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벨로님 블로그에서 격렬(?)하게 토론이 벌어지다가, 아무래도 벨로님은 이 주제로 길게 이야기하는 걸 즐기시지 않는 것 같아서 내 블로그로 다시 옮겨온다, 하핫. 주제는 '여성운동'. 뭐, 소모적 논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 구성원들 간의 입장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은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고 판단, 이런 논의는 언제나 환영하는 주인장,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지. 추석도 다가오겠다, 이 기회에 정말 치밀하고 꼼꼼히 생각을 정리해볼까 한다. 추석이 무슨 상관이냐고? 읽어보시면 안다.
. 꽤나 점잖게 갈겨쓴 이 글의 이면에 숨은 남성중심적 사고관에 발끈한(?) 벨로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여성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좀 있었지만, 주인장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수준이 아니란 생각이었는데 반해, 벨로님은 평행선을 달린다는 생각에 조금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 기회에 그 간극을 보다 분명히 확인해볼까 한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그 어떤 사람의 의견도 환영하니 기꺼이 주인장 의견에 겐세이 놔줄 것을 희망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
여성은 약자다
일단 이야기의 대전제는 '한국 사회를 비롯한 모든 현대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들에 비해 부당한 편견에 시달리고, 이로 인한 다양한 불이익을 받는다'라는 점.
아주 대표적인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출산의 부담을 진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잘 하기란 남성들에 비해 몇갑절 어렵다. 날짜만 잘 맞춰서 씨만 뿌리면 되는 남자들과 달리, 9개월간 토양, 양분을 제공하고 산고에 시달리며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여성들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많이 받는다. 함부로 야근을 시킬 수도 없고, 출산 휴가도 줘야 되며, 휴가 기간 외에도 출산 전후에 육아와 관련하여 많은 시간을 빼앗기다보니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업무의 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놈의 불공평한 사회에서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도 기본적인 가사업무를 지워놓으니 회사일에만 몰두하는 남성들에 비하면 고용가치가 다소 낫다.
어라, 이렇게 정리해놓으니 꽤나 그럴 듯하게 들린다. 각종 회사에서는 '거봐, 여자들을 우리가 괜히 안 뽑거나 뽑아놓고도 봉급을 적게 주고 승진을 안 시키는 게 아니라니까'라는 이야기를 할만하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런 주장에는 몇가지 함정이 있다.
- 여자들이 회사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여성들에게 가사업무를 지워놓은 건 남자들이 중심이 되어 구조화시킨 사회다. 이 속에서 여성들이 가사업무를 하느라 회사일에 몰두를 못한다고 하는 것은, 100미터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몇몇 사람들에게는 200미터를 달리게 해놓고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들어왔다고 탓하는 것과 같다.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밥, 빨래, 청소, 설겆이하는 데에 태생적으로 불리한 조건은 없다. 단지 사회가 남자들을 더 게으르게 만든 것뿐이다. 남자들이 결혼하고는 여자들에게 아주 뻔뻔하게 펼치는 '집안일도 회사일도 잘 할 자신 있으면 회사일을 하라'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양성평등에 어긋나 있기 때문에 이걸 근거로 '여성들이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하면서 투정만 한다'는 식으로 여성들을 비난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비겁한 남자들에게 손가락질하기 좋아하는 남자들, 이런 꼴 보면 당장 손가락질 좀 하지 그래? 여성들이 회사일에만 집중하지 못한다고 탓할 게 아니라, 여성들이 조금 더 회사일에 집중할 수 있게 남자들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다.
- 여성의 출산은 회사의 수익에 직접적 손실을 준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남자가 아무리 가사일을 잘 도와줘도, 애를 낳아야 하는 것은 여전히 여자라는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다보니, 이들에게 출산 휴가를 주고, 이에 맞춰 야근 안 시키고, 호르몬 조절에 따른 감정 기복으로 인한 업무에 대한 집중력 저하를 감안하면 여성 직원을 많이 두면 둘수록 회사는 경제적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일견 일리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곰곰히 들여다보면 이 주장은 그 전제가 틀렸다. 이 주장의 전제는 '여성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느냐 안 낳느냐는 여성 개개인의 선택이다. 물론 여성들이 아무도 애를 안 낳으면 종족 번식이 안 된다는 점에서 사회가 붕괴될 것은 자명한 일. 결국 인간사회는 여성이 출산할 것을 희망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키워드는 요구가 아닌 '희망'이다. 만약 사회가 이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출산을 통한 불이익이 없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사회가 직장 여성들에게 '얼른 가서 애 낳아'라고 등을 떠밀면서 '애 낳는 여자들은 일을 잘 못해'라고 말하는 꼴. 엇, 위에서 은급한 100미터 달리기 이야기가 생각나는 건 나뿐인가?
