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돈이 많으면 부자 아닌가요?

A) 아닙니다. 부를 축적한다는 개념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부분 중 하나가 이를 '돈을 많이 번다'와 같은 의미로 해석한다는 점이죠. 물론 돈이 많은 사람이 돈이 적은 사람보다 더 부자이긴 하겠지만, 내가 어제 갖고 있던 돈보다 오늘 돈을 더 많이 갖고 있는다고 해서 반드시 어제보다 오늘 부자가 된 건 아니랍니다.

이는 다른 모든 재화와 마찬가지로 '화폐의 가치'가 고정불변이 아니기 때문인데, 돈과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 즉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그것으로 언제든지 내게 가치 있는 어떤 것과 교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부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겠지만, 실제로 가격은 고정돼 있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겠지요. 아주 극단적인 예로 1차대전 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독일이나 오늘날 짐바브웨이를 떠올려 보면 되겠습니다.

보통 돈을 가치(value)의 저장매체인 동시에 상거래의 수단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돈이란 건 나한테 실제로 유용한 다른 가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하는 용도로써만 유용하다는 겁니다. 음식은 맛도 있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고, 옷은 내가 입음으로써 벌거벗고 다니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멋도 부릴 수 있고, TV는 잘만 이용하면 훌륭한 엔터테이닝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자동차는 이동 수단으로써 아주 유용하지만, 돈은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쓸모가 없다는 이야깁니다.


Q) 그럼 가격이 왜 자꾸 변하나요? 짜장면 한그릇은 700원으로 고정시켜 놓으면 안 되는 건가요?

A)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격은 식당 메뉴판, 백화점 상품에 붙어 있는 가격표, 과자 봉지 뒷면에 찍혀 있는 숫자지요. 그런데 재래 시장에 한번 가서 콩나물 한봉지를 산다고 생각해봅시다. 요새 콩나물 가격이 얼만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에서 콩나물 한줌 집으면서

- 콩나물 이만큼에 얼마에요?
= 3000원
- 어우, 너무 비싸다. 조금 깎아주시면 안 돼요?
= 우리도 남는 거 없는데...
- 에이, 조금만 깎아 주세요.
= 그럼 2800원만 줘.

그러면서 콩나물을 조금 봉투에 담아 주시는 아주머니께 2800원을 건내며,

- 쪼금만 더 넣어 주세요.

이런 경험들 있을 겁니다. 흥정이라고 하죠. 산업화가 진행이 많이 되면서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들은 대부분 '소비자가'라는 걸 달고 나오면서 가격 흥정의 변수가 많이 줄었지요. 그러면서 동시에 가격은 판매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수준의 이윤을 남길 수준에서 결정한 어떤 정해진 숫자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가격 결정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결정됩니다. 실제로 요새 소비자가가 찍혀 나오는 상품들도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느냐, 대형 할인마트에서 사느냐, 집앞의 가전제품 대리점에서 사느냐, 인터넷에서 사느냐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지요? 구매자는 되도록이면 같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파는 판매자를 찾으러 다닐 거고, 판매자는 더 비싼 가격에 살 의향이 있는 구매자를 찾게 됩니다.

흔히 가격은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들 하잖아요? 이게 아주 직관적이고 당연한 개념 같긴 한데, 특정 개인의 경험은 보통 자신이 어떤 물건을 원하냐 원하지 않느냐와 그 물건의 공급자가 있냐 없냐 이상으로 확장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통합적인 수요-공급이 어떻게 평형점을 찾아가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체감이 되지는 않는 개념입니다.

이 문제를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수요란 구매자, 즉 돈을 가진 사람의 등장, 공급은 판매자, 즉 상품(여기서는 이를 서비스도 포함한 의미로 사용하겠습니다)을 가진 사람의 등장이란 개념에서 수요-공급이란 결국 화폐공급-상품공급의 조정입니다. 각 개별 상품에 대해서 생각하면 조금 복잡할 수 있는데, 어떤 시점에서 시장에 존재하는 총 통화량과 상품의 총량은 정해져 있으므로 모든 상품에 대한 평균적인 가격이 정해질 겁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상품 A의 수요가 감소하면 A의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이때 통화량이 정해져 있으니 다른 어떤 상품 B(물론 한가지 이상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에 대한 수요는 증가를 해야 할 거고, 상품 B의 가격은 증가할 겁니다. 따라서 통화량과 상품량이 정해진 상황에서는 특정 부분에서의 가격 하락(상승)은 다른 부분에서의 가격 상승(하락)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모든 상품들의 '평균'적인 가격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제 쓴 글에서처럼 기술혁신을 통해 특정 상품A에 대한 생산단가가 떨어진다면, 다른 제품들의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상품A의 가격만 떨어지는 게 가능합니다. 이 경우 경제주체 중 누군가는 잉여화폐를 갖게 되고, 이를 사용할 새로운 상품이나 투자 대상을 찾게 된다고 했지요. 그 경우 통화량은 고정돼 있는데 시장에 존재하는 총 상품의 양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전체 상품의 평균적인 가격은 전에 비해서 낮아진 거고, 다른 말로하면 똑같은 양의 돈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구매력이 증가한 겁니다. 이게 소위 디플레이션이지요. 문제는 디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경우,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더 기다렸다가 더 싼 가격에 같은 물건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기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 경우 사람들이 다 돈을 안 쓰고 묶어두기 시작하면, 상품의 생산자는 수입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어떤 시점에서는 생산을 중단해야 합니다. 결국 실업자가 되는 거지요. 이런 일이 도미노 현상처럼 나타나기 시작하면, 실업률이 급격히 치솟고 경기는 침체 일로로 접어듭니다. 이 대표적인 경우가 1920-1930년대의 대공황입니다.

그래서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각 나라의 정부는 보통 통화정책을 씁니다. 아주 쉽게는 기술혁신을 통해 증가한 생산량만큼 돈을 더 찍어내서 시장에 풂으로써 총상품의 '평균'적인 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게 조정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평균적인 가격이 전혀 변하지 않게 맞추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통화팽창량이 상품 생산량보다 아주 살짝 더 많은 수준으로 맞추게 되고, 이 경우 시간이 갈수록 시장내부의 화폐총량이 상품 총량보다 조금씩 빠르게 많아지므로 '평균'적인 가격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20년전엔 700원이던 짜장면이 이제는 그 4.3배인 3000원인 겁니다. 물론 그 시절보다 버는 돈은 4.3배 이상 많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짜장면이 옛날보다 덜 귀한 음식인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일차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결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맞는데, 이는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량 증가에 따른 화폐가치 증가 혹은 구매력 증가의 심리적 효과가 경제 침체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의도적 통화팽창정책에 의한 효과로, 기술혁신에 의해 소비자가 확보한 구매력 증가는 유지가 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보통 그 떨어진 화폐가치를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로 돈을 더 많이 벌게 된 거지요. 정말 중요한 건 가격의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라, 가격 상승 대비 내가 벌어들이는 임금 상승, 즉, 실질 구매력입니다. 짜장면 값이 비싸졌다고 투덜댈 때, 옛날보다 짜장면을 훨씬 자주 사먹고 있다는 사실도 한번쯤은 상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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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_연 2009/07/23 06: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구낭..2탄도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