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전략은 함부로 떠들고 다니다간 고소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월스트릿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에 정통 직딩 만화 딜버트(Dilbert)의 작가 스콧 아담스(Scott Adams)의 꽤나 흥미로운 투자 전략(?)이 올라왔길래 소개.

원본 : Betting on the Bad Guys

요약하자면, 우리가 흔히 소비자와 직원들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이라고 생각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의 주식을 사라. 이글을 퍼온 이유는 꼭 그러라는 투자 전략 관점에서가 아니고--사실 아담스 본인도 꼭 그런 입장에서 글을 쓴 건 아니고--조금 다른 관점에서 소위 악덕 기업의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번들 생각해보시라고...

암튼 아담스가 이런 조언을 하는 이유는

1) 우리가 어떤 기업을 미워한다면, 그 기업이 실제로 성공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즉, 실제로 그 기업이 소비자와 직원들을 착취했든 안 했든, 그런 이미지가 쌓인 기업이 공격을 받는 이유는 그런 착취를 기반으로 몇몇 기업가와 투자가들이 자기 주머니만 불리고 있다, 즉 그 사업모델이 실제로는 성공했기 때문이란 거다. 그리고 투자라면 성공하는 기업에 하는 것이 기본.

2) 이런 투자 전략이 거부감을 일으키는 이유는, 자기가 욕하는 놈들과 결국 똑같아지라는 얘기 아니냐!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인데, 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아담스는 조금 돌려서 말했지만, 이런 회사의 주식을 산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미워하는 기업에 투자한 누군가로부터 그 회사의 지분을 가져오는 행위이다! 즉, 그 지분을 가져옴으로써 소비자와 직원들을 착취하던 사람이 더 이상 그러지 못하게 된다는 거다. "그 대신 너가 그런 사람이 된 거잖아!"라고 한다면, 그런 사람이냐 아니냐는 결국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는 사실. 즉, 그 회사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벌게 되는 배당금이나, 아니면 주식이 올랐을 때 이걸 팔아서 올린 이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면 된다는 거다.

다시 말해, 우리가 미워하는 악덕 기업들을 보이콧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들 기업의 이윤이 사회의 어두운 곳에 쓰이게 되는데 실질적으로, 그리고 더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방법일 수 있다능. 뭐, 당연한 얘기지만 판단들은 각자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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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부리군 2010/06/08 1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 그러니까.. "여유로운 님들께 먼저 떡을 바치고 떨어지는 떡고물을 주워먹으라"는 얘기지? ㅇㅇ 근데 이거 왠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거 같애? -ㅂ-;;

    • BlogIcon 완전영도 2010/06/08 1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게, 뭐,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니죠. 다른 글에서 별도로 얘기하려던 얘기긴 한데, 예를 들어,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돈이 동네에서 안 돌고 밖으로 빠져나간다는 논리로 지역 경제를 살려야 된다면서 대형마트 대신 동네 시장을 이용하란 이야기가 나올 때, 돈이 빠져나가는 게 걱정되면 이용하는 대형마트 주식을 사란 얘기를 하는 거랑 사실 비슷한 맥락이죠. 대기업들이 노동자 착취/노조 탄압한다 같은 문제는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하지만,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경제적 문제라면, 저는 사실 이런 논지에는 찬성하는 편.

  2. 너부리군 2010/06/09 0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렇지, 혹은 대형마트에 취업을 해도 되겠군? 계산대 비정규직으로 하루에 8시간씩 서서 행복하게.. 이봐 -ㅂ-;;

    자네는 노동자 착취/노조 탄압이 다른 문제라고 했는데 사실 연관된 얘기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는 정치와 불가분이라네. 단순히 지역경제에서 돈이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동시에 파워가 새어 나간다는 것 = '떡'과 '떡고물'은 단순히 금액 차이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권력 차이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는 간극을 완전히 상쇄시킬 수 없다는 점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아담스 씨가 사는 나라는 그래도 나름 시장 투명성도 있고 소액주주 권리 따위도 인정되는 편이지만, 이 나라에서 저런 전략(?)을 구사하면 기껏해야 해당 회사에 거대하고 무능한 백기사 풀을 제공하게 되는 정도일까? 사실 이 동네는 순환출자도 쉬우니까 굳이 그럴 필요도 없겠네만.. 주주 권리? 회사 이익의 투명한 분배? 우호 지분 0.3%를 들고 S모 그룹을 좌지우지하시는, 최근엔 차명 지분이 발각된 생보사를 상장해 명실공히 천상천하 유아독존 자리에 오르신 모 회장님께 견해를 한 번 여쭤보면 어떻겠나? :)