- 그런데 여성들의 업무 능률이 정말 낮나?
'그래, 듣고보니 여자들이 억울한 게 많겠네. 그렇지만 어쨌든 현재로는 여성들이 이런 문제들을 안고 있고 그렇다보니 업무효율이 낮은 건 사실이잖아. 어쨌든 시장주의에 입각한 현 체제 하에서 회사 입장에선 돈 벌라면 남자들 뽑을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라고 또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남자들 회식/접대한답시고 술 먹고, 회식/접대 없으면 친구들 만나서 술먹고는 다음날 일 못하고 빌빌대는 모습 많이들 보셨을 텐데... 남자들이 정말 회사일에만 몰두하는 거 맞아?
언뜻 보면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잘 못하는 게 여성들 잘못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는 남성들이 구조화시킨 사회가 생산해내는 주장들에 우리가 지나치게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지, 그 주장들이 남녀에 대해 가치중립적인 논리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자, 그러면 우리의 몫은 무엇일까? 의심하는 거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걸 의심하는 거다. 아이의 성은 '당연히' 남자의 성을 물려받긴 하는데 왜 그런 건지 의심하고, 남자들은 모였다하면 당연히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여성들이 술 따라주는 술집에 가는데 왜 그런 건지 의심하고, 남자들은 꼴리면 당연히 사창가 가서 욕구불만을 해소하는데 왜 그런 건지 의심하고, 추석을 맞아 '당연히' 남자네 집에 가긴 가는데 왜 그런 건지 의심하는 거다. (이래서 추석 이야기가 상관 있다나 어쨌다나. ( '')) 이 모든 게 남성이 지닌 관습적 우위에서 출발한 것일 뿐, 그 어느것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의 결과가 아니다. 여성이 우리 사회로부터 받는 가장 큰 불이익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게 너무 당연하다는 사실, 너무도 당연한 것들 투성이어서 살면서 단 한번 왜 그럴까를 고민해볼 필요가 없는 문제들이라고 믿는 바로 그 부분들이 여성들의 사각지대다.
여자가 직장생활을 하려면 '당연히' 집안일 뒷전이 안 되게 잘 할 수 있으면서 회사일도 잘 해야 한다는 의식. 당연하긴 당연한데 정말 '왜?'라고 한번 물어볼 필요도 없을만큼 당연할까? 여자들이 회사일을 하고, 집안일을 남자랑 공평하게 나누면 안 되는 절대적인 이유가 있나? '남자들이 그동안 안 해왔다'는 게으른 대답말고... 답은 '그런 이유는 없다'는 거다.
남자의 한계?
