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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
돈의 가치, 그리고 부(富)
중앙은행과 통화공급
공개 시장 조작
유로화의 등장
우리는 다른 사회 모든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공통의 목적을 지닌 경제 단위를 국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건 사실 경제보다는 정치적인 요인에 훨씬 크게 기인한다. 국가 단위로 군대, 경찰, 소방서 등을 유지하여 국민들의 물리적인 안전을 보장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보해서 경제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는 때로는 일부가 피해를 보고 또 다른 일부가 이익을 보더라도, 국가 구성원 전체로 봤을 때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 인식은, 현존하는 시스템 내에서는 비교적 타당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은 없다.
사실 국가라는 개념은 얼마나 임의적이란 말인가. 물론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중국과도 티격태격하지만, 북한과 우리나라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없다. 그런데 그 긴장감의 원인을 짚어보면 '갈라져 있지만 결국은 합쳐야 하는 한 민족 한 국가'라는 인식 때문에 남한이나 북한이나 상대방이 서로의 체제를 흡수하려고 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이 서로를 더 경계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갖는 공동체 의식은 민족, 언어, 문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한무리의 사람들과 연대하느냐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나뉜 국가라는 가상의 경계에 의해 나뉜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과 남한이 굳이 갈라져 있을 이유도 없고, 이미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합쳐야 할 어떤 상대라고 생각할 이유도 별로 없으며, 백제와 신라가 서로 다른 나라였듯, 호남과 영남이 굳이 한 나라여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일본은 가봤지만 충청도 이남은 한번도 안 가봤다는 서울/경기/강원도 사람도 여럿 봤고, 스시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홍어는 죽어도 못 먹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 조차도 자신의 세금이 새만금 간척 사업에 들어가는 건 조금 배가 아프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일본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건설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꽤나 심하게 반대를 할 거다.
잠깐 다른 이야길 해보자. 최근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가 눈부신데, 이런 중국의 경제 발전에 큰 몫을 하는 건 수출이다. 우리나라도 항상 '내수시장이 작아서 수출만이 살 길이다'는 이야기를 하며 경상수지 흑자폭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건 사실 코메디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수출해서 자국내 인플레이션만 부추기는, 결국 제살 파먹기식 경제 성장을 해왔고, 계속해서 하고 있다.
자, 현대 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백만대 만들었는데, 해외에서 인기가 좋다고, '수출이 우리의 살 길'이란 명분 하에 이걸 전부 수출했다고 해보자. 우리가 흔히 경제 발전의 지표로 삼는 GDP의 측면에서는 현대 자동차가 자동차 백만대를 생산했고, 그걸 다 팔았으니 그만큼 우리나라가 부자가 된 거다. 그런데 자동차들을 전부 수출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아무도 자동차를 못 산다면 그게 어째서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득이 되지? "대신 자동차 백만대 만큼의 달러가 생겼잖아!"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한국인들 입장에선 현대 자동차가 자동차 대신에 달러를 찍어내서 한국 사람들에게 파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앞선 글에서 중국의 예를 들면서 이야길 했지만, '기축 통화인 달러는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달러는 쓸모가 없다. 따라서 달러로 무언가를 사와야, 즉, 뭔가를 수입해야 그 달러가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거다. 달러를 찍어낼 권한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최근 10여년 간의 경험에서도 드러났듯이--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달러로 된 외환보유고를 일정 수준 확보해놓는 게 중요하지만, 무한한 수출이 한국인들의 삶에 도움을 준다는 건 중상주의적 착각이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여서 전세계 자동차와 반도체 시장을 현대와 삼성이 싹쓸이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국인들에게 남는 건 높은 GDP와 한국은행 금고에 쌓아두기로 한 달러 뿐이다.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수출이 살 길이다"의 진짜 의미는 "수출도 많이 하고 수입도 많이 하자"이다. 그런데 "수출만이 살 길이다"에서 "수출도 많이 하고 수입도 많이 하자"로 생각을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나 국가라는 임의적인 경제 구획 단위별로 자꾸 "수출을 더 많이 하자"고 주장하게 되면 이 기류에 휩쓸려서 더욱 그렇다. 결국 유럽에서는 이런 임의적인 경제적 구획이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대단히 불합리하다는 판단하에 이를 허물기 위해 유로존을 짜서, 유로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EU뿐만 아니라 많은 자유무역협정(FTA) 찬성론자들 주장의 경제학적 근간이다. 우리가 서울과 경기도 사이 또는 종로구와 인천 사이에서 누가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적자를 내는지 크게 걱정하지 않듯이, 한국과 일본의 경상수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전 지구적인 거대한 통일된 시장을 만들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서울과 경기도의 차이, 또는 종로구와 인천의 차이로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이든 서울이든 종로구든 다 정치적으로는 유효한 단위이지만 경제적으로 유효한 단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 지당하신 말씀들. 이론적으로는...
