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대한 검찰측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올해 5월에 모살죄가 인정된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는 사실을 얼마전에야 알았다. 사실 제일심 판결이 난 후에는 사건이 종료됐는줄 알고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었는데, 그새에 많은 새로운 사실들이 공개됐더군.
2004.2.18.
2001년 아르민 마이베스라는 42세의 독일인 남성이 인터넷에 인육을 제공할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냈었다. 그에 대한 400여명의 지원자중 43세의 베른트 유르겐 브란데스라는 남자를 골라서 실제로 잡아 먹은 사건이 있었다. 소식을 들은 사람은 들었겠지만, 한국이나 미국 언론에서는 의외로 잠잠히 넘어간 사건인데, 이 사건으로 유럽에서는 엄청나게 떠들썩했다고 한다. 특히 작년말에 마이베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어, 다시 세간의 주의를 환기시켰는데, 지난달 말 최종 판결이 났다. 고살죄가 적용되어 8년반 형을 선고 받았다나?
오늘날 금기처럼 여겨지는 식인 행위는 사실 인류 역사를 통해 반복해서 나타난 행위로, 극심한 기아 상태에서 식인 행위가 생존의 수단으로 채택된 경우는 드물지 않다. 그 외에도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원시 부족 사회에서 죽은 이에 대한 장례의 한 형태로 식인 문화가 발달한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인간은 인육을 섭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prion disease(광우병이 이의 한 예)에 대한 면역이 생기게끔 유전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도덕적 가치를 제거하고 났을 때 식인 행위가 전혀 이상한 게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로텐부르크 식인 사건ㅡ식인 과정이나 재판 과정ㅡ에는 몇가지 주목할만한(?) 점들이 있다.
그 첫번째로는 식인자와 피식인자 간의 인간적 유대감 형성. 내가 찾아본 언론에는 내막이 자세히 공개된 것이 없는데, 때마침 유럽에 있던 친구에 의하면, 마이베스가 400여명의 지원자 중 브란데스를 낙점한 후에 브란데스가 마이베스를 찾아갔는데, 그냥 만나자마자 먹어치운 게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서 약 6개월간의 교류가 있었다고 한다.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영화도 보고 등등. 이게 신기한 이유는, 보통 소규모 자영농장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불문률이라면 불문률이, 절대로 가축에 이름을 붙이지 말라는 것이다. 가축에 이름을 붙이면, 개인적인 유대감이 형성되어 결국 그 가축을 필요할 때 죽이기 힘들어지기 때문. 그런데 이 사건은 그런 통념과 전혀 반대로 진행됐다는 점. 처음 만난 날로부터 6개월 정도의 기간을 주고, 서로 왕래를 하며 친하게 지내다가는 약속된 날짜에 잡아 먹었다고 하니, 더더욱 엽기적으로 느껴진다.
두번째로는, 피식인의 식인 행위 참여. 이것 역시 한국이나 미국 언론을 통해서는 전혀 알 수 없던 부분인데, 브란데스가 자기 자신을 먹는 행위에 동참을 했다는 사실. 마이베스는 약속한 날짜가 되자 브란데스의 한쪽 다리를 잘라내서는 브란데스와 나눠 먹은 후에서야 브란데스를 죽이고 나머지 부위를 냉동 보관해뒀다가 차례로 꺼내 먹었다고 하는데, 이건 약간 카더라 통신 같은 구석이 있다. 일단 다리를 잘라내고 수술없이 지혈이나 봉합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암튼 그러고 나서 둘이 앉아 다리를 나눠 먹는다? 음, 쉽게 믿기지 않는 구석이 있는 건 사실이다만 유럽에서는 그런 소문이 나돌았나 보더군. 이 모든 과정이 녹화된 테입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공개되지 않는 한 진실을 알기는 힘들겠다만, 법정 증거로 채택됐던 그 테입이 이 시점에서 공개되기는 힘들 것 같다. 누군가 모가지 달아날 각오하고 언론에 유출하지 않는 한.
