다 건너에서 지켜보기만 해야했던 내게,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3월 20일에 있었던 가장 크고 조금은 과격했던 반전 시위 이전에 수차례의 반전시위가 있었음) 시카고에서 펼쳐진 반전 거리 시위 이래로 처음으로 참가한 대규모 시위였다.


1.

내가 미국과 한국에서 경험한 두번의 집회는 모두 평화적인 가두행진이란 점에서는 같았지만, 경찰의 대응법은 크게 달랐다. 지금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시위는 미시간 애비뉴와 와커 드라이브가 만나는 곳에서 시작해서 시카고 다운타운을 크게 한바퀴 돌고 끝났다. 시위 출발지에 도착해보니 시위대의 동선은 이미 결정돼 있었고, 이에 대한 경찰과의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 시위가 지나는 곳은 차량 통제를 이미 해둔 상태였다. 동선을 따라 좌우로 경찰이 간헐적으로 눈에 띄긴 했지만 이는 운동 경기장이나 콘서트장 등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안전을 위해 약간의 경찰을 배치해두는 이상은 아니었다.

반면에 서울의 경찰은 괴상한 집시법--정확한 집시법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 찾아보기 조금 귀찮기도 하고--을 핑계로 불법 시위 단속이란 핑계로 닭장차와 전경을 배치, 거리 곳곳, 특히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막아놓고 시위대를 사냥감 몰 듯 살살 몰아서 가둬둘 생각이었던 듯하다.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길 바란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물론 그게 안 되자 살수차와 특공대가 동원되는 엽기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이쯤에서 '근조, 대한민국' 한번.


2.

2003년의 시위에 절박함은 없었다. 부시 정부에 대한 불신과 염증이 있었지만, 당시에 정부가 행사하는 폭력의 대상은 지구 반대편에 있었다. 그 전쟁에 반대하던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책임감을 느꼈을지언정 이게 정말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라는, 이 전쟁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없었다. '나는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지는 않았다'는 자기만족 따위를 느끼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 시위에 두번 다시 나갈 수 없었다.

어제의 시위는, 길거리에 자리 깔고 앉아 떡, 김밥, 맥주를 까먹으며 소풍 나온 듯한 사람들, 유모차를 끌고 미는 젊은 부부들, 십대의 반항기를 분출할 더없이 좋은 출구를 찾은 듯 신나 보이던 교복 차림의 학생들, 그리고 이번 시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우리의 예비군 등 다양한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웃고 즐기느며 거리를 활보하는 여유로운 모습 속에서도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이들에게는, 그리고 내게는 이명박의 백기투항 내지는 퇴진을 향한 진심어린 염원이 있었다.


3.

이쯤에서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는 간단한 사실은 날 항상 걱정스럽게 만든다. 이는 만명이 있으면 만가지 의견이 있는 게 정상이라는 내 평소 지론과 맞물려, 나로 하여금 항상 여론의 왜곡에 대한 불안(?)을 갖게 만든다. 뭐, 아주 간단한 예로 내 주변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만큼이나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지자자들이 많지만, 국민 여론의 현실은 이런 내 주변 상황과 전혀 다르다. 따라서 나와 정치적 목적을 공유하는 흐름을 읽게 되더라도 이게 전체 여론의 어느 정도를 반영하느냐의 의문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물론 어제처럼 수만명의 사람들이 한가지 목적을 위해 운집하기 위해서는 (경찰 추산 4만, 집회 주최측 추산 10만이라는데 내가 봤을 땐 5만명에서 7만명 사이였을 것 같다. 시카고 마라톤시 출발점에 3만 5천명 정도가 운집하는데, 그 두배를 넘을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솔직히 집회 추최측 또한 경찰측이 거짓말을 하는 것과 똑같은 동기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다. 내가 항상 객관적이지 않듯이, 나와 정치적 목적이 같은 사람들이 매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과 정치적 의견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그보다 수십-수백배 많아야 하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력의 의중을 헤아리는 일은 항상 조심스럽다.