실제 세상에서는 우리가 정치적 단위에 따라 세금을 내는 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번 유로화의 위기가 뭐다라고 하나로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위기의 큰 부분은 바로 유로존이 정치적으로 통합이 안 됐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이번 유로화 위기의 진원지로 소위 PIGS(포루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는 남유럽 국가들이 손꼽히고 있다. 이들의 국가의 방만한 국가재정 운영으로 인해 재정적자폭이 지나치게 커졌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들 국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진 투자자/채무자들이 빚갚으라고 독촉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곳이 미국이다. 최근 몇년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역시 빚이 엄청나게 늘었는데--그 동안에도 그런 이야기가 종종 있었지만--최근 들어 캘리포니아가 파산하냐 마냐 말이 많다. 그런데 캘리포니아가 파산 위기에 있다고 해서 달러를 해체해야 하냐 마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로 캘리포니아가 파산할 것 같으면 미국 연방 정부가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주와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이 따로따로인데, 주에 내는 세금은 대부분 그 주의 발전을 위해 쓰이게 돼 있지만,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은 연방정부에서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쓸 수 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 위기에 있으면, 연방 정부에서 이 빚을 떼워주는 게 가능하다. 물론 다른 주에서 조금 투덜대기는 하겠지만 결사 반대하는 일은 없을 거다.
둘째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주거 또는 사업 환경이 별로 좋지 않다면 미국인들이 미국내 다른 주로 옮기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물론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차피 캘리포니아의 경기가 위축된다거나 해서 캘리포니아에서 직장을 잡거나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게 당연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어차피 국가 경제라는 게 모든 산업과 지역 골고루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에 따라 특정 산업이 발전하면 다른 산업이 쇠하게 마련.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이 망하고, 캘리포니아의 IT 산업이나 뉴욕의 금융업이 떠오르면 그에 따라 인구도 디트로이트에서 캘리포니아나 뉴욕으로 이동했듯이, 특정 산업과 특정 지역으로의 인구의 유입이 자유로와야 실질적으로 유효한 경제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유로존의 문제는 이 두가지 전부 쉽지 않다는 거다. 첫째는 거의 철저하게 정치적인 이유에서 어렵고, 둘째는 정치 + 문화와 언어의 문제 때문에 어렵다. 무슨 말이냐면 유로존이 통일은 됐지만, 유럽 중앙 은행을 세움으로써 통화정책만 통일시켰지 재정정책은 각 나라가 따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가 어려우니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해야겠군'이라며 돈을 줄 연방정부가 따로 없다. 결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각자 걷어들인 세금의 일부를 그리스에 대줘야 하는데, 독일인들이 "우리가 낸 세금을 왜 그리스인들이 가져가냐?"고 반발하게 되는 거다. 물론, 상황이 워낙 안 좋게 돌아가다보니, EU와 IMF에서 1100억 유로를 그리스에 안겨주긴 했지만, 이를 둘러싼 수많은 고민과 갈등의 핵심은 결국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국가의 정치권에서 자국민들의 눈치를 끊임없이 봐야했다는 점이다.
