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2. 18.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남들에게 배풀며 살라는 종교적 가르침에 충실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매우 가치있게 생각하고, 특별한 종교가 없어서인지 내가 쉬이 행하지 못하는 만큼이나 그런 사람들을 대단히 존경한다는 사실, 그리고 종교들이 가진 이런 순기능에 대해 모르는 바가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독단ㅡ특히 유일신을 섬기는 종교적 독단ㅡ, 한 종교의 독단 대 다른 종교의 독단간 충돌로 인한 종교 분쟁 등 종교가 가진 역기능이 인류 역사상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읽기
인간이 어떤 절대적 존재를 믿는데에는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에 대한 자각이 필수다. 문제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불완전함을 인정함에 있어서 신 앞에서의 불완전함만을 인정할 뿐 다른 인간 앞에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않을 때에 생겨난다. 자신이 믿는 신이 '절대적'이라면, 그의 가르침을 담은 교리나 경전 또한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 경전을 읽고 교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완전한 인간이라면, 자기 자신이 신의 뜻을 '오해'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신의 절대적 가르침을 받아들인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너 앞에서 절대적인 존재가 되고 만다. 그리고 역사에서 반복된 모든 종교적 독단은 이 오만에 뿌리를 둔다.
절대자 앞에서 불완전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하잘 것 없는 존재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신 앞에서 인간이 disposable하다는 말이 된다. 신의 존재를 통해 구원과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더더욱... 그렇지만 나는 삶이 그 자체로 목적이기를 희망한다. 인간으로서 감히 신의 뜻을 넘겨짚어 보자면,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라면 신 역시 인간의 삶 자체에 어떤 가치가 있기를 희망하지 않을까?
내가 믿는 신이 너무도 위대하여 인간이 나 이외의 다른 인간에 대한 애정을 품을 수 없다면 종교는 그 목적을 잃은 거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한 애정을 품어야 하는 이유는 신의 가르침을 따라야 하기 때문만도, 아니고 그래야만 신의 구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신의 가르침이기 있기 훨씬 이전부터, 나는 나인 동시에 나는 너의 너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들은 신이 일러주지 않아도 너무도 분명할 때가 있다.
올 바른 일을 잘못된 이유로 하는 것은 때로는 올바른 일을 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사람에 대한 심판은 전능한 신에게 맡겨두자. 다른 인간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 인간의 몫은 '너 역시 나와 똑같이 가치 있는 인간이다'라고 믿는 일뿐이다.

(
0)

(
0)
트랙백 주소 :: http://absolutezero.kr/trackback/18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