이런 나의 불안을 어제 저녁 택시 기사 아저씨와 다른 사람들도 아닌 내 가족들을 통해 환기해야만했다. 철저하게 체제순응적인 어머니는 내가 광화문 앞에 있단 사실을 알고는 성을 내며 얼른 귀가 명령(?)을 내렸다. 생까고 버텨볼까 하다가 계속되는 귀가 강요 전화(?)에 결국은 경복궁 앞에서 전경과 대치하고 있는 시위대를 뒤로 하고 시위장을 떠났다. 자정을 넘어 시위가 슬슬 과격해지는 조짐을 보이던, 진짜 사람 머릿수 하나라도 더 보태야할 타이밍이었던 터라 돌아서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렇게 광화문 앞에서 택시를 잡아탔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는 '집회도 아니고, 데모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거리들이냐'며 무척이나 짜증을 내셨다. 그렇게 고모집에 돌아가서 만난 내 가족들 중 그 누구도 내편이 아니었다. 특히나 전경 출신인 사촌동생은 쌍욕까지 섞어가며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쏟아냈고, 울 엄마나 고모는 그런 사촌동생의 불만에 적극 동조하셨다.

엄마나 고모, 사촌동생 중 그 누구도 지금 이명박이 잘 하고 있다고 여기진 않으신다. 아마도 택시 기사 아저씨도 이명박이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으시리라. 그렇지만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들을 보호할 누군가가 있다면 그 누군가는 정부라고 믿고 있다, 정부에 '반항'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집회에 안 나가고 가만히 있었으면 왜 살수차를 뿌리고, 왜 연행하겠냐는 거다.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체제 전복을 꿈꾸는 데모꾼들의 사치품 정도로 믿는 이들에 맞서 나는 무기력했다. (자유와 권리라는) 사회적 이상이 아무리 고매할지언정, (통제된 도로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택시를 몰거나, 전경 출신이라는, 혹은 전경의 고충을 모성애를 통해 경험하는) 개인의 체험을 넘어서는 사회적 이상을 갖기란 그렇게나 어려운 거다.


4.

이들의 모습위에 포개지는 지금 떠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명박이 자신의 하야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제안을 하는 것. 이렇게 될 경우, 사실 지금의 촛불 집회 세력이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의 실망스러운 정책들로 국민들에게 불만이 쌓여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모두 이명박 퇴진을 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중들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치우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는, 이명박의 강수에 움찔하며 그 자리에서 집회에서 이탈하는 세력이 조금 나올 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제로 국민투표를 한다면 그 준비한답시고 최소 2주는 걸릴 텐데, 그 사이에 집회를 계속 할 수도 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집회를 계속할 경우, 방금 언급한 두 세력이 '국민투표하기로 했으면 되지 왜 계속 저래?'라며 반정부 집회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수 있다는 거. 반면에 그 기간 동안 집회를 쉰다면 반정부 정서가 냉각될 수도 있다는 거. 물론 전제 조건 하나는 그 2주 가량 이명박이 납작 누워 자살골을 넣지 않아야겠지. 워낙에 무식한 양반이라 그 정도도 못참을지 모르긴 하지만, 참모진이 조금만 똘똘하다면 그 정돈 통제하겠지. 사실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국민들 사이에서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아무리 무능해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어'라는 감성적인 사고는 안타깝게도 전염성이 강하다. 대통령의 하야를 국민투표를 통해 할 경우, 그 정치적 책임이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리하여 국민투표 결과 이명박을 붙여놓자는 결과가 나올 경우, '거봐라, 그렇게 반대하고 날뛰더니 결국 한줌밖에 안 되는 놈들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냥 날 뛰는 바람에 괜히 쫄았다'라며, 앞으로 모든 정책을 강행할만한 강력한 핑계거리를 제공하게 된다는 거다. 그 이후로는 모든 국민적 반대가 소수의 날뜀으로 치부될 테니까... orz 정말 불도저를 보게 될 거다. 지금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 중 가장 강경한 주장을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실질적으로 조정이 필요한 세부 정책 문제에 대한 물타기를 하는, 아주 고도의 정치적 움직임이다.