두번째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리스가 여전히 경제난에 허덕이는데, 이 경우 불황이 계속돼서 실업률이 오른다고 할 때, 그리스인들이 다른 EU 국가로 쉽게 옮겨가서 직장을 잡는데에는 문화 및 언어 장벽이 실제로 존재한다. 게다가 그나마 모양세가 좋은 독일 같은 경우 이미 터키인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태에서 그리스인들마저 넘어오겠다고 하면 이를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면 애초에 유로화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애초에 유로화가 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스가 위기에 빠졌더라면, IMF 시절의 한국처럼 그리스의 드라크마의 가치가 폭락했을 거다. 물론 그 이후에 그리스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리긴 했지만, 이 경우 그리스의 드라크마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수출이 늘어났을 거고,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거다. 여기서 잠깐! 아까 수출을 아무리 많이 해도 국가 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었나? 결국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맞춰야 된다고? 빙고!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맞춰야 된다는 게 핵심. 지금 그리스의 문제는 빚이 많은 거라고!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경우의 문제는 소비할 상품은 없이 돈만 많아진다는 건데, 빚이 많을 때는 번 것보다 덜 쓰고, 남은 돈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법.
아무튼 지금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묶여 있다보니, 그리스 때문에 유로화 환율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리스가 위기를 자발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떨어지진 않았다. 2-30%나 떨어졌는데 그게 충분하지 않다고? 그리스 이외의 유럽 입장에서는 완전 물먹은 거지만, 그리스 입장에서는 여전히 유로가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 1997년말 98년초, 환율이 8-900원대에서 2000원까지 치솟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라규-. 그래서 결국 유로를 깨야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유럽이 우리같이 문명화된 사람들이라면 서로 잘 사는 길로 다 같이 갈 수 있을지 알았는데, 실상은 가깝지만 너무 먼 당신들이었더라능. 그러고보니 환율이 800원대이던 시절이 있었구나, 그래봐야 12년 전인데 참 아득하게 느껴지는구나.
어찌됐건,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 Oh, wait, I think we are.
@@ 아무튼 이것으로 "유로화 위기를 통해 간단히 살펴본 자유주의 경제학" 이야기는 마무리짓겠음.
창조적 파괴
돈의 가치, 그리고 부(富)
중앙은행과 통화공급
공개 시장 조작
유로화의 등장
우리는 다른 사회 모든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공통의 목적을 지닌 경제 단위를 국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건 사실 경제보다는 정치적인 요인에 훨씬 크게 기인한다. 국가 단위로 군대, 경찰, 소방서 등을 유지하여 국민들의 물리적인 안전을 보장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보해서 경제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는 때로는 일부가 피해를 보고 또 다른 일부가 이익을 보더라도, 국가 구성원 전체로 봤을 때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 인식은, 현존하는 시스템 내에서는 비교적 타당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은 없다.
사실 국가라는 개념은 얼마나 임의적이란 말인가. 물론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중국과도 티격태격하지만, 북한과 우리나라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없다. 그런데 그 긴장감의 원인을 짚어보면 '갈라져 있지만 결국은 합쳐야 하는 한 민족 한 국가'라는 인식 때문에 남한이나 북한이나 상대방이 서로의 체제를 흡수하려고 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이 서로를 더 경계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갖는 공동체 의식은 민족, 언어, 문화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한무리의 사람들과 연대하느냐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나뉜 국가라는 가상의 경계에 의해 나뉜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과 남한이 굳이 갈라져 있을 이유도 없고, 이미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합쳐야 할 어떤 상대라고 생각할 이유도 별로 없으며, 백제와 신라가 서로 다른 나라였듯, 호남과 영남이 굳이 한 나라여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일본은 가봤지만 충청도 이남은 한번도 안 가봤다는 서울/경기/강원도 사람도 여럿 봤고, 스시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홍어는 죽어도 못 먹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 조차도 자신의 세금이 새만금 간척 사업에 들어가는 건 조금 배가 아프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일본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건설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꽤나 심하게 반대를 할 거다.
잠깐 다른 이야길 해보자. 최근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가 눈부신데, 이런 중국의 경제 발전에 큰 몫을 하는 건 수출이다. 우리나라도 항상 '내수시장이 작아서 수출만이 살 길이다'는 이야기를 하며 경상수지 흑자폭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건 사실 코메디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수출해서 자국내 인플레이션만 부추기는, 결국 제살 파먹기식 경제 성장을 해왔고, 계속해서 하고 있다.
