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 진보학자 6인 "노회찬 완주는 진정한 고뇌와 결단"
기사 : 비난 폭주 "노회찬, 완주해서 만족스러우신가"
물론 노회찬을 칭찬한 진보학자 6인과 노회찬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같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선거 전후로 입장의 차이를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원래 인간이란 결과를 놓고 원인을 다시 재단하는 삽질을 끊임없이 하는 동물이니까... 게다가, 결과적으로는 심상정이 물러난 경기도에서는 단일화 효과를 못 봤고, 노회찬이 완주한 서울에서는 비단일화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점에서... 게다가 그 효과는 사실 한나라당이 봤으니, 반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제와서 노회찬한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그 심정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한명숙이 진 게 노회찬 때문이라고?
사실 한명숙이 오세훈에게 진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간편한 타겟이 노회찬일 뿐이다. "노회찬이 사퇴했더라면 한명숙이 이겼을 것이다"가 참이라고 해서 "한명숙이 진 것은 노회찬 때문이다"가 참이 되진 않는다. 오세훈이 사퇴했더라도 한명숙이 이겼겠지만, 오세훈이 사퇴를 안 했기 때문에 한명숙이 진 건 아니잖아. 그거랑 그건 다른 문제라고? 논리적으론 똑같다. 오세훈 사퇴가 한명숙 패배의 원인이 아니라면 노회찬 사퇴도 한명숙 패배의 원인은 아니다. 한명숙에게 표를 던진 자신과 노회찬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이 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같은 공동의 목표--한나라당 반대--를 갖고 있을 거라는 자기 중심적 전제가 있기 때문에 노회찬이 미운 것 거지.
다만 그 공동의 목표가 있다는 전제가 잘못됐을 뿐. 정말이지, 한나라당의 표는 우리표가 아니지만, 진보정당의 표는 표면적으론 아니더라도 사실은 우리표라고 믿는 맹랑한 권리의식(sense of entitlement)은 어디서 나왔나 몰라. 정말 그런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 노회찬이 출마했더라도, 유권자들이 노회찬 대신 한명숙에게 표를 던져서라도 한명숙이 이겼을 거다. 결국 한명숙 패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들은 그런 공동의 목표 없이 노회찬을 찍은 유권자들이어야잖은가? 그러면 왜 노회찬을 찍은 유권자들을 비난하는 대신에 노회찬을 비난할까?
노회찬이 원인 제공을 했다고? 그러면 노회찬의 완주 결정은 아무런 원인없이 허공에서 튀어나왔나? 민주당이 자신들의 왼쪽을 끌어안으려는 노력 부족, 대한민국 전반에 걸친 진보 정치에 대한 무관심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텐데, 왜 그 원인들은 비난하지 않나? 사회 모든 현상은 어떤 현상의 원인인 동시에 다른 현상들의 결과다. 그런 복잡한 인과관계를 다 걷어치우고 한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건 대단히 간편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단히 멍청한 일이다.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2아웃,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노히트 노런을 앞둔 투수가 또 다시 볼넷을 내줬다. 평소의 한계 투구수에 이미 육박한 상황. 다음 타자에게 초구로 직구를 던졌는데 홈런을 맞고 2:1로 역전패를 했다면, 패배의 원인이 뭐임? 직구 승부? 그전의 볼넷? 고작 1점을 올린 타선? 투수 교체를 안 한 감독? 결과를 놓고 보니 A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B 또한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해서, B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A를 피하는 것뿐만 있는 건 아니잖은가.
노회찬에게 표를 던진 3.3%의 유권자들에게는 한나라당 심판보다도 더 급한 우선순위가 있었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더 급한 우선순위가 뭐든 간에, 결국 한명숙이 패배한 것은 노회찬이 사퇴하지 않은 것도 변수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3.3%의 유권자들에게 왜 한나라당 심판이 그들에게 더 중요한 문제인지를 설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게 끊임없는 사표논란의 본질인데, 노회찬이 가져간 3.3%는 사표가 아니라 캐스팅 보트라고 하는 거다.
