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名不虛傳) : 이름은 헛되이 전하여지는 법이 아니라는 뜻으로 명성이나 명예가 널리 알려진 데는 그럴 만한 실력이나 사실이 있음을 이르는 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하나 없다 : 좋다고 소문이 난 것이 실지로는 별것이 아닐 때에 하는 말.

아주 흔히 쓰이는 이 사자성어/속담은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상충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어떤 진리를 내포하고 있는 듯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얼마전에 키쓰 자렛/게리 피콕/존 데조넷의 공연을 보고는 "히야~ 역시 명성은 헛되이 알려지는 법이 없구만"이라고 말을 하지만 이와 동시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가 참일 수는 없는 법.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크게 두가지 메카니즘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첫째로 인간은 현상에 대한 단순명료한 설명/해석을 좋아한다. 즉,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일반적인 규칙/법칙을 이끌어낸다. 내가 지금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역시 그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개별적인 현상--사람들이 두개의 모순되는 속담을 거리낌없이 사용한다--을 관찰하고, 그 현상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원리가 무엇인가를 짚어내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렇게 발견된 규칙/법칙/설명/해석 따위를 다른 개별적 현상에 적용하길 원한다. 이런 규칙들을 찾아내고, 또 적용함으로써 자신의 "지혜"로움을 뽐낼 수 있다.

그런데, 이 관점에서 보면 앞서 든 두 속담의 예와 같이 눈에 띄게 모순적인 두가지 다른 법칙이 존재한다는 건 다소 기이한 일이다. 왜냐하면 서로 모순이 되는 두가지 법칙을 자기 편할 때에 골라쓰는 건 지혜로워 보이기 보다는 멍청해 보이기 십상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상충되는 두가지 속담은 만들어져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두번째 메카니즘이 동작한다. 그 두번째 메카니즘이란 "두개의 속담을 만든 사람이 서로 다른데 이들이 평생 지극히 상반되는 경험만을 하고 살아서 각자 자신의 겨험에 입각한 법칙을 만들었더니 두가지가 따로따로 논다"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닐 거고 여기서 작동하는 게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다.

확증편향이란 "세차를 하고 나면 꼭 비가 온다" 따위의 통설이다. 이는 세차를 하고 난 후에 비가 온 일에 대한 인상은 강하게 남는 반면, 세차를 하고 나서 한참 멀쩡하게 돌아다닌 일은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모두 기억한다는 건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 매우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히 그럴 법한 일들은 그냥 빨리 빨리 기억에서 지우면 된다. 예를 들어, 어느날 출근했는데, 아침에 출근하면서 집 문을 잠궜는지 안 잠궜는지 도저히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하루종일 불안해서 일은 손에 안 잡히고 안절부절하다 퇴근해서 집에 가보니 문은 멀쩡히 잘 잠겨 있다. 문을 잠근 게 기억이 안 나는 건, 집을 나서면서 문을 잠그는 게 일상이기 때문에, 몸이 자연스레 그 행위를 하지만, 뇌는 이를 특별히 중요한 일로 간주하고 저장해두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형 사고를 칠 경우, 그런 사고에 대한 기억이 아주 슬로우 모션으로 또렷하게 기억되는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면 발을 헛디뎌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경우, 그 떨어지는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물론 죽을만큼 높지는 않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들의 경험 이야기다) 이런 경험은 무척 드물고(귀하고?), 자칫하면 생사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고이기 때문에 그 사고가 일어나는 순간에 대한 온갖 디테일들이 뇌에 저장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에 대한 기억을 들추면 그 다양한 디테일들을 모두 끄집어내는 과정이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지는 거다.1

결국 자신에게 있어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사건들은 실제 발생 빈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기억속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을 한묶음으로 분류하기가 용이해지는데, 이게 확증편향이다. 또한 한번 확증편향을 갖게 되면 이와 상충되는 현상들은 무시하고, 이에 일치하는 현상들만 더 또렷이 기억함으로써 확증편향은 확증편향을 더 공고히 하는 양성피드백(positive feedback)을 갖는다.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성급한 일반화와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뭔가 기대했던 것만큼 훌륭한 것을 보면 "명불허전"이란 말이 떠오르고, 무언가가 기대에 확 못 미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네"라고 아무생각 없이 툭 내뱉게 된다. 그렇지만 뭔가 매우 훌륭한 걸 보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이건 먹을 게 많은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말인데, 속담에 담긴 지혜 따위란 원래 이런 식이다. (눈치 챈 사람들은 눈치 챘겠지만, 이런 한마디도 확증편향되겠습니다.)

@ 아~, 이 얼마만의 글인가?

@@ 제목이 좀 낚시성인가? ㅋㅋㅋ

1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아 설명을 조금 하자면, 애초에는 낙하하는 동안에 시간을 천천히 느끼는 걸거란 가설 하에 실험을 수행했는데, 그렇지는 않더란다. 실험방법은 숫자가 아주 빨리 지나가는 카운터(뭐, 스탑와치 같은 걸 생각하면 된다)를 사람들에게 주고 낙하를 시킬 경우, 실제로 사람들이 자신의 낙하운동을 천천히 인식한다면 카운터의 숫자를 읽을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는 않더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감 낙하 시간은 실제 낙하 시간보다 다들 몇배-몇십배씩 길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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