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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
돈의 가치, 그리고 부(富)
일반적으로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원은 자신의 노동력뿐이다. 그 노동이 광산에서 석탄을 캐는 것일 수도 있고,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 동사무소에서 민원을 받는 것일 수도 있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일 수도 있듯이,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결국 그 결과는 무형의 노동력이 유형의 상품이나 무형의 서비스로 변환된다는 거다. 돈이라는 것은 이렇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등장한 또 다른 형태의 자원(resource)일 뿐. 돈이 등장하기 전에도 물물교환을 통한 상거래는 언제나 있어 왔다는 걸 상기하면 되겠다.
결국 한 사회나 국가의 부(富)란 그 사회에 돈이 얼마나 많으냐가 아니라,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노동력이 얼마나 생산성이 높으냐, 즉, 일정량의 노동으로 얼마나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느냐에 달린 셈이다. 여기까지만 써 놓으면 사실 맑스의 노동 이론이랑 통하기 때문에, 자본가는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력으로 일군 결과 중 일부를 정당한 이유없이 착취한다는 결론이 나는데, 여기에 '시간 선호도(time preference) 및 위험 감수(risk taking)'의 개념이 들어가면 자본가의 역할이 꽤나 중요해진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게 될 테니 일단은 맑스의 노동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계속 풀어나가 보자.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부유한 사회는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에 비해 노동력의 가치가 높은 사회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선진국에 가면 인건비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유가 정확히 이거다. "잘 산다 = 노동력이 가치가 높다 = 인건비가 비싸다"인 거다. 그리고 이 '인건비가 비싸다', 이 부분에서 돈의 개념이 다시 들어온다. 앞서서 돈은 다양한 상품과 재화의 가치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는데, 이를 위해 교환 가치를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배 한개로 사과 두개를 맞교환할 수 있다면 배는 사과 2배의 가치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가 많아지면, 매번 한 가지 상품에 대한 다른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일은 성가신 일이다. 이를 위해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의 균일한 척도로서 돈이 등장한다. 즉, 배 한개와 사과 두개의 가치가 같다고 말하는 대신, 배 한개는 천원, 사과 한개는 오백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원'이라는 가치의 척도가 있다면, 이를 통해 다양한 상품의 교환이 훨씬 용이해진다. 그렇지만 이는 대단히 임의적인 가치의 척도로, 한국에서는 '원'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달러'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위안', 일본에서는 '엔', 유럽에서는 '유로'라고 하는 서로 다른 척도를 사용한다. 즉, 배 한개는 천원이기도 하고, 백엔이기도 하며, 1달러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늘날 원, 달러, 유로 등의 법정 불환 통화(fiat money: 쉽게 말해 종이로 된 돈)이라는 가치의 척도를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은화와 금화 따위를 이용했었다. 그리고 여기에 인플레이션의 비밀이 있다.