이쯤에서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국 사회를 비롯한 모든 현대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들에 비해 부당한 편견에 시달리고, 이로 인한 다양한 불이익을 받는다.' 이게 대전제다. 주인장 이걸 부정하지 않고, 여성들이 받는 이런 편견과 불이익에 공감하며 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런데 여기에 제법 큰 문제가 있다. 주인장이 남자라는 거다. 여성들의 고통에 주인장이 아무리 공감해도 이런 고통을 느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여성들을 억울함을 가늠해보고 그들에게 연민(?)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들의 억울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건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게 왜 문제냐고? 또 한번 예를 들어보자. 바로 이 지점에 한동안 세상을 크게 시끄럽게 했던 '군가산점 문제'가 끼어든다. 주인장은 군가산점 폐지에 찬성했다. 왜냐하면 불평등한 제도인 게 사실이니까. 문제는 '군대'다. 남자들 군대 가기 정말 싫어한다. 주인장도 군대가 가기 싫어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할 계획이다. -_-a 군대가 남자들 삶에는 큰 골치거리다. 그렇다보니 '군가산점제 폐지'를 '군대 갔다온 게 참 억울한데, 그거 좀 보상해주겠다던 제도 꼴랑 하나 있던 거 여자들이 설쳐서 없어졌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무척 많다. 그러다보니 싸움이 붙는다. 여성들은 '그동안 우리가 받은 불이익은 얼마나 많은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죄다 침묵하고 있다가 군가산점 제도 폐지한다니까 군대 하나 갔다 오는 걸로 엄살 꽤나 부린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주인장은 이 양측의 주장 어디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주인장의 생각은 이렇다. '(1):여성들에게 수많은 불이익을 주는 제도/관습'을 뜯어 고쳐야 한다. 여기에는 군가산점제도 포함이 된다. (1)에 대한 책임이 남자들에게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로부터 '(2):남자들이 받는 불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은 논리적으로 도출이 되지 않는다. 고로 남자들이 받는 불이익은 혹시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 경중을 떠나 (2)가 존재한다면 (1)을 뜯어 고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2) 또한 뜯어 고치는 것이 양성평등에 제대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헌법은 국방의 의무를 국민의 4대의무로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정한 병역의 의무를 신체 건강한 남자들'만' 지는 것은 (2)에 해당한다. 이때 이를 개선하는 방법에는 완전모병제로 가거나, '(3):대한민국민 모두가 현역병이나 그 외의 다양한 대체복무의 형태로 병역의 의무를 지는 방법'이 있고, 현실적으로는 후자가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3)을 주장한 결과 벨로님으로부터
최군은 부정할지 모르지만 이 생각은, 군대에서 겪는 고통은 이 세상의 어떤 고통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크고 엄청난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것을 겪어보지 않은 여자들은 상상할 수도 없고, 또한 그것을 '겪지 않아도 되는' 여자들은 그것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는 그런 생각. 군대가 그렇게 부당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그것을 없애거나 개선하는 쪽으로 목소리를 내야지, 여성에게 그에 상응하는 국방의 의무를 지라는 것은 "우리만 고생할 수 없으니 너희도 당해 봐라"라는 말처럼 들린다.'
네가 군대 문제'만' 보상받아야 된다고 한 적은 없지만, 내 말은 왜 군대 문제만 유독 여성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냐는 거였어. 여성에게 같은 짐을 지게 하는 것이 군대 문제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을 난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너와 나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너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가정하기에 냉철하고 순수하게 논리를 전개할 수 있지만, 나는 네 말마따나 여자들이 '당한'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의 '편을 들' 수밖에 없고 감정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주인장, 벨로님 생각대로 이 부분은 부정을 해야겠다. ^^,, 왜냐하면 앞선 주인장의 주장은 아주 기계적인 논리일 뿐, 고통의 규모와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을 무조건적으로 갈라서 어느 한쪽에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는 순간 이는 (1) 혹은 (2)에 해당하고, 이상적 사회를 꿈꾼다면 (1)이나 (2)에 해당하는 것은 무조건 고칠 필요가 있다는 단순한 믿음이다. 군대 문제와 관련한 (3)은 하나의 구체적인 케이스일 뿐. 다만 군대를 없애거나 개선하는 쪽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여성에게 그에 상응하는 병역의 의무를 지라고 하는 이유는, 병역의 의무를 (지원자 외에는) 아무도 안 지거나, 국민 모두가 지는 게 평등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뿐. 국방의 의무는 어차피 헌법이 정한 국민의 4대 의무인데, 법률로 정한 병역의 의무를 전국민이 나눠지게 하는 거, 아주 평등한 거 같은데, 아닌가? -_-a
