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 일본 온지 벌써 한달됐다. 아직 데이터는 하나도 못 뽑았는데, 긁적. -_-a 실험이야 어찌됐든 ㅡㅠㅡ 일본어는 한톨도 못한 채로 건너와서 한달간 어떻게 잘 버텼네. 뭐, 아직도 일본어는 못하지만 처음엔 난감하기만 하더니, 이젠 대충 나한테 맞는 일본어 공부하는 방법은 찾은 것 같다.

언어학계에서는 언어 학습 유형을 크게 analytic style과 global style의 두가지로 나누는데, Analytic style은 다양한 문장을 비교 분석해서, 각 단어와 표현이 어떻게 나뉘는지 찾아내고, 궁극적으로 문법이라고 하는 언어 체계를 이해함으로써 언어를 학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Global style은 문장들이 사용된 맥락에서 그 뜻을 직관적으로 맞추거나, 예측하고, 그걸 통째로 재생하거나 조금씩 변형시켜서 재사용하면서 언어를 학습하는 방법 정도. Analytic과 Global이라는 말그대로 언어를 조각조각내서 익히느냐, 통째로 익히느냐의 차이.

설명이 조금 복잡한데 내가 이해하는 방식은 이런 식이다. Analytic은 쉽게 말해 문장 하나를 놓고, 이걸 문법적으로 어떻게 구성됐는지 분해한 다음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여기서 단어 하나 하나씩 교체해 나가는 거다. Global은 수많은 문장과 단어들이 언제 쓰였었는지를 통째로 익힌 다음에 그걸 그대로 사용하거나, 문법적으로 맞냐 틀리냐와 관계없이, 의미전달만 되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이것들을 서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는 거다.

나는--뭐, 내 인생이 그렇지만--확실히 analytic style이다. 따라서 이런 일본어 학습법은 모든 사람에게 유용하지는 않을 거란 전제 하에서 지금까지 무작정 익힌 노하우 공개.

일단, 어떤 언어나 마찬가지지만,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첫단계는 표기법인 히라가나와 가타가나 외우기. 한자도 같이 익혀야겠지만, 이건 뭐 이제와선 뾰족한 대책이 없잖아. -_-a 학교 다닐 때 열심히 배웠길 빌 수밖에... ㅡㅠㅡ

암튼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는 음은 같은데 표기법만 다르다. 뭐, 더 엄밀하고 정확한 정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히라가나는 일본어, 가타가나는 외래어 표기법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맞음. 그런데 내 경험에 이 히라가나-가타가나를 외우기에 앞서 먼저 외우면 도움이 되는 게 있으니, 일본어에 사용되는 소리들을 먼저 외우는 거다. 일본어 모음은 기본적으로 '아-이-우-에-오'의 5가지. 어떻게 보면 영어의 a(아), e(에), i(이), o(오), u(우)랑 같네, 별거 없구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이-우-에-오'의 순서로 외우는 게 편리하다.

일본어 표기법은 우리나 로만 알파벳이랑 달라서 자음, 모음의 구분이 따로 없고, '아-이-우-에-오' 순서로 하나의 음절이 하나의 문자를 이룬다. 뭔 말이냐면 아래 표처럼 생겨서 각 흰색칸마다 한글로 써놓은 음에 해당하는 문자가 하나씩 들어가 있다. 괄호안의 자음은 히라가나, 가타가나를 채워 넣으면서 설명하도록 하고, "아-이-우-에-오"에 해당하는 각열(column)을 보통 단이라고 부른다. 즉, "아-카-사-타-나-하-마-야-라-와"를 아(あ)단, 그 옆은 이(い)단, 그 옆은 우(う)단, 뭐, 이런 식이다.







ㅋ(ㄱ)
ㅅ(ㅈ)
ㅌ,ㅊ(ㄷ)
ㅎ(ㅂ,ㅍ)
중모음

와오









"ㅌ,ㅊ"이 있는 행은 "타-티-투-테-토"나 "차-치-츠-체-초"가 아니라 "타-치-츠-테-토"임에 유의. 그리고 우(う)단에서 ㅅ과 ㅊ행은 수나 추보다는 스, 츠에 가깝게 읽는다. 그럼 이제 각 칸에 히라가나를 채워 보자.







ㅋ(ㄱ)か(が)
き(ぎ)く(ぐ)け(げ)こ(ご)
ㅅ(ㅈ)さ(ざ)
し(じ)す(ず)せ(ぜ)そ(ぞ)
ㅌ,ㅊ(ㄷ)た(だ)
ち(ぢ)つ(づ)て(で)と(ど)
ㅎ(ㅂ,ㅍ)
は(ば,ぱ)ひ(び,ぴ)ふ(ぶ,ぷ)へ(べ,ぺ)ほ(ぼ,ぽ)
중모음