이미 몇차례 언급했지만, 부라는 건 노동력이 다른 자원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배력을 갖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에르메스별의 화장지 회사 예를 들면서, 화장지의 가격이 떨어짐으로써 에르메스별 사람들이 더 부유해진다고 했는데, 이때 화장지의 화폐 가치가 떨어진 이유는 노동의 화폐 가치를 고정시켜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서는 역사적으로 노동의 화폐 가치가 고정돼 있던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유인즉슨, 금과 은을 화폐로 이용하던 시절, 중상주의 경제학 하에서 사람들은 금과 은이 많으면 부자가 된다고 믿었기에 끊임없이 금과 은을 찾아 헤맸다. 그 결과 노동생산성이 증가하여 상품과 서비스의 질과 양이 다양해짐에도 불구하고, 금과 은의 양도 같이 늘어났기 때문에 상품 가격의 하락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비교적) 고정된 상품의 화폐 가치에 비해 노동의 화폐 가치, 오늘날로 말하면 임금이 꾸준히 늘어난 거다. 결국 유통되는 돈/통화의 양이 사회 전체의 부를 결정한다는 착각 때문에 늘어나는 노동 생산성과 맞먹는 통화 공급이 꾸준히 있어 왔다. 오히려 통화 공급량이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보다 많아서 이들의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에 길들여진 이상, 이를 되돌리는 일은 쉽지 않다. 이유인즉슨,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에 익숙해 있다면 매년 그와 맞먹거나 그보다 더 빠른 소득 증가를 기대한다. 그런데 어느해에 갑자기 소득이 줄어든다고 하면, 상당한 불만/불안심리가 생겨날 거다. 통화 공급의 축소로 소득 뿐만이 아니라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같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를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고 수긍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부의 척도는 화폐의 양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부=화폐라고 수백년간 길들여졌기 때문에 이 심리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1920-30년대의 대공황의 원인 중 하나로 바로 이 통화 공급 부족을 꼽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당시에도 이미 지폐와 동전을 돈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그 당시의 지폐는 금본위제를 따랐다. 즉,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원하면 언제든지 그 돈을 은행에 갖고 가서 정해진 양의 금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오늘에도 돈을 금으로 바꾸는 건 가능하지만 그 양은 금의 시세에 따라 변한다. 금본위제에서는 금의 시세라는 게 없이 이미 약속된 양이 있기 때문에 돈=금인 셈이다.) 그런데 금이란 건 금광을 찾아 캐내야 하는 것이다보니, 그 양이 쉽게 늘었다 줄었다 하지 않기 때문에 금의 양이이 노동 생산성을 따라 같이 움직이지 못하다보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제멋대로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결국 금본위제는 폐기되기에 이르렀고, 오늘날의 중앙은행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오늘날 이들의 역할은--역사적으로는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차례 변해왔지만--꾸준한 통화 공급 조정을 통한 인플레이션 조절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들에게 '공짜로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권한'을 쥐어준다. 이들이 이 권한을 이용해서 어떻게 통화 공급을 조절하는지는 내일 이어서...
창조적 파괴
돈의 가치, 그리고 부(富)
일반적으로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원은 자신의 노동력뿐이다. 그 노동이 광산에서 석탄을 캐는 것일 수도 있고,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 동사무소에서 민원을 받는 것일 수도 있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일 수도 있듯이,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결국 그 결과는 무형의 노동력이 유형의 상품이나 무형의 서비스로 변환된다는 거다. 돈이라는 것은 이렇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등장한 또 다른 형태의 자원(resource)일 뿐. 돈이 등장하기 전에도 물물교환을 통한 상거래는 언제나 있어 왔다는 걸 상기하면 되겠다.
결국 한 사회나 국가의 부(富)란 그 사회에 돈이 얼마나 많으냐가 아니라,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노동력이 얼마나 생산성이 높으냐, 즉, 일정량의 노동으로 얼마나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내느냐에 달린 셈이다. 여기까지만 써 놓으면 사실 맑스의 노동 이론이랑 통하기 때문에, 자본가는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력으로 일군 결과 중 일부를 정당한 이유없이 착취한다는 결론이 나는데, 여기에 '시간 선호도(time preference) 및 위험 감수(risk taking)'의 개념이 들어가면 자본가의 역할이 꽤나 중요해진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게 될 테니 일단은 맑스의 노동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계속 풀어나가 보자.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부유한 사회는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에 비해 노동력의 가치가 높은 사회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선진국에 가면 인건비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유가 정확히 이거다. "잘 산다 = 노동력이 가치가 높다 = 인건비가 비싸다"인 거다. 그리고 이 '인건비가 비싸다', 이 부분에서 돈의 개념이 다시 들어온다. 앞서서 돈은 다양한 상품과 재화의 가치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는데, 이를 위해 교환 가치를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배 한개로 사과 두개를 맞교환할 수 있다면 배는 사과 2배의 가치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가 많아지면, 매번 한 가지 상품에 대한 다른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일은 성가신 일이다. 이를 위해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의 균일한 척도로서 돈이 등장한다. 즉, 배 한개와 사과 두개의 가치가 같다고 말하는 대신, 배 한개는 천원, 사과 한개는 오백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원'이라는 가치의 척도가 있다면, 이를 통해 다양한 상품의 교환이 훨씬 용이해진다. 그렇지만 이는 대단히 임의적인 가치의 척도로, 한국에서는 '원'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달러'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위안', 일본에서는 '엔', 유럽에서는 '유로'라고 하는 서로 다른 척도를 사용한다. 즉, 배 한개는 천원이기도 하고, 백엔이기도 하며, 1달러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늘날 원, 달러, 유로 등의 법정 불환 통화(fiat money: 쉽게 말해 종이로 된 돈)이라는 가치의 척도를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은화와 금화 따위를 이용했었다. 그리고 여기에 인플레이션의 비밀이 있다.
