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2/26 우리는 왜 김연아에게 유독 열광하는가 (6)
  2. 2010/02/26 연아 인정
  3. 2009/06/30 김연아 vs 이소연 (5)
일단 김연아 선수 올림픽 금메달 딴 거 축하할 건 축하하고 이야길 시작하자.

온국민이 한 스포츠 선수에게 이 정도로 열광하기는 90년대 후반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수준급 활약을 펼치던 이후로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 다음에 특정 선수는 아니지만 2002년 월드컵을 빼놓을 순 없겠지.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인(들)이 국제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다는 거다. 집안에서 판검사가 나오면 그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사촌할 것없이 그걸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거랑 꽤나 유사한 심리일 거다. 물론 가족들끼리 모였을 때도 즐거워하며 이야기하겠지만, 그 뿌리에는 결국 자신이 속한 집단--판검사의 예에선 가족, 김연아의 경우엔 국가--이 혹은 그 집단의 구성원이 그 이외의 집단이나 집단의 구성원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한다는데에 있다.

이는 물론 진화론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감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이 작은 부족 단위로 정착하여 농경 사회를 이루면서, 힘에 의한 권력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1 이는 도시 내에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도시가 팽창함에 따라 주변 도시들과 힘겨루기를 하게 되면서 더더욱 중요해진다. 이 당시에 내가 꼭 힘이 세지 않더라도 힘이 더 센 집단에 속한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하나의 권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사회가 팽창함에 따라 애매해진다. 힘센 사람, 예를 들면 오늘날 박찬호와 나 사이의 사회적 공간은 만년전 우리 부족장 및 부족원들과 나 사이의 사회적 공간에 비하면 엄청나게 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앞서 <뇌와 인류>란 제목의 글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그 넓디 넓은 사회적 공간은 200년 정도 묵은 국가관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 하나로만 가득 메워버리고는, 이 만년 묵은 뇌는 여전히 '박찬호는 한국인, 나도 한국인, 그러니까 우리는 같은 편, 다른 편인 니들은 날 함부로 보면 안 돼'라고 똑같이 반응하고 있는 거다. 지난 200년 새에 근대 국가관이 왜 생겼는지는 또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아무튼 뭐, 진화의 속도란 게 원래 좀 느린 편이라 별 수 있나, 꽤나 정상적인 반응이다. 특히 그동안 한국 사람들 중에 다양한 스포츠에서 세계 1위를 해본 사람은 제법 많았지만, 페더러나 우즈처럼 시대를 초월한 수준은 김연아가 처음이니까.

자, 여기서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보자. 내가 세살 때 아빠는 웬 여자와 눈이 맞아 엄마, 우리 형, 나를 버리고 집을 나갔다. 내가 한 열두살 때까지는 생일 때면 그래도 생일 카드 한장 정도는 보내주더니 어느날인가 그것마저도 끊어졌다. 엄마는 어떻게든 형과 나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싶어하셨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됐던 걸 잘 알던 형은 형보다 공부를 잘 하던 날 학교에 보내기 위해 결국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고, 그렇게 뼈빠지게 일해서 나를 대학까지 뒷바라지한 끝에 난 아주아주 성공한 청년 사업가가 되었다. 나의 이런 이야기가 신문에 실린지 얼마지 않아 웬 사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빠였다. "이 녀석 잘 컸구나, 허허허"에서 시작해서,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 아들아. 그렇지만 아빠 얘기도 좀 들어봐"로 이어지는 뻔한 뒷이야기... 경제학에서 무임 승객 문제(free rider problem)라고 하는데, 어느 사회에서고 단물만 빨아먹는 사람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라, 무임 승객이 있다는 사실은 꽤나 정상적이지만,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임 승차를 하려 한다면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래 피겨 스케이팅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김연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이 두가지의 복합이라고 보면 되겠다. 김연아가 나와 같은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러운 건 만년 묵은 뇌가 삽질 중인 거지만, "애국가가 나오면 눈물을 흘릴까요"라고 말하는 건 김연아에게 우리의 존재를 잊지 말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무임 승차 중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이 무임 승차가, 축구에 대해서는 조금 냄비근성이 있긴 해도 그래도 프로축구도 있고, 언론에서도 축구 이야기는 수시로 하는 점을 감안하면 월드컵 때는 조금 덜하고, 박찬호 때는 월드컵 때에 비하면 조금 더 심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는데, 김연아 때에 가서는 중증이 됐다. 문제는 앞서 말한 두가지 전혀 다른 증상을 사람들이 동일한 증상으로 받아들인다는 데에 있다. 앞서 말했듯 만년 묵은 뇌가 삽질하는 건 비교적 정상적인 반응이고 그 자체만으로는 큰 해악이 없지만, 무임 승차를 원하는 건 아주 아주 바람직하지 않고, 당연히 서로 지적을 해줘야 정상적인 부분임에도, 두가지를 동일화하다보면 무임 승차하는 행위를 정상적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거다. 이미 몇년 묵은 이야기지만 황우석 사태 때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었는데, 황우석이란 과학자가 한국에 있어서 자랑스럽다 + 황우석의 과학이 국가에 엄청난 부를 안겨줄 거다--물론 구라로 판명이 나긴 했지만--라는 무임 승객 심보가 여과없이 드러난 케이스에 해당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자, 아래에 자가 진단 테스트가 있습니다. 자가 진단들 해보십시오.

