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년은 미뤄둔 뒷북 포스팅. -_-,,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와 우주인 이소연은 전부 비슷한 시기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정체 불명의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김연아와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한국의 space technology 발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소연, 물론 어리고, 날씬하고, 예쁜 김연아와 우주에서의 극한의 환경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하는 남다른 신체조건을 가진 이소연 사이에 실질적인 인기 차이는 꽤나 컸겠지만, 어쨌든 '영웅'으로 만들만한 상징성은 둘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이소연이 우주로 나가기 직전에 TV에서 한 인터뷰가 터졌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우주에 다녀온 후에 돈 좀 벌면 어머니께 아파트 한 채 사드리고 싶다는 내용의 인터뷰였고, 이 발언으로 갑자기 안티가 늘어났고, 실제로 우주에서 귀환 후 예전에 비해 미디어 노출되는 일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아무리 '건장한' 여성이라지만 CF 한두개 정도는 찍을 듯한 기세였는데, 최근에 우주인 이소연을 뉴스 이외의 방송에서 보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피겨 스케이터(최소한 국내에서는)든, 우주인이든 그 성장 과정은 굉장히 사적이다. 무슨 이야기냐면, 연예인이나 정치인처럼 대중으로부터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인정 받아야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는 거다. 김연아나 이소연을 발탁한 집단과 이들을 키우는 과정은, 스케이트를 잘 타는 것이든, 기초적인 과학적 지식을 갖췄으면서 이와 동시에 지구에서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이든 아주 특수한 목적에 적합한 특별한 재능이 요구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우주인의 경우 세금이 투입된 사업이기는 하지만, 평생 우주인이기를 꿈꾸던 개인이 세금을 들여서라도 '자신을 우주로 내보내달라'며 사회와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우주인이 된 것이 아니라, 우주인 배출을 기획한 항공우주연구소에서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한 재능을 뽑았다는 점에서 이소연에게 있어서 우주인이 되는 과정은 사적이었다는 거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느냐를 그녀가 알아야 할 이유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셈.

문제는, 미디어나 정부가 이렇게 사적으로 선발된 재능들에게 본인의 의지 따위와는 무관하게 눈깜짝할 새에 '국가의 위상을 높인다'는 공적인 의무를 부여하며, 이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영웅에게서 '대의를 위한 자기희생' 따위를 보기를 희망한다. 그런 자기 희생은 대단히 불합리하게도 '개인적 욕망의 거세' 따위를 포함한다는 사실. 그런데 '어머니께 아파트 한 채'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개인적인 욕망이 여과없이 표출될 때에 대중은 배신감을 느낀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런 욕망 자체가 부도덕하기 때문에 사회공통적으로 금기시되는 게 아니라, 그 욕망 자체는 지극히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영웅'이라는 특정 개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대중은 무언가 특별하기를 바랬던 그녀가 우주인이 되기에 적합한 재능 이외에는 평범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한 거다. 그렇게 배신감을 느낄 때, 대중의 의식속에 그녀를 우주로 내보낸 건 국가에 세금을 낸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은 한결 더 또렷해진다.

반면에 김연아는 그 모든 언어들이 진심이든, 단순히 대중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든, 인터뷰를 통해 정확히 대중이 듣고 싶은 바를 전달한다.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자랑스러운 그녀가 그녀의 어머니께 아파트를 사드린 일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욕망이 노골적으로 표출되지 않는 한, 설령 그녀가 어머니께 아파트를 사드렸다 하더라도, 그건 단순히 그녀가 효녀이기 때문이리라.

@ 물론 이 모든 걸 뛰어넘는 단 한가지 잣대는 이소연의 미모일 수도... 이소연이 훨씬 예뻤더라면 양상이 전혀 달랐을 거라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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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벨로 2009/06/30 1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연예인이 "어머니께 아파트 한 채 사드리고 싶다"고 하면 뭐라 안 하지 않아? 오히려 효자/효녀라고 기특하다 하니 않나? 우주인은 뭔가 더 청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 BlogIcon 완전영도 2009/06/30 17: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연예인이나 프로 스포츠 선수는 인기가 생존의 기본이란 점에서 대중의 입맛을 맞추는 게 중요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인기를 수단으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에도 대중들이 생각을 같이 하는거죠. 국민적 영웅이 되는 연예인들이 더러 있지만,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이 국민들에게 모범일 이유는 없으니까요.