이미 몇차례 언급했지만, 부라는 건 노동력이 다른 자원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배력을 갖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에르메스별의 화장지 회사 예를 들면서, 화장지의 가격이 떨어짐으로써 에르메스별 사람들이 더 부유해진다고 했는데, 이때 화장지의 화폐 가치가 떨어진 이유는 노동의 화폐 가치를 고정시켜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서는 역사적으로 노동의 화폐 가치가 고정돼 있던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이유인즉슨, 금과 은을 화폐로 이용하던 시절, 중상주의 경제학 하에서 사람들은 금과 은이 많으면 부자가 된다고 믿었기에 끊임없이 금과 은을 찾아 헤맸다. 그 결과 노동생산성이 증가하여 상품과 서비스의 질과 양이 다양해짐에도 불구하고, 금과 은의 양도 같이 늘어났기 때문에 상품 가격의 하락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비교적) 고정된 상품의 화폐 가치에 비해 노동의 화폐 가치, 오늘날로 말하면 임금이 꾸준히 늘어난 거다. 결국 유통되는 돈/통화의 양이 사회 전체의 부를 결정한다는 착각 때문에 늘어나는 노동 생산성과 맞먹는 통화 공급이 꾸준히 있어 왔다. 오히려 통화 공급량이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보다 많아서 이들의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에 길들여진 이상, 이를 되돌리는 일은 쉽지 않다. 이유인즉슨,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에 익숙해 있다면 매년 그와 맞먹거나 그보다 더 빠른 소득 증가를 기대한다. 그런데 어느해에 갑자기 소득이 줄어든다고 하면, 상당한 불만/불안심리가 생겨날 거다. 통화 공급의 축소로 소득 뿐만이 아니라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같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를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고 수긍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부의 척도는 화폐의 양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부=화폐라고 수백년간 길들여졌기 때문에 이 심리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1920-30년대의 대공황의 원인 중 하나로 바로 이 통화 공급 부족을 꼽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당시에도 이미 지폐와 동전을 돈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그 당시의 지폐는 금본위제를 따랐다. 즉,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원하면 언제든지 그 돈을 은행에 갖고 가서 정해진 양의 금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오늘에도 돈을 금으로 바꾸는 건 가능하지만 그 양은 금의 시세에 따라 변한다. 금본위제에서는 금의 시세라는 게 없이 이미 약속된 양이 있기 때문에 돈=금인 셈이다.) 그런데 금이란 건 금광을 찾아 캐내야 하는 것이다보니, 그 양이 쉽게 늘었다 줄었다 하지 않기 때문에 금의 양이이 노동 생산성을 따라 같이 움직이지 못하다보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제멋대로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결국 금본위제는 폐기되기에 이르렀고, 오늘날의 중앙은행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오늘날 이들의 역할은--역사적으로는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차례 변해왔지만--꾸준한 통화 공급 조정을 통한 인플레이션 조절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이들에게 '공짜로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권한'을 쥐어준다. 이들이 이 권한을 이용해서 어떻게 통화 공급을 조절하는지는 내일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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