자, 현대 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백만대 만들었는데, 해외에서 인기가 좋다고, '수출이 우리의 살 길'이란 명분 하에 이걸 전부 수출했다고 해보자. 우리가 흔히 경제 발전의 지표로 삼는 GDP의 측면에서는 현대 자동차가 자동차 백만대를 생산했고, 그걸 다 팔았으니 그만큼 우리나라가 부자가 된 거다. 그런데 자동차들을 전부 수출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아무도 자동차를 못 산다면 그게 어째서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득이 되지? "대신 자동차 백만대 만큼의 달러가 생겼잖아!"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한국인들 입장에선 현대 자동차가 자동차 대신에 달러를 찍어내서 한국 사람들에게 파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앞선 글에서 중국의 예를 들면서 이야길 했지만, '기축 통화인 달러는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달러는 쓸모가 없다. 따라서 달러로 무언가를 사와야, 즉, 뭔가를 수입해야 그 달러가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거다. 달러를 찍어낼 권한이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최근 10여년 간의 경험에서도 드러났듯이--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달러로 된 외환보유고를 일정 수준 확보해놓는 게 중요하지만, 무한한 수출이 한국인들의 삶에 도움을 준다는 건 중상주의적 착각이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여서 전세계 자동차와 반도체 시장을 현대와 삼성이 싹쓸이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국인들에게 남는 건 높은 GDP와 한국은행 금고에 쌓아두기로 한 달러 뿐이다.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수출이 살 길이다"의 진짜 의미는 "수출도 많이 하고 수입도 많이 하자"이다. 그런데 "수출만이 살 길이다"에서 "수출도 많이 하고 수입도 많이 하자"로 생각을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나 국가라는 임의적인 경제 구획 단위별로 자꾸 "수출을 더 많이 하자"고 주장하게 되면 이 기류에 휩쓸려서 더욱 그렇다. 결국 유럽에서는 이런 임의적인 경제적 구획이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대단히 불합리하다는 판단하에 이를 허물기 위해 유로존을 짜서, 유로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EU뿐만 아니라 많은 자유무역협정(FTA) 찬성론자들 주장의 경제학적 근간이다. 우리가 서울과 경기도 사이 또는 종로구와 인천 사이에서 누가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적자를 내는지 크게 걱정하지 않듯이, 한국과 일본의 경상수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전 지구적인 거대한 통일된 시장을 만들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서울과 경기도의 차이, 또는 종로구와 인천의 차이로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이든 서울이든 종로구든 다 정치적으로는 유효한 단위이지만 경제적으로 유효한 단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다 지당하신 말씀들. 이론적으로는...
실제 세상에서는 우리가 정치적 단위에 따라 세금을 내는 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번 유로화의 위기가 뭐다라고 하나로 콕 찝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위기의 큰 부분은 바로 유로존이 정치적으로 통합이 안 됐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이번 유로화 위기의 진원지로 소위 PIGS(포루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는 남유럽 국가들이 손꼽히고 있다. 이들의 국가의 방만한 국가재정 운영으로 인해 재정적자폭이 지나치게 커졌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들 국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진 투자자/채무자들이 빚갚으라고 독촉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곳이 미국이다. 최근 몇년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역시 빚이 엄청나게 늘었는데--그 동안에도 그런 이야기가 종종 있었지만--최근 들어 캘리포니아가 파산하냐 마냐 말이 많다. 그런데 캘리포니아가 파산 위기에 있다고 해서 달러를 해체해야 하냐 마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로 캘리포니아가 파산할 것 같으면 미국 연방 정부가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주와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이 따로따로인데, 주에 내는 세금은 대부분 그 주의 발전을 위해 쓰이게 돼 있지만,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은 연방정부에서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쓸 수 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 위기에 있으면, 연방 정부에서 이 빚을 떼워주는 게 가능하다. 물론 다른 주에서 조금 투덜대기는 하겠지만 결사 반대하는 일은 없을 거다.