다행히도, 어쨌든 이 시나리오는 이명박 입장에서 위험 부담도 그만큼 크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정말 쪽박. 이제 겨우 취임 100일에 좀 심한 강수이긴 하다. 그런데 앞으로 퇴진 압력이 정말 강력해지면, 바로 하야하는 대신에 국민투표를 제안할 가능성은 충분. 그때가면 밑져야 본전이니까.


5.

한때는 내 목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무게감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내 개인의 힘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힘은 아무리 크다해도 충분히 크지 않다. 대통령 조차도 결국은 저지경으로 코너에 몰리고 말았잖은가. 지식인이랍시고 펜을 아무리 휘갈겨도 그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경우는 없다.

4.19도, 6월 항쟁도 어느 강력한 개인의 의지나 필력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때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건 개개인이 자신의 미약한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각오하고도, 그 힘을 보탤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의 현실이 답답하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하는 거다.

4.19 때나 6월 항쟁 때 본인은 손가락 하나 까닥 안 하고도, 그 열매를 얻어먹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그런 경험은 '굳이 내가 아니어도'라는 생각을 키우게 만들었을 거다. 조금 패배주의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 때문에 움직이기 싫다면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그것 또한 그들의 자유다. 그렇지만 그 작은 힘을 보탤 용기를 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만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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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연설문을 소개하기에 앞서, 오바마라는 정치인의 탄생 배경(?)을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기에 오늘은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19세기말, 20세기초 시카고,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미국 대도시들의 정치판은 political machine이라고 표현되는 지독한 정경유착과 보스 중심의 정당정치로 구조화되어 있었다. 1940년대에 대대적인 시민운동으로 대부분의 머신들은 와해되었는데, 이런 움직임에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남은 머신이 바로 시카고 머신이다. (참고로 시카고에는 머신이 아직도 조금 살아있다.)

이 당시 시카고 머신의 가장 큰 폐단은 극단적인 인종차별과 흑백분리 정책이 횡행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1970년대에 백인 선거구의 실직률은 0%에 근접한 반면에, 흑인 선거구의 실직률은 25%에 달했다. 또, 흑인 선거구에서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데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는 쓰레기 치우는 일조차도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1976년 당시 20녀 이상 장기집권 중이던 시장 리처드 조세프 데일리--현 시카고 시장인 리처드 마이클 데일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가 사망한다. 차차기(차기의 오타가 아님) 시장 선거에서 반머신 정치인이었던 제인 마가렛 번이 시장에 뽑히면서 시카고 머신이 와해될 기회가 찾아오는 듯 했으나, 번은 당선 후 태도를 돌변 시카고 머신의 똥구멍을 핥기 시작하며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린다. 그렇게 그녀의 임기가 끝나가는 1982년의 민주당 경선. 이때에 등장한 인물이 시카고 최초의 흑인 시장이 될 해롤드 워싱턴이다.

경선 과정에서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과정하며 결국은 소득세 연말정산을 하지 않았다--세금을 내지 않았다가 아니다!--는 이유로 잠시 감옥에도 다녀오고, 미혼인 사실을 들먹이며 동성애자라는 근거없는 소문도 나돌은 데다가, 게다가 변호사직을 박탈당한 이력(변호사직을 박탈당한 이유는 모름)까지 거론이 되는 악재 속에서도 직설적이고 호소력 있는 언어로 흑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I can't believe there's no redemption. But that redemption is not gonna come out in hatred, it's gonna come out in positive attitude toward our fellow man. We've come into the 1980's with an understanding that we have not just a right but a responsibility to give the best that we have to a society. We wanna give it. And we're gonna give it if we have to beat'em across (중략) even if we have to knock'em down and make'em take it, we're gonna give it to'em.