자가 진단 해보기


@ 위 자가 테스트 결과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면 고혈압, 심장마디, 뇌경색 등의 질환이 찾아올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 다시 읽어보니 글 쓰다 귀찮아서 급하게 둘둘 말아버린 티가 너무 나는데. -_-a


1 물리적 힘에 의한 권력에는 뭔가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느낌이 있지만 사실 먹을 걸 찾아 가젤과 물소를 쫓아다니고, 다 익은 열매가 있으면 따먹던 오히려 훨씬 더 원시적인 시절엔 권력층과 피권력층의 관계가 오히려 형성이 되질 않는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작은 무리를 지어서 계속해서 떠돌아다닌다는 점과 잉여--이말을 요새 인터넷에서 잘못 쓰면 오해받는데 -_-a--의 음식물을 축적할 여력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먹을 걸 못 구한 힘센 사람이 먹을 걸 가진 다른 사람의 것을 한시적으로 뺏어 먹을 순 있어도, 언제 어디서 또 만날지 알 수 없는 관계 속에서 토착적인 상하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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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 인정

일상다반사 2010/02/26 17:20
연아, 이쯤되면 피겨계의 로저 페더러 또는 타이거 우즈. (물론 타이거 우즈의 사생활은 빼고 논하자. -_-a) 그렇지만 왜 전 국민이 열광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 아니, 잘 알지만 제발 좀 안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피겨 스케이팅을 좋아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피겨 스케이팅 다들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잖아.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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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이쯤되면 나도 저 아저씨들이랑 동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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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라니, 난 아직 20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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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난, 아...아저씨 맞군. orz


@ 참고로 사진들은 각각 올림픽, 2010 호주 오픈, 2008 US 오픈 때로 각 선수들에게 가장 최근의 메이저 대회 우승 당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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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년은 미뤄둔 뒷북 포스팅. -_-,,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와 우주인 이소연은 전부 비슷한 시기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정체 불명의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김연아와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한국의 space technology 발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소연, 물론 어리고, 날씬하고, 예쁜 김연아와 우주에서의 극한의 환경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하는 남다른 신체조건을 가진 이소연 사이에 실질적인 인기 차이는 꽤나 컸겠지만, 어쨌든 '영웅'으로 만들만한 상징성은 둘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이소연이 우주로 나가기 직전에 TV에서 한 인터뷰가 터졌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우주에 다녀온 후에 돈 좀 벌면 어머니께 아파트 한 채 사드리고 싶다는 내용의 인터뷰였고, 이 발언으로 갑자기 안티가 늘어났고, 실제로 우주에서 귀환 후 예전에 비해 미디어 노출되는 일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아무리 '건장한' 여성이라지만 CF 한두개 정도는 찍을 듯한 기세였는데, 최근에 우주인 이소연을 뉴스 이외의 방송에서 보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피겨 스케이터(최소한 국내에서는)든, 우주인이든 그 성장 과정은 굉장히 사적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연예인이나 정치인처럼 대중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인정 받아야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거다. 김연아나 이소연을 발탁한 집단과 이들을 키우는 과정은, 스케이트를 잘 타는 것이든, 기초적인 과학적 지식을 갖췄으면서 이와 동시에 지구에서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이든 아주 특수한 목적에 적합한 특별한 재능이 요구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주인의 경우 세금이 투입된 사업이기는 하지만, 평생 우주인이기를 꿈꾸던 개인이 세금을 들여서라도 '자신을 우주로 내보내달라'며 사회와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우주인이 된 것이 아니라, 우주인 배출을 기획한 항공우주연구소에서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재능을 뽑았다는 점에서 이소연에게 있어서 우주인이 되는 과정은 사적이었다는 거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느냐를 그녀가 알아야 할 이유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셈.

문제는, 미디어나 정부가 이렇게 사적으로 선발된 재능들에게 본인의 의지 따위와는 무관하게 눈깜짝할 새에 '국가의 위상을 높인다'는 공적인 의무를 부여하며,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영웅에게서 '대의를 위한 자기희생' 따위를 보기를 희망한다. 그런 자기 희생은 대단히 불합리하게도 '개인적 욕망의 거세' 따위를 포함한다는 사실. 그런데 '어머니께 아파트 한 채'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개인적인 욕망이 여과없이 표출될 때에 대중은 배신감을 느낀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런 욕망 자체가 부도덕하기 때문에 사회공통적으로 금기시되는 게 아니라, 그 욕망 자체는 지극히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영웅'이라는 특정 개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대중은 무언가 특별하기를 바랬던 그녀가 우주인이 되기에 적합한 재능 이외에는 평범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한 거다. 그렇게 배신감을 느낄 때, 대중의 의식속에 그녀를 우주로 내보낸 건 국가에 세금을 낸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은 한결 더 또렷해진다.

반면에 김연아는 그 모든 언어들이 진심이든, 단순히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든, 인터뷰를 통해 정확히 대중이 듣고 싶은 바를 전달한다.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자랑스러운 그녀가 그녀의 어머니께 아파트를 사드린 일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욕망이 노골적으로 표출되지 않는 한, 설령 그녀가 어머니께 아파트를 사드렸다 하더라도, 그건 단순히 그녀가 효녀이기 때문이리라.

@ 물론 이 모든 걸 뛰어넘는 단 한가지 잣대는 이소연의 미모일 수도... 이소연이 훨씬 예뻤더라면 양상이 전혀 달랐을 거라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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