이런 주장은 가능하다. '남자들만 군대에 가게 한 법률도 남자들이 구조화시킨 사회의 결과물이다. 조금 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법률을 정한 국회의원들이 죄다 남자인 시절에 정해진 법률이란 이야기이고, 바꿔 말하면 남성들의 자발적 행위인데, 이제 와서 불평을 하는 건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어놓고 징징대는 꼴이다'는 주장. 오호라, 이것도 일견 일리 있어 보이는 주장이네. 근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 구조가 여성의 사회생활을 억압해왔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에게 가장으로서 여성을 보호할 책임을 지워온 구조이기도 하다. 막말로 하면 '(4):우리가 바깥일은 다 알아서 할 테니 (5):여자들은 집에서 애들 잘 돌보고 있어라'라는 건데, 가부장적 제도의 근간에 깔린 남성중심적 가치를 부정할 때 (5)만 선택적으로 부정해서는 안 되고 (4)이 포함하고 있는 남성중심적 가치도 동시에 부정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남자가 자기 발등을 찍는 행위 뒤에는 남자가 자기 발등을 찍어야 한다고 느꼈을만한 부조리가 숨어 있다'는 거고, 그렇다면 그 부조리도 역시나 고쳐야 한다는 거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주인장, 앞서 말했듯이 군대에 가기 싫어 전문연구요원을 할 생각이다. 타이밍이 이래저래 잘 맞아서 전문연구요원으로 3년만 썩으면 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100% 확정된 게 아니다보니 미리 떠드는 건 모양새가 우스워서 자세한 이야기는 안 하겠지만, 전문연구요원 3년하는 것마저도 타이밍이 잘 맞아서 졸업 후에 원하는 환경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군면제 받은 거에 매우 근접한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는 이유는, 주인장의 경우 군대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했다는 거다. 주인장이 여성들에게 연민은 느껴도, 그 고통을 느낄 수는 없듯이, 주인장은 군대에 가는 남성들에게 연민은 느낄지언정, 그 고통을 느낄 수는 없다.
그런데도 '(2)를 뜯어고치자는 주장을 하면 논리의 가면 뒤에 숨은 남자의 한계'라는 화살을 맞는다. (여기서 남자란 여성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는 존재 혹은 벨로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녀가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가정하는 존재로서의 남자다.) 어째서 군대에 가지 않는 주인장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의 고통은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는데, 군대 가는 남성의 고통은 뼈저리게 느끼는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걸까?
이유는 아마도 현실세계에서 여성운동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에 있지 않나 싶다.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약자들이다. 기계적 중립은 항상 가진 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약자들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면서 싸울 수 없다. 따라서, 기계적 중립을 조금이라도 옹호하는 주장은 여성운동에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경우, 중립적 논리의 맹점을 어떻게라도 찾아서 공격하는 것은 논쟁의 제일 기술. 이 관점에서 보면 '여성의 고통을 느껴보지 못한 한계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는 무척 간편하고 무척 강력하다. 이런 주장을 할 때에는 주인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와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2)를 뜯어고치자는 주장을 하면서 (1)에 대해 침묵하는 남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주인장이 확보하고자하는 논리적 중립성은 (1)과 (2)를 모두 뜯어 고치자고 할 때에만 성립하는데, 많은 남자들은 비겁하게도 (1),(2)를 모두 뜯어 고치자고 하는 사람들의 논리적 중립성을 빌리되 (2)를 뜯어고치자는 주장만 한다. 이렇다보니 여성운동가들이 '(1)을 뜯어고치라고 주장한다면 (2)를 뜯어고치자는 주장도 정당하다'고 인정했다가는 남자들이 '거봐, 우리가 맞지'라고 해버리며 여성운동의 필요를 부정해버릴 것은 불보듯 뻔한 일. 비겁한 남자들... 정말이지 이런 남자로 태어나서 천만 다행이고 너무 자랑스럽다, 시바. -_-,, 아무튼 이런 이유 때문에 전략적으로 (2)를 뜯어 고치자는 주장은 부정되어야 하고 (1)을 뜯어 고치자는 주장은 강조 되어야 한다. 이거 냉정히 말하면 앞서 언급한 남자들만큼이나 비겁한 건데 비겁해도 할 수 없다. 비겁함이 상대방에게 가하는 폭력에 있어서, 약자의 폭력과 강자의 폭력은 철저하게 다르니까. 그래서 주인장ㅡ 중립성을 지킨다고 지키면서 짜맞춘 논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사장되어야 하는 게 쬐끔 억울하긴 하지만-_-aㅡ'남자의 한계'라는 화살은 얼마든지 맞아도 좋다, 내가 그 화살을 맞는 게 이 뒤틀린 사회 구조를 뜯어고치는 데에 일조하는 길이라면...
