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 KBS 2TV `상상대결`, 물낭비 논란 해명

제작진의 해명이란 게 "실험을 위해 사용된 모든 물은 갑천 물을 사용했고, 이 물은 다시 갑천으로 흘러들어갔음을 알려드린다"........고? 이바 이바,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고, 지구상의 물/수분의 총량도 보존된다고는 하지만, 그걸 갖고 "인간은 태생적으로 물을 낭비할 수 없는 존재" 따위의 얼또당토않은 존재론적 성찰을 해버리면 어쩌자는 겨? -_-,,

물론 대한민국을 정말 물부족 국가로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말이 좀 많은데, 딱히 자료 찾아보기도 귀찮고, 이 문제에 대한 열정(?)이라면 그저 물이 없네 어쩌네 하는 핑계로 쓸데없이 4대강 정비만 시작하지 말았으면 하고 바랄 뿐인 정도라... 그래도 물 얘기가 나온 김에 몇가지 짚고 넘어가볼까나.


산은 산이고 물은 물

라부아지에 선생께서 일찌기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발견하심에 물이 얼음이 되고, 물이 수증기/구름이 될 수는 있지만, 사실 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물론 라부아지에 선생께서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 뭐, 물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해버린다면 이건 전혀 다른 얘기지만, 반대로 인간은 수소를 태워서--이를테면 힌덴부르크 폭발 사고--물로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적어도 현시점에서 이렇게 날려먹는 물의 양은 없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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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보존 : 결국 입으로 들어간만큼 뒤로 나오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뭄과 사막화에 대한 경고가 늘어나면서 물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게 개발과 성장이 못마땅한 환경론자들의 정치적 수작만은 아니다. 이런 걱정이 일견 합당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일단 물의 총량이 일정하다면, 결국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일인당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 또 하나는 물의 총량이 보존된다는 것과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보존된다는 건 하등의 상관이 없는 개념이니까.


Not all water is created equal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다. 물이 사람한테 중요한 이유야 뭐, 안 마시면 죽는다, 또 손발 씻는 거에서부터 샤워, 머리감기 등 청결을 유지하는 게 위생에 중요한만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는 거, 굳이 말 안 해도 다들 알잖아. 주성분이 H2O냐 아니냐가 문제의 전부가 아니란 말이지. 저 드넓은 바다가 그대의 마음을 아무리 뻥하고 뚫어준들, 그물은 퍼먹어봐야 탈수로 죽을 뿐. 뭐, 기름도 너무 많이 떠 있고... 쿨럭. 콜레라균이 드글거리는 물을 먹고, 그 물로 샤워하고 다닐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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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마실 텐가?


그래서 실상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온지구를 뒤덮는 엄청난 양의 물 중에서 정말 쥐꼬리만큼밖에 안 된다.


돌고 돌고 도는 물

그러면 우리가 씻고 먹는 (이렇게 썼다고 해서 이 순서대로 사용한다는 뜻이 아니란 것쯤은 다들 알겠지? --a) 물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에이, 시시하다. 뭐, 그런 뻔한 걸 질문이라고. 강에서 오잖아. 문명은 강을 끼고 탄생한다는 말도 못 들어봤어? 왜 그랬을 거 같애?"라고 하면 그만...일까? 그럼 그 강물은 어디서 오는데?

물 순환(water cycle 혹은 hyrologic cycle)이라는 게 있다. 앞서 누누히 말했듯 물이 범지구적으로는 보존되지만, 실제로 그 형태와 종류는 계속해서 바뀌는데, 지구상에서 어떻게 돌고 도는지에 대한 설명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 기본 뼈대는 가장 수면이 낮고 양이 많은 바닷물이 증발해서 구름이 되어, 산에다 비를 뿌리면, 그 빗물이 산골짜기 시내를 따라 흐르다 이 시냇물들이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이 흘러 흘러 다시 바다로 간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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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순환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즉, 산에 있는 물은 점점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강으로, 바다로 흘러내려가게 돼 있는데, 어라? 그럼 왜 산에 있는 물이 다 마르지 않지? 이것은 혹시 말로만 듣던 흑마법?

에이, 그럴 리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건 그 위치에너지가 낮아지려는 만물의 이치 때문인데, 가만 놔두면 위치에너지는 낮아지려 하지만 외부에서 일을 함으로써 이를 강제로 높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건물 옥상에서 돌을 떨구면 바닥에 떨어질 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 이 돌은 그 바닥에 그대로 있을 거다. 그렇지만 돌을 떨구기 전에 돌에다 줄을 묶어놓은 상태에서 돌이 바닥에 떨어진 후에 줄을 잡아당기면 이 돌을 얼마든지 다시 옥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게 사람이 힘을 써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물은 가만히 놔두면 바다로 흘러가기만 하겠지만, 태양열이 바닷물은 물론 세상의 모든 물에 에너지를 넣어주면, 얘네들이 증발해서 하늘로 가고, 구름이 되는 법. 이렇듯, 태양이 해수면의 물을 산꼭대기로 끌어올리는 펌프 역할을 함으로써 물순환이 일어나고 그럼으로써 강물이 마르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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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 헬리오스: 우뜬노? 내가 이 정도다.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쥐. 그에 못지 않게 물순환, 혹은 물순환에 있어서 태양의 역할이 중요한 또 한가지 이유는 물의 증발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정화/위생작용 메카니즘이란 사실. 바닷물에는 각종 염분, 플랑크톤, 박테리아들이 드글드글거리지만, 바닷물이 증발할 때는 그런 대부분의 잡것들을 뒤에 두고 거의 물, H2O만이 대기중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이 수증기가 비로 내리면 우리가 씻고 먹을 수 있는 물이 되는 거다. 물론 요샌 환경오염으로 인해 산성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_-a


