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 3.
조류독감, 광우병으로 관련 지역의 양계업계, 낙농업계가 타격을 입고 줄줄이 쓰러져 나가고 있고, 새고기/쇠고기를 사용하는 음식점들도 또한 연쇄적으로 나가리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들이 보여주는, 위협이 감지됐을 때 나타나는 생존본능에 의한 방어기제의 신속함과 방어기제가 작동하는데 필요한 생존에 대한 위협의 수위의 상관관계, 뭐, 한마디로 이 방어기제라는 것이 개체, 즉, 내 눈앞에 당장 닥친 위험에만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뿐이라는 사실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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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오늘날 인류의 생태계 파괴로 인한 종소멸 속도가 자연소멸 속도보다 1000배 가까이 빠르고, 이 속도로 가면 30년 내에 지구상의 생물종 수가 현재의 70% 수준으로 떨어질 거라 예측되고 있다. 물론 진화라는 것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거라지만, 진화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환경 변화는 인류를 이 지구상에서 부적합종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다. 그렇지만 이런—나를 당장 위협하지 않는—잘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서는 지극히 둔한 것이 바로 생존본능이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던져넣으면 그 자리에서 뛰쳐 나오지만, 적당한 온도의 물에 던져놓고는 물을 서서히 데우면 그 안에서 물이 끓을 때까지 그저 수영하고 놀다가 죽는다고 한다. 인간도 결국은 이와 똑같은 행동양식을 보이는 셈인데, 사실 인간이 개구리보다 더 미련하다. 조류독감이 돈다고 닭고기는 안 먹으면서, 여전히 10분에 일개종씩 멸종시키는 위험한 짓은 그만두지 않는 걸 보면, 자기가 들어가 있는 냄비에 자기 손으로 불을 지피고 있는 꼴 아닌가. 그러면서도, 그 불을 끌 생각도, 냄비에서 뛰쳐나갈 생각도 안 하는 걸 보면서 개구리만 비웃는다.
인간의 이성이 일정 수준까지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본능을 선별적으로 무시하는 이성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신들이 그토록 자랑하는 이성으로 인해 자멸하고 말 거다. 인간의 이성이 진정 그 빛을 보려면, 본능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생존의 위협에 대한 감각을 보다 날카롭게 세우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빤히 보이는 위험(눈 앞에 당장 닥친 위험)'과 같은 정도로 위험하다는 걸 인식하고, '보이지 않는 위험'을 '빤히 보이는 위험'으로 노출시킬 수 없다면, 우리는 그저 살색 개구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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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잘 읽었습니다만,글 중간에 인용하신 서서히 물을 데우면 개구리가 나올 생각을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상식의 허실이죠. 좋은 글에 좀 더 적절한 비유를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주제넘게 지적하고 갑니다. ^^
아, 그렇군요.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배웠습니다. ^^,, 이것 참, 비유도 비윤데 제목부터 바꿔야 하게 생겼는 걸요.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