그런데 주인장이 소위 꼴통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집단에 대해 안타까운 건 이런 전략적 선택과 자신들이 꿈꾸는 사회상 사이의 경계가 무너져버렸다는 거다. 현실적으로 (2)를 뜯어고치자는 주장을 부정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것과 (2)를 뜯어고칠 필요가 없다고 믿는 것 사이의 간극은 굉장하다. 진정한 양성평등이 이뤄진 사회는 (1)은 물론이고 그 정도가 아무리 미미한 (2)라 할지라도 개선되어 있어야만 한다. 이걸 부정하는 순간 사회 부조리에 맞선 약자는 그 순수성을 잃는다. 부조리는 부조리하기 때문에 뜯어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약자의 위치를 극복하여 강자가 되려는 움직임이 되기 때문이다. 먹물로 통하는 소위 386 세대들이 이 함정에 빠져 버린 전력이 있고 그 폐해를 우리가 오늘날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인장,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여성들이 남성들에 대한 동정을 느끼지 않고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과 여성들은 본질적으로 남성들에 대해 동정의 여지가 없어도 된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걸 페미니스트들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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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이글을 보고 이성적인 페미니스트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여성운동의 상대는 남성이 아님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군요..
그런데 곁다리로 페미니스트에 해당하는 남성명사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마초는 확실히 아니라고 보는데요. 오(Homme)미니스트 라는 말이라도 있으려나? 저는 여성운동가들도 그저 인권운동가 정도로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미니스트에 해당하는 남성을 지칭하는 명사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역시나 페미니스트겠죠. ^^,, 페미니스트에 대항하는 남성을 지칭하는 명사라면 그냥 마초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여성운동 대신 인권운동이라고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인권운동의 전선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어느 정도 구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 피력을 피할까 합니다. ^^,,
주위의 직장인 분들의 솔직한 말을 들어보면 일반론은 아니지만
여성분들이 남성에 비해 칼퇴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야근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말이죠.]
그리고 그런 전반적인 경향은 사회적으로 가사일의 부담이나
양육의 문제가 있는 30대에게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런 부담이 없는 20대에게서도 나타나는 경향이고요.
물론 칼퇴근을 선호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만
[사실 누가 야근하고 싶겠습니까?]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좀 더 일을 해주는 쪽에
더 점수를 주는 것도 자본주의 사회의 입장에서 당연한게 아닐까요?
물론 '난 그런거 안가리고 열심히 한다'는 여성분들에게는
그런 불이익이 가면 안될 것이고 반대의 남성에게는
같은 형태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겠지요.
문제는 아까 이야기한 이런 이야기를 개개인에게 적용해야하는데
앞서 주의했던 부분인 '일반론화'되어버리는데 있다는 겁니다.
'여자들은 전부 그런 식으로 일하려고 해'
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거겠지요.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도 피해를 받는 여성분들이 생기는 거고요.
가부장제가 워낙 사회 전반에 뿌리를 깊게 내리다보니 여성들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겠죠. 가정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10년-20년 후를 내다보며 '이곳이 정말 내 자리다'라고 철썩같이 믿게 안 되니까요.
그렇지만 말씀대로 사람들이 남녀를 떠나 개개인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안목보다는 일반화된 이미지에 기댄다는 데에 큰 문제가 있겠지요.
가부장제에 대한 말씀을 들으면, 역시나 드는 생각은
인간이 시스템을 개발하면, 개발초기에는 인간의 의지가 들어가지만, 시스템이 자율의지를 갖고 굴러가기 시작하면 인간의 의지의 영역을 어느순간 벗어나는 부조리를 발생해버리는 것이.. 이것역시 인간의 한계인건지...
글 잘읽었습니다. 논리의 중립성에 대한 말씀은 정말 명쾌하군요.
시스템에 관련된 이야기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
오 신기하다. 트랙백은 이렇게 거는 거구나;; (날마다 새로운 블로그의 세계~)
20.1세기로 한발짝 더 다가서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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