결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건 사표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잃은 표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는 신성불가침의 대의와 명분이 있다고 믿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대신, 단지 쉽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지지한 후보를 비난한다면, 앞으로도 그 3.3%의 표는 그들이 버리기 전에는 절대로 찾아올 수 없다.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3.3%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의 여지를 제거함으로써 내가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3.3%의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는 민주주의여야 한다. 내 대의명분은 워낙 훌륭해서 너의 "하찮은" 선택권 따위 묵살해도 좋다고 믿는다면, 무슨 놈의 민주주의가 그러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진짜 적은, 소위 반민주적이라는 한나라당이 선거를 이기는 것보다, 한나라당을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뺏어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기사 : 비난 폭주 "노회찬, 완주해서 만족스러우신가"
물론 노회찬을 칭찬한 진보학자 6인과 노회찬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같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선거 전후로 입장의 차이를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원래 인간이란 결과를 놓고 원인을 다시 재단하는 삽질을 끊임없이 하는 동물이니까... 게다가, 결과적으로는 심상정이 물러난 경기도에서는 단일화 효과를 못 봤고, 노회찬이 완주한 서울에서는 비단일화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점에서... 게다가 그 효과는 사실 한나라당이 봤으니, 반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제와서 노회찬한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그 심정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한명숙이 진 게 노회찬 때문이라고?
사실 한명숙이 오세훈에게 진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간편한 타겟이 노회찬일 뿐이다. "노회찬이 사퇴했더라면 한명숙이 이겼을 것이다"가 참이라고 해서 "한명숙이 진 것은 노회찬 때문이다"가 참이 되진 않는다. 오세훈이 사퇴했더라도 한명숙이 이겼겠지만, 오세훈이 사퇴를 안 했기 때문에 한명숙이 진 건 아니잖아. 그거랑 그건 다른 문제라고? 논리적으론 똑같다. 오세훈 사퇴가 한명숙 패배의 원인이 아니라면 노회찬 사퇴도 한명숙 패배의 원인은 아니다. 한명숙에게 표를 던진 자신과 노회찬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이 다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같은 공동의 목표--한나라당 반대--를 갖고 있을 거라는 자기 중심적 전제가 있기 때문에 노회찬이 미운 것 거지.
다만 그 공동의 목표가 있다는 전제가 잘못됐을 뿐. 정말이지, 한나라당의 표는 우리표가 아니지만, 진보정당의 표는 표면적으론 아니더라도 사실은 우리표라고 믿는 맹랑한 권리의식(sense of entitlement)은 어디서 나왔나 몰라. 정말 그런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 노회찬이 출마했더라도, 유권자들이 노회찬 대신 한명숙에게 표를 던져서라도 한명숙이 이겼을 거다. 결국 한명숙 패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들은 그런 공동의 목표 없이 노회찬을 찍은 유권자들이어야잖은가? 그러면 왜 노회찬을 찍은 유권자들을 비난하는 대신에 노회찬을 비난할까?
노회찬이 원인 제공을 했다고? 그러면 노회찬의 완주 결정은 아무런 원인없이 허공에서 튀어나왔나? 민주당이 자신들의 왼쪽을 끌어안으려는 노력 부족, 대한민국 전반에 걸친 진보 정치에 대한 무관심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텐데, 왜 그 원인들은 비난하지 않나? 사회 모든 현상은 어떤 현상의 원인인 동시에 다른 현상들의 결과다. 그런 복잡한 인과관계를 다 걷어치우고 한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건 대단히 간편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단히 멍청한 일이다.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2아웃,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노히트 노런을 앞둔 투수가 또 다시 볼넷을 내줬다. 평소의 한계 투구수에 이미 육박한 상황. 다음 타자에게 초구로 직구를 던졌는데 홈런을 맞고 2:1로 역전패를 했다면, 패배의 원인이 뭐임? 직구 승부? 그전의 볼넷? 고작 1점을 올린 타선? 투수 교체를 안 한 감독? 결과를 놓고 보니 A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B 또한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해서, B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A를 피하는 것뿐만 있는 건 아니잖은가.
노회찬에게 표를 던진 3.3%의 유권자들에게는 한나라당 심판보다도 더 급한 우선순위가 있었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더 급한 우선순위가 뭐든 간에, 결국 한명숙이 패배한 것은 노회찬이 사퇴하지 않은 것도 변수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3.3%의 유권자들에게 왜 한나라당 심판이 그들에게 더 중요한 문제인지를 설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게 끊임없는 사표논란의 본질인데, 노회찬이 가져간 3.3%는 사표가 아니라 캐스팅 보트라고 하는 거다.