그런 와중에 현재 시카고 시장인 리처드 마이클 데일리가 경선에 출마하면서 당시 시장이던 제인 번과 백인표를 나눠먹는 덕분에 워싱턴은 경선에서 가까스로 승리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시카고에서 민주당 경선 승리는 시카고 시장 당선과 같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 선거가 펼쳐지자 백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거 민주당을 이탈하여 공호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정도로 당시 시카고의 흑백 갈등은 심했다. 간신히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워싱턴은 시카고 머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켜 나가며 인종간의 갈등을 풀어나간다.

워싱턴이 비록 시장이 되었다고는 하나 당시 시의회는 대다수가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를 철저하게 따돌림으로써 그의 인사와 정책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기 시작한다. 그 속에서도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공명정대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흑인 선거구에도 백인 선거구와 똑같은 횟수로 쓰레기를 치워주는 정책을 시행하려고 하면 시의회에서 딴죽을 건다. 그럴 경우 그는 백인 선거구를 찾아가 왜 멀쩡히 잘 치워지던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는지 시민들에게 설명을 함으로써 시의회를 궁지로 모는 것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반대 세력 시의원들을 한명씩 차례로 설득해 나가는 노력도 빼먹지 않았다.) 그런 그의 태도가 백인들에게 먹힐 수 있었던 건 그가 흑인거주지역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면서도, 흑인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그 동안의 불이익을 해소하는데 힘썼을 뿐이다.

I say it again, every group when they get population ascendancy, as night follows day, they decide, without malice to anybody, not angry to anybody, that it is their turn! Period! That's all. Ain't nothing wrong with that. I made that statement two months ago and they said it was racist. But they left out most of the statement that Irish do it, Polish do it, Jewish do it, and every intelligent group on earth, which is every group, does it. And we do it. And we should do it. It's just that simple. I hope the press gets it right this once.

머신 정치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이 속한 정치세력에게 공적사업을 맡기는 등의 관행을 통해 그 세력에 사회/경제적 부가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풍토 속에서 그의 참모들은 그가 흑인 지역구에 보다 많은 혜택을 돌려주리라 기대했으나 그는 그런 그들의 기대를 철저하게 저버린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주변에 포진해있던 흑인 정치인들은 그런 그의 태도에 실망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으나, 흑인 서민층은 그를 전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받아온 불이익이 워낙 많았기에, 그런 불이익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이미 그에게 보낸 지지에 대한 보상이 충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공명정대함이 백인들이 막연하게 갖고 있던 흑인 정치세력의 성장이 보복정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을 없애주었다. 그리고 오바마는 시카고의 이런 토양 위에서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1983년, 워싱턴이 시카고 시장으로 취임한 해에 컬럼비아를 졸업한 오바마는 뉴욕에서 일을 하다가, 워싱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2년 후, 1985년 시카고로 가서 community organizer로--아직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개념이 없는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개념/직책이다--정치활동을 시작한다.

워싱턴은 데이빗 액셀롸드라는 정치 고문을 두고 재선에 도전, 성공하지만 그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하고 몇달 후, 1987년 11월 심장마비로 급사하고 만다. 그가 자신의 계획(?)대로 시카고 시장을 20년간 했더라면, 시카고는 물론 미국의 정치 풍토가 대대적으로 뒤바뀌었을 것이고, 그는 오바마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었으리라.

그렇지만 워싱턴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1996년부터 일리노이 주의원으로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돌입한 오바마는, 2004년 일리노이주 미국 상원의원 민주당 경선에서, 워싱턴이 초선에서 백인표의 8%, 재선에서 20% 밖에 얻지 못했던 시카고 북서부의 10여개 선거구 중 단 한곳만 빼고 모두 승리하며, 워싱턴이 시카고에 남기고 간 유산을 남김없이 물려받으며 그의 정치적 후계자로 자리매김한다. 흥미롭게도 현재 미국 대통령 후보 민주당 경선을 치루고 있는 오바마의 정치 고문 역시 데이빗 액셀롸드이다.