      반면에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국가의 위상을 드높여야 할 위치에 있다면, 특히나 세금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존재 가능한 위치라면, '개인의 이익'을 초월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지위를 이용해 CF를 찍고 돈을 벌어 아파트를 살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라며 배신감을 느낀다는 거죠. 물론 선후관계가 죄다 꼬인 거죠.

      (우주인이 된다면 어느 정도의 유명세는 탈 거라는 걸 예상은 했겠지만) 유명세가 목적이 아닌 사적인 과정을 통해 오른 위치에, 뒤늦게 공적인 책임감(?)이 덧씌워놓고는,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실망하는 대중의 모습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겁니다. 복잡하게 이야기했는데, 쉽게 말하면 들어오지도 않은 CF에 대해 김칫국물부터 마신 괘씸죄에 걸린 거죠.

      보통의 연예인이 아니라 굳이 김연아를 비교한 건, 국내에서 인기라고는 없는 피겨 스케이트로 유명세를 타게 되는데, 그것도 순전히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가의 위상을 높인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거죠. 결국 사적인 과정을 통해 피겨 스케이트의 정상에 올랐는데, 뒤늦게 대중이 '영웅'으로 만든 케이스죠. 그런데 김연아는 대중의 입맛에 맞게 처세를 아주 잘 한 거죠.

      아이러니는 결국 그렇게 처세를 잘 할수록 CF 섭외도 많이 들어오고 돈도 많이 번다는 것... 요새 김연아 보세요, 안 나오는 광고가 없잖아요.

  2. 너부리군 2009/07/02 0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나라 사람들의 골때리는 사고방식 하나를 잘 짚었네만.. 근데 이건 굳이 아이콘 급의 소수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그냥 이 동네에서는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더 높은 도덕률을 당연히 요구하는 경향이 좀 있지.

    특히 개별 직업군을 대상으로 할 때 더욱 노골적이랄까. 예를 들어 공무원, 교사, 경찰, 성직자, 뭐 이런 클래스는 당연히 청렴 & 강직해야 되고, 정치가는 당연히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해야 하고, 의사는 당연히 환자의 건강과 복지를 최우선해야 하고, 공돌이는 당연히 공부나 열심히 하고 돈 밝히면 안 되고.. 사실상 나와 관련없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는 나와 똑같은 시민임에도, 정작 내가 그 입장이면 그럴 생각 없으면서도 남들만은 조낸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편리한 착각을 많이 하는 듯. 물론 이건 이상과 현실을 구분 못 하는 스탠스이고, 이런 컨셉만으로 제대로 돌아갈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하나도 없겠지만.

    언급된 연예인도 돈에 관해서라면 우주인보다야 좀 나을 지 모르겠지만, <O양 비됴> 이런 거 봐봐. "공인이니까" -- 이거 사실 엄청난 착각에 기반하는 폭력이잖아? 다시 말해, 자네는 "영웅과 일반인"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지만 내가 보기엔 근본적으로 "나와 타인" 사이의 간극부터 만만치 않은 상태인 듯 싶네.

    *

    기타 요소:

    A. 김연아 씨는 계속 호성적을 내면서 꾸준히 업데이트가 있었고 게다가 동계 올림픽 떡밥도 남았지만, 이소연 씨는 사실상 단발성 이벤트로 끝났잖아; 원래 흥미 본위의 접근이었고 이제 걍 관심이 식었을 뿐이라는 측면도.

    B. 김연아 씨는 국제대회 입상하면 국제적 찬사를 받거든. 이것도 좀 골때리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대개 자체적으로 무슨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하는 경우가 별로 없삼. 그저 외국에서 무슨 칭찬 좀 들었다고 하면 이게 조낸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하지.


    @ 이 나라 사람들이 보통 뭔가 판단할 때, 뭐 그렇게까지 심각한 기준을 동원하는 편은 아니삼. -ㅅ-

    @@ 김연아의 경우는 특히, 어디 나갈 때마다 세계 최고 자리를 놓고 "일본의 아이돌"과 대결한다는 측면에서의 쇼비니즘 취향 이슈도 꽤 플러스로 작용하겠고;

  3. 연수형 2009/07/12 0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 ㅡ,ㅡa
    예쁘면 좋은거?!
    ㅠ0ㅠ

    하긴...
    이왕 티비에 나올거면 예쁜 얼굴이 보기 좋긴 해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