와오







괄호 안의 자음은 기본 히라가나 문자의 우측 상단에 '땡땡'을 쳐놓으면 탁음이라고 하고, 괄호안의 음으로 읽는다는 이야기. "하-히-후-헤-호"에 한해서면 땡땡 외에 동그라미를 치기도 하는데, 이건 반탁음이라고 하고 소리는 "파-피-푸-페-포"로 바뀐다. 요음, 촉음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하고, ん(응)은 ㄴ이나 ㅇ 받침으로 쓰인다. 뭐, 자연스럽게 발전된 언어/문자들이 다 그렇지만 이게 좀 뒤죽박죽이다. 일단 비슷한 글자들 몇개:
  • い, り: 이, 리
  • き, さ, ち: 키, 사, 치
  • く, へ: 쿠, 헤
  • け, は, ほ: 케, 하, 호
  • た, な: 타, 나
  • ぬ, め: 누, 메
  • ね, れ, わ: 네, 레, 와
  • る, ろ: 루, 로
뭐, 어느 문자나 비슷하게 생긴 글자들은 있게 마련이지만, (사실 비슷한 글자 많기로 따지면 한글은 모음 세트가 통째로...) 이게 좀 중구난방으로 퍼져 있어서 쉽게 외워지지가 않는다. 사실 뭐든 암기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나름의 방법이 있게 마련인데, 내가 이걸 외우는 과정은 대충 이렇게 됐다. 꼭 이렇게 해야지라고 했다기보다, 히라가나를 외우는 과정에서 내 머릿속의 사고 과정이 이렇더라는 걸 깨달았달까나. 일단 쓸줄은 몰라도 이미 알고 있던 일본 단어들이 있다. 예를 들면, 사쿠라, 라멘, 사시미 따위. 이 표를 들고 다니면서 길가다가 표지판, 간판 따위에 있는 히라가나를 찾아 읽어보는 연습을 했는데, 하루는 さくら라고 쓰인 간판이 있는 거다. 표를 꺼내서 읽어보니, 사쿠라. 오, 사쿠라는 さくら라고 쓰는구나. 그런데 이렇게 외우면 사=さ, 쿠=く, 라=ら라고 외우는 게 아니고 사쿠라=さくら라고 외우게 된다.

나중에 'ら-めん'이라고 쓰여진 걸 봤을 때, 바로 '라'가 떠오르는 게 아니고 '사쿠라의 마지막 글자!' 이렇게 기억이 나더라는... -_-a 암튼 그래서 첫글자는 '라'라는 걸 알았고, 두번째 글자는 메, 마지막은 ㄴ받침, 그래서 라멘. 그러면 또 '라멘=ら-めん'이라고 쓰는구나, 이렇게 외워진다. (참고로 라멘은 가타가나로 쓰기도 한다. 이게 일본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원조는 중국식 국수요리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용인 가타가나를 쓴다나?) 어찌됐든, 사쿠라, 라멘을 통째로 외워서라도 사를 쿠, 치랑 구분할 수 있게 되고, 메를 누랑 구분할 수 있게 되면 그만... ㅡㅠㅡ 또 가끔은 어떤 글자가 어느행이었는지는 기억이 나는데 어느 단이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그러면 그 행의 다른 단에 있는 히라가나를 하나씩 떠올려보면서 제거하다가 마지막에 하나 남은 게 이 글자겠구나, 이런 식으로 글자를 읽기도 한다. -_-,,

글자 하나를 읽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고 과정이 필요하다보니 엄청 떠뜸거리고 읽을 수밖에...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그나마 쉽게 읽히는 편이다. 그런데 읽기가 익숙해지면서, 예전과 지금 읽기를 할 때 사용하는 뇌의 기능이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전에는 확실히 '기억력'에 의존해야했고, 때로는 배제의 원칙 따위의 사고 과정까지 거쳐야 하니, 사실 읽는 게 읽는 게 아니다. 한글이나 영어를 읽을 때와는 확실하게 다른 느낌이고, 몇몇 익숙한 히라가나들을 읽을 때와도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잠시 곁가지로 빠져나가자면..


어쨌든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면 된 거지, 뭐. ㅡㅠㅡ 이제 가타가나. 가타가나도 히라가나랑 같은데 한가지 음이 추가됐다. ㅂ으로 된 '부'가 아니라 'v'와 'ㅜ'가 결합된 ヴ.








ㅋ(ㄱ)カ(ガ)キ(ギ)ク(グ)ケ(ゲ)コ(ゴ)
ㅅ(ㅈ)サ(ザ)
シ(ジ)ス(ズ)セ(ゼ)ソ(ゾ)
ㅌ,ㅊ(ㄷ)タ(ダ)チ(ヂ)ツ(ヅ)テ(デ)ト(ド)

ㅎ(ㅂ,ㅍ)
ハ(バ,パ)ヒ(ビ,ピ)フ(ブ,プ)ヘ(ベ,ペ)ホ(ボ,ポ)

중모음


와오


응,v




이건 히라가나보다 모양들이 단순해서 언뜻보면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더 많아서 더 성가시다. 특히 ソ(소)와ン(응)은 구분을 하란 건지 말란 건지. ㅡㅠㅡ 그래도 활자로 인쇄해 놓으면 그나마 나은데, 손으로 쓴 필체는 대략 난감하겠다. 요음, 촉음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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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선규 2009/12/04 1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지만 한자를 읽으려면???ㅋㅋ
    한문을 이라고 썼다가,,, 고치다보니..ㅎ

  2. 으니 2009/12/05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왠 일본어수업 포스팅이야;;

  3. 장나라 2009/12/05 1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기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