인류의 똥질

뭐, 결국 따지고 보면 어지간한 건 자연이 다 알아서 해결해 놨다는 말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먹고 씻어야 될 물에 인간이 똥질을 시작한 거다. 응? 그게 뭔 소리?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수세식 변기의 역사는 기원전 2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는 하는데, 변기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하이힐의 기원이 예전에는 길거리가 똥밭이었기 때문이란 얘기들을 감안해 봤을 때 수세식 변기가 대중화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로, 수세식 화장실의 핵심이랄 수 있는 하수도 시스템의 발전사를 감안했을 때 16세기쯤이었을 것 같다.

길바닥에 똥을 싸든, 푸세식 변기를 쓰고, 인분으로 거름을 만들든 수세식 변기 이전의 공통점은 물에다 인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똥질을 해대지는 않았다는 이야기. 물론 어디다 똥질을 해대든 결국 빗물이 씻어내려가서는 결국 강으로 바다로 흐르게 돼 있었긴 하지만, 굳이 수세식 변기를 쓰지 않고도, 빗물에 의존해서 똥, 오줌을 씻어내리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살 수 있었던 건, 대부분의 도시들이 그 당시에 지금보다 인구밀도가 훨씬 낮았기 때문.

문제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도저히 빗물에 의존해서 자연적으로 씻어내리는 방법으로는 똥, 오줌, 설거짓물 등 온갖 오폐물을 처분할 수없게 됨에 따라 위생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하수도 시스템을 만들고, 수세식 변기를 만듦으로써 해결해버린 것. 결국 물에다 똥을 질러 놓고, 상수원은 이로부터 따로 분리해내야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탄생한 거다. "원래 하던대로 하는 게 최고, 똥은 물로 씻어내려야 제맛"이라며 기존 시스템의 스케일만 왕창 키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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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똥부터 싸고 ...


게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기저기서 사막화가 진행됨에 따라 물부족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근데 잠깐? 사막화라는 건 물이 자꾸 증발한다는 이야기잖아. 그런데 아까 물순환 이야기하면서, 증발한 물은 결국은 비로 내릴 것처럼 얘기하지 않았나? 증발만 하고,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의 총량이 보존이 안 되는 겨? 그건 아니고, 아마 두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하나는 기후 변화로 비 내리는 패턴이 바뀌는 게 하나고, 일례로 최근에 가뭄도 늘었지만 홍수도 늘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홍수는 가뭄의 반대임에도 물부족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그 이유는 홍수가 일어날 경우 늘어난 유량이 주변의 온갖 쓰레기를 같이 씻어 내려오기 때문에 수질이 오염돼 홍수 역시 가뭄과 마찬가지로 물부족을 야기한다.

또 다른 이유는 날씨가 더워지면 물의 사용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인간한테 있어서 가뭄이란 건 상수원의 고갈을 말한다. 상수원을 사용하고나서, 똥, 오줌, 떼, 음식물 찌꺼기, 각종 산업 폐수 등등을 하수도 내려보내게 되는데, 하수도에서 정화할 수 있는 용량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상수원에서 끌어쓰는 양이 계속 늘어난다면 결국 상수원은 고갈될 수밖에. 아주 쉽게 말해 먹는 물은 줄고, 똥물은 늘어났다는 이야기.


그래서 어쩌자고?

결국 물은 금속이나 기름 등의 천연자원 고갈처럼 한정된 자원을 계속 파내다가 어느 시점에서 "땡! 인류 멸종의 순간이 왔습니다"라며 바닥을 치면 그걸로 끝이 나는 성격의 자원이 아니다. 문제는 물론 현 시스템에서는 물을 많이 쓰면 쓸수록 상수원을 하수원으로 바꿔버리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이중 가장 치명적인 건 그 사용량에서나 독성에서나 결국 인요와 인분이다.

물을 실컷 길어 와서는 거기다 똥을 암무대기 풀어놓고, 어, 물이 더 없네, 긁적. -_-a 이 그림,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그래서 물을 적게 사용하는 변기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하수도 정화 시설을 향상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물을 전혀 안 쓰는 방법으로 나가는 게 상책.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변을 생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이때 나오는 메탄 가스를 가스레인지에 사용하는 곳도 있다는데, 왠지 똥오줌을 분해한 가스로 요리를 한다고 생각하면 좀 찝찝한가? 그래도 똥물로 밥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아, 그래서 말인데 결론을 말하자면 갑천에서 나온 물 갑천으로 돌아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란 말이지. 핵심은 갑천에서 나온 물 갑천으로 돌아가긴 했는데 "어떤 상태가 돼서 갑천으로 돌아갔냐고"라능.

@ 사실 상상대결을 안 봐서 오염은 안 시키고 그냥 흘려보냈는데, 시청자들이 오바질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긴 하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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