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센소지를 가기로 결정한 건, 순전히 장어덮밥 먹을 곳을 찾아보다가 이 글을 발견한 탓이다. 그렇다, 나의 여행 동선은 언제나 내 혓바닥을 따라 간다. ㅡㅠㅡ 링크된 블로그 글의 사진을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가게 이름이 한자로 두글자인데 두번째 글자가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서, 도저히 가게 이름이 일본어로 뭔지 알길이 없는 거다. 다행히도 그 사진에 주소는 있어서 찾아 나섰다.

우나동이나 히쯔마부시가 유명한 집은 몇개 있는 것 같던데, 나는 크고 정갈하고 현대식이며 비싸 보이는 가게 보다는, 작고 영세하면서 오래된 느낌의 왠지 좀 싸구려일 듯한 음식점들이 좋다. (물론 싸보인다고 꼭 싸지는 않고, 싸면 좋지만 꼭 쌀 필요는 없다.) 이집도 후보였지만 일어가 안 되니, 주소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다음으로 미루고, 센소지도 가깝다니 센소지 구경도 겸사겸사하기로 결정.

실험실 있는 건물이 이날은 하루 종일 정전이 될 예정이어서 연구실에 나갈 일이 전혀 없었기에, 늦잠도 좀 자고, 간만에 운동 좀 하고는 아침으로 전날 사다 놓은 파운드 케익을 먹고 나니 10시 반쯤 됐다. 조금 더 빈둥거리다가 11시쯤 집을 나섰다. 아사쿠사에 도착하니 12시를 조금 넘겨서 딱 점심 시간. 일단 식당부터 찾았다. 전날 주소를 바탕으로 지도에서 확인해둔 위치가 어디쯤일까 조금 어슬렁거리다보니 아사쿠사 1초메 발견, 그러고 나니 금방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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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쉽게 찾아버려서, 블로그가 살이 안 찐다. :p '어떡해, 삽질 좀 더해줘야 되는데 벌써 적응 끝났나봐'라고 생각할 뻔했는데, 뭐, 인생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지. 히라가나는 아직 좀 시간은 걸리지만 대충 읽을 순 있어서, 그냥 가서 메뉴 보면 될 거라 생각했더니, 웬 걸 메뉴가 다 내가 모르는 한자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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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받으러 온 분께 결국 나의 가장 강력한 우군인 "니혼고가 데끼마셍"을 내뱉자, 아무 문제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새로운 메뉴를 갖다 주셨다. 식당 이름도 이때서야 알았다, 코야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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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리하여 주문을 무사히 마치고 잠시 두리번 거리며 식당 내부 사진도 몇컷 찰칵. 사실 경우에 따라서는 함부로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 곳도 있던데, "사진 좀 찍어도 괜찮겠습니까?"라는 표현을 일어로익혀놔야겠단 생각도 잠시.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로 달아주셔도 됩니다, ㅎㅎㅎ. 주방에 사람이 꽤 많은데 내 눈에 띈 분은 역시나 원숙해 보이는 영감님. 주인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암튼 잠시 후 음식이 나왔는데, 맛은 있었다. 그렇지만, 옛날에 아버지 투병하실 때 장어는 너무 맛있는 걸 먹어본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 그렇게 감동받은 일이 없는데, 이번도 마찬가지. 확실히 부드럽고 맛있긴 한데, 가까이 살지 않는다면 굳이 또 찾아가야겠단 생각은 별로... 다음엔 야마다나 한번 찾아가봐야지.


내가 도착했을 때엔 내 앞에 네사람인가 있었는데, 먹고 나오니 줄이 조금 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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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앞에 서있는 할머니는 따님으로 생각되는 분이랑 같이 와서 내 옆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같이했는데 집에서 도시락통을 하나 준비해와서 음식을 절반 정도만 먹고 나머지는 싸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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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는 센소지로 가긴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작 센소지 본관은 이런 꼴이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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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는 뭔가 식도 거행되고 있고, 여전히 출입이 가능했는데, 겉껍데기를 다 싸버려서 나 같은 눈도장 찍으러 온 관광객에게는 별 도움이... ㅡㅠㅡ

센소지 입구(문 이름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_-a)에서 왼쪽으로 가면 작은 참배할 수 있는 작은 사당이 있고 그 옆으로 불상(?)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이 불상 옆에 있는 헌금(?)함에 돈을 조금 넣고는 머리를 열심히 쓰다듬어주더군. 덕분에 불상 머리만 어찌나 반질반질 광택이 잘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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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통복 입은 어린 아이들이 꽤 많이 있어서 도촬 좀 했다. 여자 아이들 옷은 처음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제법 눈에 띄어서 금세 식상해졌고, 오히려 남자 애들 옷이 예쁜 것 같다.


뭐, 본당 껍데기는 구경을 못했지만, 그래도 옆의 탑은 폼 나더라.


역사 공부 좀 하고, 당시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센소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지금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의 맥락을 이해하면서 관광을 해야, 블로그가 살찔 텐데... 아무 생각없는 사진의 연속이군. 무계획한 인간의 혓바닥을 따라 움직이는 랜덤 투어 오브 도쿄가 별 수 있겠어? ㅡㅠㅡ 아참, 미쿠지는 안 샀다. 이래뵈도 명색이 과학잔데, 점 따위를 보고 있을 순 없잖아, 버럭! ㅡㅠㅡ 미쿠지를 접어서 걸어놓는 줄--여기 걸어 놓으면 좋은 점괘는 더욱 효과가 좋아지고, 나쁜 점괘는 막아준다나 어쨌다나--이 있는데, 의외로 결려 있는 미쿠지가 별로 없더군. 다들 나 같은가벼, 쿨럭.

암튼 센소지를 빠져 나와 아키하바라로 갔는데, 이 이야긴 또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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