결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건 사표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잃은 표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는 신성불가침의 대의와 명분이 있다고 믿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대신, 단지 쉽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들이 지지한 후보를 비난한다면, 앞으로도 그 3.3%의 표는 그들이 버리기 전에는 절대로 찾아올 수 없다.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3.3%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선택의 여지를 제거함으로써 내가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3.3%의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는 민주주의여야 한다. 내 대의명분은 워낙 훌륭해서 너의 "하찮은" 선택권 따위 묵살해도 좋다고 믿는다면, 무슨 놈의 민주주의가 그러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진짜 적은, 소위 반민주적이라는 한나라당이 선거를 이기는 것보다, 한나라당을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뺏어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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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동감. "나를 안 뽑으면 재미없을 줄 알라"는 식의 협박 캠페인이야말로 가장 저질의 유세겠지. 이해도 협조도 트레이드오프도 뭣도 없이 세력과 승패만 앞세우는 패거리 정치. 그런 면에서 그저 단순히 "노회찬이 한명숙을 뽑지 않아서 졌다"고만 한다면, 이건 적어도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딴나라당이랑 별다를 것도 없는 논리.
물론 현행 선거제도는 "승자 독식"이니만큼 자기 선택만 고집하다 오히려 결과가 나빠지는 현상이 있다는 건 분명하고, 따라서 단일화 내지 정치적 연대의 필요도 인정되겠지만. 그러나 자네가 정확히 지적한 대로 이 과정 역시 민주주의에 부합해야 하고, 그래서 단일화가 되었든 안 되었든 그 자체가 이미 민주적 결과의 일부를 구성한다고 봐야 하겠지. 이 전체를 복기하지 않고 그저 노회찬 탓만 하는 건 너무 편리한 책임전가에 구태스런 협박 정치의 전형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맛이 쓰긴 해;;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역시, 특히 경기도와 함께 볼 때 결과적으로 최악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로 자네도 언급한 소위 "casting vote"가 암시하는 바를 생각해 보면 -- 물론 노회찬이 오세훈과 연대할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웠겠지만, 이게 아니라도 최소한 한명숙과의 연대 실패가 그쪽 이익에는 부합했다는 걸 고려할 때, "완주 결단"까지 이어진 정보 취합과 전략적 선택 중 한나라당 측에 "sold"된 면이 없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쉽게 뿌리칠 수 없... -ㅅ-;
비민주적인 사람들이 한다는 것이 또 민주주의이니깐..
결국 노회찬은 큰 손해를 봤다는 것..
정치라는게 원래 감성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겠소..
우리나라 좋은나라 될때까지 기다릴수 밖에 없는 것이 진보신당의 숙명인 것 같음..
너불형 : 뭐, 그런 면은 좀 있죠. 선거가 이렇게까지 박빙일줄 알았더라면 노회찬이 완주했을까? ㅋ, 암튼 스릴 넘쳤습니다.
noohik : 나 죽기 전에 될까? ㅡㅠㅡ
노회찬을 비난하면서 노회찬 뽑은 유권자들을 (암묵적으로) 욕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 니들이 생각이 있는 거냐, 될 일/안 될 일도 구분을 못하냐, 역시 우리 나라 진보는 감상적이고 현실감각이 결여돼 있다, 뭐 이런 논조로. 노회찬을 지지한 것이 감상적인 거라면 노회찬을 비난하는 한명숙 지지자들은 감정적이지 않은가. 그야말로 엄격하게 논리에만 따른다면 노회찬을 탓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말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대체 왜 노회찬 지지자들이 노회찬을 지지하는 이유가 '한나라당 반대'라는 것 하나뿐일 거라고 가정하는 건지. 전제가 잘못됐으니 잘못된 결론이 도출될 밖에.
노회찬이 자기 입으로 정권심판을 말했기 때문이래. ㅡㅠㅡ
"진보정당의 표는 표면적으론 아니더라도 사실은 우리표라고 믿는 맹랑한 권리의식" <- 이거 정말 짜증 아오 정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마시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