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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3 또 다시 주말이다 (1)
일본에서 일주일 조금 넘게 생활하면서 느낀 게, 뭐,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가 평소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언어의 형태로 엄청나게 빨리 프로세싱한다는 거다. 일본어를 못하고 일본에 건너오면서 영어를 '거의' 못하면서 영어권 나라에 와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이 봐와서 크게 문제가 안 될줄 알았다. 말을 못 하고 못 알아들으면 연구실 외에서는 사람들이랑 접촉을 안 하면 되겠거니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달까나...

그런데 누군가와 마주 앉아서 이야길 나누지 못하는 건 뭐, 크게 문제가 아닌데, 까막눈이라는 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식당에 가서 뭘 먹을까 메뉴를 봐도 답이 안 나온다. -_-,, 영어를 거의 못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알파벳은 익혔고, 영어 단어 몇개는 알기 때문에 일정량의 정보는 읽기를 통해 습득이 가능하다. 한국이랑 미국에 있을 때에는, 그런 형태의 정보 프로세싱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럽게 일어나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말도 못하고, 읽지도 못하는 곳에 혼자 똑떨어져보니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_-a

학교 카페테리아는 먹고 싶은 음식을 집어가는 형태라 상관이 없는데, 지난 주말에 동네에 있는 라멘/분식집(?)에 한번 갔다가 엄청나게 당황한 적이 있다. 메뉴판을 딱 집어들었는데, 도저히 해독이 불가능한 거다. 같은 문자가 반복되는 걸 검색해서 옆의 가격이랑 대충 맞춰보면서 이게 라면인가, 저게 라면인가 긴가민가하는데 암호 해독도 아니고... 이 무슨... -_-,,

뭐, 계속 들여다본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주방장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뭘로 드릴까요?'라는 의미로 눈을 살짝 치켜 뜨면서 턱을 들길래 '라멘집인데 이건 있겠지'라는 심정으로 '돈코츠 라멘!' 다행히도 '돈코츠 라멘? 하이'하면서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길래 '뭐, 돈코츠 라멘은 아닐지 몰라도 뭔가 음식은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에 안도. ㅡㅠㅡ 뭔가 되묻기라도 했으면 '못들었는데 뭐 달라고요?' 또는 '아, 그건 취급 안 해요. 다른 거 뭘로 드릴까요?' 중 어느 건지 내가 알 길이 없잖아. -_-,, 그래서였을까? 꽤나 감격스러운 맛이었달까나... (뭐 꼭 그래서만은 아니고 실제로 꽤나 맛이 있었다. 다음에 한번쯤 더 가서 가게--가게가 말 그대로 나무 판자집이다--사진도 찍고, 라멘 사진도 찍어올 생각. 생각해보니, 가게 이름도 모른다. 가게 밖에 일본어가 잔뜩 붙어 있었는데 어느게 가게 이름이었을까? ㅋ)

그나저나 연구소 카페테리아가 문을 닫는 주말이 찾아오니 또 슬슬 걱정이다. 그래서 히라가나, 가타카나음을 인쇄해서 지갑에 넣어놓긴 했는데 과연 뚜시쿵!

@ 뭐, 일단 내일 아침엔 아침 일찍 연구소 나오기 전에 츠키지 수산시장(?)의 그 유명하다는 다이와 스시에 가볼까 한다. 이제 와서 각종 스시 이름을 익히기는 귀찮고, 내일의 키워드는 '오마카세'. 그래, 하루 한 단어로 쇼부닷! ㅡㅠㅡ (점심, 저녁은 어쩔라고? 에, 그게... -_-a 아침 먹고 랩에 나와서 인터넷 뒤져야지. 옛날에--물론 요새도 일당 받고 사는 사람들이 물론 있지만--사람들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더니, 한시간 인터넷 뒤져 한끼 해결할 메뉴를 고르고 그거에 필요한 일본어만 익히는 꼴이랄까. 무...물론 아점으로 3500엔짜리 스시를 먹는 날이라면 나머지 하루는 죙일 굶는 궁극의 비기를 사용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가?)

@@ 늘 신기해하긴 했는데, 요새 부쩍 어린 아이들의 언어 학습 능력에 새삼 감탄하고 있다. 처음 영국 가서 영어를 배울 때를 생각해보면, 사실 어린 아이가 언어를 익히는 과정의 거의 전부랄 수 있는 패턴을 파악하고 그 구조를 분석하는 따위를 사고 능력의 관점에서 봤을 땐 지금 훨씬 나음에도, 실제로 언어를 배우는 데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는 건 꽤나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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