인종차별의 벽을 허무는 것은 모든 흑인 정치인에게 중요한 과제이지만, 워싱턴을 보며 정치인으로 커온 오바마에게 시카고에서 워싱턴이 해낸 일을 미국 전역에서 자신이 할 차례라고 믿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배경 위에서 이번 필라델피아 연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This American Life 2007년 11월 12일 방영분,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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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카고 마라톤이 열렸다. 선착순 4만명 등록인데 등록 마감을 놓치는 바람에 orz 올해는 못 뛰고 말았지만 대신 구경하러 갔다. 이번 대회 이야기를 더 풀어나가기 전에 일단 역대 최고 마라톤 기록 20위까지만 살펴보자.

역대순위기록이름국가대회대회순위대회일
12:04:55Tergat, PaulKENBerlin19/28/03
22:04:56Korir, SammyKENBerlin29/28/03
32:05:38Khannouchi, KhalidUSALondon14/14/02
42:05:42Khannouchi, KhalidMARChicago110/24/99
52:05:48Tergat, PaulKENLondon24/14/02
62:05:50Rutto, EvansKENChicago110/12/03
72:05:56Khannouchi, KhalidUSAChicago110/13/02
82:06:05da Costa, RonaldoBRABerlin19/20/98
92:06:14Limo, FelixKENRotterdam14/4/04
102:06:15Munji, TitusKENBerlin39/28/03
112:06:16Tanui, MosesKENChicago210/24/99
112:06:16Takaoka, ToshinariJPNChicago310/13/02
112:06:16Njenga, DanielKENChicago210/13/02
112:06:16Rutto, EvansKENChicago110/10/04
152:06:18Rutto, EvansKENLondon14/18/04
152:06:18Tergat, PaulKENChicago410/13/02
172:06:20Gebrselassie, HaileETHAmsterdam110/16/05
182:06:23Cheboror, RobertKENAmsterdam110/17/04
192:06:33Thys, GertRSATokyo12/14/99
192:06:33Rotich, MichaelKENParis14/6/03

상위 20위까지 기록 중 시카고가 8개, 베를린이 4개, 런던이 3개, 암스테르담이 2개, 로테르담, 도쿄, 파리가 각각 1개씩의 기록을 갖고 있다. 시카고, 베를린, 런던, 로테르담, 암스테르담 등은 코스가 비교적 평탄해서 기록이 잘 나오는 코스로 다들 유명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대회들이 모두 1960년대 후반까지 좀처럼 깨지지 않던 2시간 10분벽이 허물어진 이후에 시작된 대회들ㅡ시카고(1977), 베를린(1974), 런던(1981), 암스테르담(1976), 로테르담(1975)ㅡ로 그 이후의 급격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세계 기록 갱신을 주도해 나가면서 경쟁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해나갔다는 점.

작년 시카고 마라톤은 10월 9일에 열렸는데 대회 시작전 꽤나 쌀쌀한 날씨로 좋은 기록이 기대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날씨가 풀려 2시간 7분 2초의 기록으로 끝났다. 2001년 이래로 줄곧 10월초에 열리던 대회를 올해는 다시 10월말로 밀었는데, 이는 세계 기록을 유치(?)하기 위한 주최측의 의도가 숨어있는 게 아닌가라는 추측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의 경우 대회 내내 쌀쌀한 기온이 유지되긴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면서 장거리 달리기에 아주 고약한 날씨가 계속된 데다가 바람으로 인해 체감기온은 실제 기온에 비해 많이 떨어지면서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우승자는 케냐의 ROBERT K. CHERUIYOT로 2시간 7분 35초를 기록해 작년보다도 조금 저조한 기록. 우승자가 결승점을 통과하면서 스텝을 잘못 밟아 쭉 미끄러지는 헤프닝(?)이 발생하기도. 이 동영상도 곧 유튜브에 올라오지 않을까 싶은데, 찾게 되면 올릴 계획. ^^,,

