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두가지
각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 첫번째는 '이번엔 어쩔 수 없어'라는 예외의 유혹을 떨치는 것.
아주 단도직입적인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주인장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학교에서 생활비(월급)를 받아가며 '빡빡한 유학생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살림살이가 빡빡하다'고 느끼면 나 이외의 존재들을 돌볼 여유가 없어진다는 거다. 그런데 주인장 사는 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혀 빡빡하지 않다. 공연, 영화도 실컷 보러 다니고, 외식도 자주 하고, 술도 틈틈히 먹는다. 운동하는데 필요한 장비에 돈 아끼지 않고, 사고 싶은 책/CD/DVD가 있으면 크게 망설이지 않는다. 약간이라도 돈이 모일라치면 지름신이 강림하시기를 기다리는 대신, 지름신을 소환하는 깡다구도 보인다.
그런데도 막상 남들을 도울 땐 인색해진다. 어디다가 성금이라도 할라치면 '아직은 학생이니까'라며 성금액을 깎고 있다. 그렇게 아낀 돈, 결국은 술값 밖에 안 되는데... 물론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인간이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할 행복추구권을 가진 건 사실이고, 이는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 너머의 고차원적(?) 욕구 해소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음을 뜻한다. 그렇지만 남을 도와야할 때에만 '빡빡한 유학생 살림살이' 생각이 나는 건 실제로 살림살이가 빡빡해서가 아니라 '빡빡한 유학생 살림살이'라는 통념이 자기합리화에 적합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중에 직장생활을 해서 진짜 돈을 벌면'이라고 다짐을 하지만, 그때가 되면 또 적당한 핑계가 생기겠지. '애가 둘이다'라거나 '내집 장만을 해야 한다'라거나... 그 핑계가 뭐가 될진 아직은 모른다. 그렇지만 틀림없이 사회적 통념에 기대 스스로를 예외로 만들려는 몸부림을 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외란 어쩌다 한번 있는 걸 말한다. 늘 '이번엔 어쩔 수 없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세상을 바꿀 생각이 없는 것일 뿐이다.
두번째는 자신이 받은 부조리의 혜택에 대해서도 분노하는 것.
우리는 세상의 부조리에 쉽게 분노한다. 그렇지만 그 똑같은 부조리의 혜택이 내게로 돌아올 때, 우리는 침묵한다. 예를 들어보자. 축의금/혼수 등등 결혼과 관련한 갖가지 병폐에 대해 말이 많다. 길게 한숨을 쉬며 '청첩장=고지서'라는 이야기부터 '남자는 장가갈 때 열쇠가 몇개 있어야 되고, 여자는 뭐가 얼만큼 있어야 된다' 등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막상 내 아들이, 우리 딸이 결혼을 할 때가 되면 '주는 걸 안 받을 수 없다'며 축의금을 걷고, 상대방이 '격에 맞는' 혼수를 장만해주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축의금 고지서를 돌리는 것에서 부조리를 본다면, 그 부조리를 고치는 첫걸음은 '나는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것'이고, 온갖 과도한 혼수가 낳는 사회적 병폐에 공감한다면 그 병폐를 낫게 하는 첫걸음은 내 차례가 왔을 때 '상대방에게 준비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 것, 아니 준비하지 않을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부조리는 그 부조리로 인해 내가 피해를 입기 때문에 고쳐야 하는 게 아니라, 존재함으로써 부조리하기 때문에 고쳐야 하는 것이다. 부조리 안의 내 위치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유미 누나와 굴 형님이 결혼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흔해빠진 모시는 글 대신에
모시지 않는 글로 자신들의 결혼식을 알렸다. '세상을 바꾸는 힘'에 대해 주절거리고 떠들었지만 사실 이런 장황한 설명보다, 이 결혼 하나가 더 가슴에 와 닿으리라. 그래서 말인데, '세상을 바꾸는 힘'은 결국 실천인 거다. 다른 사람들이 연애/결혼하는 걸 부러워한 적은 많지만, 이렇게 뜻이 잘맞는 커플을 부러워한 적은 없었다, 이런 커플은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지만 부러움에 앞서, 이런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을 곁에 뒀다/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두분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빈다.
@ 축복을 빌어줬으니 이제 맘놓고 부러워해야지.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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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한 축하, 넙죽 받겠습니다 ㅎㅎ
과분하다뇨! 암튼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모범/자극이 되어주세요. ^^,, 그건 그렇고 앞으로 말씀 편하게 하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
앗 이런 블로그도 있었단 말이냐!
이런 블로그가 생기고 예전 블로그는 죽어가고 있지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