둘째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의 주거 또는 사업 환경이 별로 좋지 않다면 미국인들이 미국내 다른 주로 옮기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물론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차피 캘리포니아의 경기가 위축된다거나 해서 캘리포니아에서 직장을 잡거나 유지하는 일이 더 어렵다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게 당연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어차피 국가 경제라는 게 모든 산업과 지역 골고루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에 따라 특정 산업이 발전하면 다른 산업이 쇠하게 마련.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이 망하고, 캘리포니아의 IT 산업이나 뉴욕의 금융업이 떠오르면 그에 따라 인구도 디트로이트에서 캘리포니아나 뉴욕으로 이동했듯이, 특정 산업과 특정 지역으로의 인구의 유입이 자유로와야 실질적으로 유효한 경제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유로존의 문제는 이 두가지 전부 쉽지 않다는 거다. 첫째는 거의 철저하게 정치적인 이유에서 어렵고, 둘째는 정치 + 문화와 언어의 문제 때문에 어렵다. 무슨 말이냐면 유로존이 통일은 됐지만, 유럽 중앙 은행을 세움으로써 통화정책만 통일시켰지 재정정책은 각 나라가 따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가 어려우니 그리스를 위기에서 구해야겠군'이라며 돈을 줄 연방정부가 따로 없다. 결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각자 걷어들인 세금의 일부를 그리스에 대줘야 하는데, 독일인들이 "우리가 낸 세금을 왜 그리스인들이 가져가냐?"고 반발하게 되는 거다. 물론, 상황이 워낙 안 좋게 돌아가다보니, EU와 IMF에서 1100억 유로를 그리스에 안겨주긴 했지만, 이를 둘러싼 수많은 고민과 갈등의 핵심은 결국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국가의 정치권에서 자국민들의 눈치를 끊임없이 봐야했다는 점이다.
두번째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리스가 여전히 경제난에 허덕이는데, 이 경우 불황이 계속돼서 실업률이 오른다고 할 때, 그리스인들이 다른 EU 국가로 쉽게 옮겨가서 직장을 잡는데에는 문화 및 언어 장벽이 실제로 존재한다. 게다가 그나마 모양세가 좋은 독일 같은 경우 이미 터키인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태에서 그리스인들마저 넘어오겠다고 하면 이를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면 애초에 유로화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애초에 유로화가 등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스가 위기에 빠졌더라면, IMF 시절의 한국처럼 그리스의 드라크마의 가치가 폭락했을 거다. 물론 그 이후에 그리스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달리긴 했지만, 이 경우 그리스의 드라크마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수출이 늘어났을 거고,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거다. 여기서 잠깐! 아까 수출을 아무리 많이 해도 국가 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었나? 결국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맞춰야 된다고? 빙고! 수출과 수입이 균형을 맞춰야 된다는 게 핵심. 지금 그리스의 문제는 빚이 많은 거라고!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경우의 문제는 소비할 상품은 없이 돈만 많아진다는 건데, 빚이 많을 때는 번 것보다 덜 쓰고, 남은 돈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법.
아무튼 지금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묶여 있다보니, 그리스 때문에 유로화 환율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리스가 위기를 자발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떨어지진 않았다. 2-30%나 떨어졌는데 그게 충분하지 않다고? 그리스 이외의 유럽 입장에서는 완전 물먹은 거지만, 그리스 입장에서는 여전히 유로가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 1997년말 98년초, 환율이 8-900원대에서 2000원까지 치솟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라규-. 그래서 결국 유로를 깨야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유럽이 우리같이 문명화된 사람들이라면 서로 잘 사는 길로 다 같이 갈 수 있을지 알았는데, 실상은 가깝지만 너무 먼 당신들이었더라능. 그러고보니 환율이 800원대이던 시절이 있었구나, 그래봐야 12년 전인데 참 아득하게 느껴지는구나.
어찌됐건,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 Oh, wait, I think we are.
@@ 아무튼 이것으로 "유로화 위기를 통해 간단히 살펴본 자유주의 경제학" 이야기는 마무리짓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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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wait, I thought you were a physicist...?
Yeah, and I thought you were a software developer. (근데 왜 갑자기 영어로 이러고 있는 겁니까? ㅡㅠ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