    • BlogIcon 완전영도 2010/06/09 0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치와 경제가 불가분이란 것과 돈이랑 권력이 같이 움직인다는 건 인정합니다만, 그말이랑 모든 경제적 해법은 정치적이(어야 한)다라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아닌가? -___-a

      시장/경영 투명성 확보, 소액주주 권리 확대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소액주주가 되면 빠져 나간 돈의 일부는 회수가 가능하잖아요. 사실, 대형마트를 사용하는 소비자수와 발행된 주식수를 생각하면 몇십주만 사도 (고백하자면, 사실 대형유통업체들이 주식을 얼마나 발행하는지, 거래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찾아보진 않아서 그냥 감으로 때려 잡은 겁니다. ㅡㅠㅡ) 자기가 대형마트를 이용했기 때문에 그 지역을 빠져 나간 자금 이상은 회수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백기사냐 흑기사냐와는 전혀 별개로 말이죠. 배당금이나 주가가 백기사, 흑기사를 구분해서 움직이진 않으니까요.

      떡과 떡고물의 간극을 완전히 상쇄시킬 수야 없겠지만, 그걸 완전히 상쇄시킬 수 없다면 쓸모없다? 그것도 좀 이상하니까, ㅋ. "대형마트를 없애자"로 갈 게 아니라면, 주식 몇주 사는 거는 그래도 개인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란 거죠. 뭐, 본인은 동네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서, 대형마트의 주식을 살 수도 있겠고... 전에 이야기한 어차피 선거에서 승부에 영향도 못주는 자기 한표를 굳이 행사하는 거랑 비슷한 행위라고 생각하는데요. 뭐, 아님 할 수 없고, ㅋ.

      아무튼 노동자 착취/노조 탄압 문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한 건, 주식 몇주 사놓고 "난 할만큼 했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자본이 비정상적인 권력을 휘두루는 구조는 백기사에 머무르는 한 해결이 안 되니까, 조금 더 적극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 근데 사실 경제 얘길 많이/자주 하지만, 원론/이론적인 거 말고 현실세계의 디테일에는 좀 무감각하고 무지/무식한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시는 건 언제든지 환영.

  3. 너부리군 2010/06/09 13: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냠 뭐 알다시피 이쪽은 나도 별로 아는 거 없네만; ㅋㅋ 어쨌든 추가로 코멘트를 해 보려고 했는데, 너무 여러가지 이슈가 섞여 있어서 도무지 간단히 쓸 수가 없군. 포인트만 짚고 넘어가면.

    1) 주식 매입대금
    이 돈은 어디서 나와? 당연히 주식을 충분히 많이 사면 충분히 회수할 수 있겠지만, 그 투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면 결국에는 손해지. 이건 순전히 비율의 문제.

    2) 주주-소비자 이외의 다양한 이해
    회사 주가가 떨어지면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이득을 취하지 않은 셈이니까 OK? 아니잖아? 대형마트가 수입상품 환헷지 실패해서 주가 하락하면, 추락분 중 얼마가 지역으로 돌아오나? 자회사 부도로 지분평가손을 입고 긴축 경영에 돌입해서 직원 10%를 짤랐다면, 이건 지역에 무슨 보탬이 되나? 주주와 소비자(+ 피고용자)는 서로 완전히 상보적인 관계가 전혀 아니라능;

    3) 파워
    "완전히 상쇄할 수 없어도 쓸모없다고 할 수는 없다" ㅇㅇ 물론이지. 현실적으로 적하이론 맨날 까봤자 떡주인이 냉큼 양보할 리도 없고, 그럼 뭐 까면서 떡고물이라도 잘 주워 모아야지? 다시 말해 이건 "헷지"로 쓸모있는 것이고 "대체전략"으로 쓸모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 "대형마트를 없애자"는 거야 당연 극단적이고 무리한 주장이고 나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네. 굳이 말하자면 "대형마트를 견제하자" 쪽이지. 지역 공헌 프로그램, 지역 주민의 피고용자 우대, 지역 상권과 공존, 불공정한 로비 차단, 독과점 감시 등.. 이런 건 주식같은 방식으로=주주 입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끝으로 첨언하면, "지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고 -- 그럼 뭐 "제주도 여행" 이딴 거는 정말 나쁜 짓이게? 그럴 리는 없잖아. 돈은 당연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고 꼭 마트에서 물건 사는 것만 소비의 전부인 것도 아니니까.. 다만, 현재 "대형마트"는 대부분 (특히 권력 문제로 인해) 이 flow를 한쪽으로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경향이 크니까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정도랄까: 여봐 결국 정치 문제라능?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