아무튼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아는 사람들 중에 뛰는 사람이 없던 터라 그냥 우승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6.5km, 17km, 40km 지점에서 구경했는데... orz 저 멀리서 나타났다가 눈앞에서 쌩하고 지나가서는 저 멀리로 다시 사라지는 이 괴물들은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음에도 '다다다닥'이라기보다는 '사뿐사뿐'이란 느낌의 힘들이지 않는 듯하고 경쾌한 폼으로 달리는 걸 보노라니 감탄이 절로... 정말 놀라운 것은 40km 지점에서도 6.5km 지점와 똑같은, 전혀 흐트러짐없는 폼으로 달리더라는 것. 너무 가뿐해보여서 얼마나 빠른지 가늠이 안 될 정도. 안간힘을 쓰며 달리는 듯한 폼으로 이들에 비해 1시간 이상 뒤쳐져 들어오는 아마추어 달림이들이 더 빨라보이는 건 정말 신기한 착시현상. 사진도 제법 찍었는데 정리하기 귀찮다. -_-,, 나중에 정리되면 글 수정하면서 올리겠음. (이란 말은 안 올리겠단 말과 같지. ㅡㅠㅡ)

@ 내년 마라톤은 등록 개시하자 마자 등록한다, 아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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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914 Noyes St. Evanston, IL
찾아가는 길: 시카고(에반스턴)에 오면 주인장과 어울린다.
영업시간: 월-일요일 11:00-16:00 (수요일 휴무)


세계 제일의 샌드위치라고 하면 먼저 코웃음부터 치는 사람이 제법 많을 거다. 빵에 햄이랑 채소 조금 넣으면 되는 샌드위치가샌드위치지, 세계 제일의 샌드위치는 또 뭐냐며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할 말은 'Al's Deli(Al's)에서 샌드위치를 안먹어봐서 그래.'

'Al's Deli에서 샌드위치 하나만 먹고 가기 위해서라도 시카고는 와볼만한 도시'라고 자신있게말할 수 있게 만드는 곳, 주인장이 미국 온 이래로 미국에서 한국에 단 한가지 수입하고 싶은 게 있으니 그게 바로 Al'sDeli라고 말 할 수 있는 곳, 아직 이곳에서 대학원을 3-4년은 족히 더 다녀야하는 지금부터 벌써 귀국하고 나면 Al'sDeli에 못 가서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되게 만드는 곳, 그게 바로 Al's Deli.

그렇다. 믿거나 말거나샌드위치에도 품격이 있다. '빵을 썰어 그 사이에 이것저것 바르고 집어넣는다'는 요리법 자체에는 특별할 것이 그다지 없지만,바로 그 빵과 이것저것, 즉 재료의 선별과 준비가 그 품격을 결정한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새로 구운 바게트 빵에 프랑스식그레이니 머스터드와 홈메이드 아이올리(garlic mayo라고도 하는 놈인데 마늘향이 독하지 않게 우러나오는 이 마요네즈는 진짜한번 맛 보면 죽음이다, 죽음, 너무 맛있어서)를 바르고, 역시나 당일 아침에 배달되는 싱싱한 채소--상추, 양파에 토마토는 on the side로--와 엄격한 미(味)적/질적 기준으로 고른 (스위스 또는 얄스버그) 치즈, 훈제 칠면조살 슬라이스를 넣은Al's Deli의 smoked turkey on baguet 샌드위치는 정말 먹어본 자만이 안다.

아니면 추수감사절 시즌에만 추가되는 메뉴 중 하나인 크랜베리-월넛 브레드(통밀빵(이라고 하나?)에 크랜베리위 호두 조각이 박혀 있는 빵인데, 멀쩡히앉아 있다가도 이 빵 생각만 하면 침 나온다, 아니, 질질 흐른다, 흑.)에 디존 머스타드와 아이올리, 상추, 양파, 스위스치즈와 터키, 그리고 토마토는 on the side 역시 최고의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휴무인 수요일을 제외하면, 주인장이 랩에 나가는 날마다 일주일에 4-6번씩 점심을 이곳에서 먹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까짓거 한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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