이번 식인 과정에서 나타난 두 사람의 특징은 사람을 먹고, 사람에게 먹히는 것에 대한 섹슈얼 페티쉬가 있었다는 것. 사실 꼭 식인에 대한 것은 아니더라도 다소 변태적이고 비정상적인 인간 내면의 은밀한 욕망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식인자인 마이베스의 입장에서는 이런 욕망이 죄책감보다, 피식인자인 브란데스의 입장에서는 공포감보다 크게 나타난 것 뿐이다. 사실 죄책감이란 것은 사회적 필요에 의해 개개인에게 심어진 윤리적 가치가 형성한 감정이란 점에서 욕망에 의해 심하게 억압되어 표출이 안 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지만, 공포감이라는 생존에 대한 본능에 의해 나타나야할 감정이 섹슈얼 페티쉬에 의해 억압되어버린 브란데스의 심리는 연구해볼만할 텐데, 이미 마이베스가 먹어 치웠으니 참으로 유감이다. -_-,,
아무튼 이 사건은 이런 인간 내면의 은밀한 욕망이 수면 위로 떠오른 하나의 케이스인데, 섹슈얼 페티쉬에 의한 동족의 살해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에서는 나타나는 행동 양식이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섹스는 철저하게 번식의 수단일 뿐, 섹스가 욕망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이런 뒤틀린 섹슈얼 페티쉬는 동물로서의 본능에 대치된 인간의 이성적 사유가 부여한 행동 동기인가, 이성을 짓눌러버린 본능적 욕망의 무책임한 표출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이성과 본능이라는 이분법적 분류는 인간이 스스로에게 특이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낸 동전의 양면인가? 그러고 보면 심리학도 제대로 공부해보면 참 재밌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재판 과정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한마디만 하고 넘어가자면, 독일법에 식인에 관련된 처벌 조항이 없다고 한다. 고로, 인육을 먹었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되지 못하고, 결국 마이베스가 브란데스를 죽였다는 사실만이 법적 문제가 되는 것인데, 브란데스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이 살인이 '안락사'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된다. 안락사에 대한 처벌은 5년형 이내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식인 행위에 대한 도덕적 가치 판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락사라는 것에 심정적으로 동의를 못 한다는 점. 친구들끼리는 농담 삼아 '식품위생법 위반'을 추가하는 수밖에 없겠단 이야기를 했었는데, 판사는 참으로 곤혹스러웠을 거다. 결국 8년반형이 나온 것은 '원칙주의적' 독일 사회를 생각하면 조금은 의외. 뭐, 개인적으로 법집행에 이중잣대가 가해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못 마땅하기도 하다.
위키피디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영어 읽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그간 언론을 통해 추가적으로 확인된 사실 몇가지를 정정한다:
- 두 사람이 만나 찍은 비디오 테입이 존재한다. 대중에게는 '당연히' 공개가 안 됐지만 이를 본 저널리스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 두 사람 사이에 6개월에 걸친 장기간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 피식인자인 브란데스가 자신의 인육을 먹는데 참여할 의지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나 다량의 출혈로 인해 기력이 없어 실제로 먹지는 못한 듯하다.
- 둘이 나눠 먹은 부분은 허벅지가 아니라 브란데스의 성기였다. ㅡㅠㅡ
- 마이베스가 잡힌 것은 브란데스의 인육을 장기간에 걸쳐 복용-_-한 후 제2의 피식인자를 찾는 인터넷 광고를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재심에서는 브란데스의 자발성이 아닌 마이베스의 일그러진 욕망과 이로 인한 재범 가능성을 강조한 검찰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고살이 아닌 모살죄가 적용됐다고 한다.
@ 카테고리가 '일상다반사'라니... 낭패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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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사건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었는데...;;
신기한 세상이네요;;
아프리카에 어떤 부족은 죽은 사람의 뇌를 나눠먹는 풍습이 있다던데..
문화와 교육이 얼마만큼 큰 영향을 끼치는지..;;
언론사들이 개인의 억압된 욕망이 표출된 다소 불편한 형태의 '식인'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까봐 의도적으로 편집해버린 건지, 단순히 별로 뉴스거리가 안 된다고 판단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에선 의외(?)로 몇몇 포탈 사이트에서 토막 기사로만 처리되고 만 소식이었죠. 사실 사건의 내막을 찾아 파헤쳐보면 소름끼치긴 해요.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