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부터 5월 7일까지 논산 육군 훈련소에서 땅바닥 기다 왔다. 아, 바깥 세상에 나오니 정말 살 것 같다. 지난 한달간 나라꼴은 여전히 개판이었다고 하는데, 군대에서 4주를 지냈더니 이 정도 개판이 얼마나 심각한 개판인지 감이 잘 안 온다. -_-,, 대략조치안타.
남자는 훈련소든 현역으로든 군대를 다녀오면 다 군대 이야길 한다는데, 나도 블로그에 군대 이야기나 조금 해야겠다. ㅡㅠㅡ 뭐, 자세한 이야기는 차츰차츰하고 일단 간단한 소감 몇가지.
1) 나는 군대가 잘 맞는 몇가지 중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첫째로, 목소리가 크다. 군대는 목소리 크면 일단 좋아한다. 시키는 일 열심히 안 해도 대답만 크게 크제 잘 하면 열심히 하는 줄 안다. ㅡㅠㅡ
둘째, 연락을 주고 받아야할 여자친구가 없다.
셋째로, 친구든 가족이든 사람을 별로 그리워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사람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감흥이 없어져서 누군가를 못 보고 산다고 보고 싶고, 그립고, 그런 거 없다. 유일하게 예외 상황이 소위 상사병 걸렸을 때다. ㅡㅠㅡ 암튼 입소할 때 핸드폰을 다 수거해가는데 (난 대전 출발할 때 애초에 가져 가지도 않았다) 다들 핸드폰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우성(?)이었는데, 나한텐 남의 나라 이야기. 핸드폰? 누구랑 무슨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 ㅡㅠㅡ
넷째로, 세번째랑 조금 비슷한데, 욕구 불만이 잘 없다. 뭔가 즐겨하던 일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하거나 금단증상이 온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 뭐든 잘 집착하지 않는 탓에, 취미생활 같은 것도 한번 빠지면 홀딱 빠지긴 하는데, 그걸 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면 또 워낙 쉽게 빠져나온다. 군대 가면 여자라고는 코빼기도 안 비치니까 남자들은 대부분 미치는데, 성욕조차도 (남자 기준으로는) 워낙에 없어서 불편한 줄 잘 모른다. 밥이 너무 맛이 없어서, 식탐이 많은 편이라 그게 해결 안 되는 건 좀 답답하긴 했는데, 그래도 남들은 밥 너무 맛있게 먹는다고 신기해했다.
한번은 훈련병들 맨날 괴롭히던 성격 까칠한 분대장 한명이랑 마주 앉아서 밥 먹은 일이 있는데, 내가 앉아서 밥 먹기 시작하는데 날 보더니 어울리지 않게 씨익 웃는 거다. 밥 먹다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어 얼굴 여기저기를 닦아내면서 '뭐 잘못 됐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아, 아니, 그냥 밥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라면서 또 웃고는 밥 먹더니 밥 다 먹고는 먼저 목례를 하고 일어나기까지했다.
다섯째,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해뒀다.
덕분에 훈련이 안 힘들었다. 기록사격+야간사격 하던 날 비가 하루 종일 와서 조금 고생스러웠던 것 빼고는 몸이 고생스러웠던 적은 없다. 스무살짜리 넘쳐나는 현역입대하는 훈련병들과 달리 전문연구요원으로 온 사람들은 이번에 최소 25, 많으면 32살까지 있었는데, 야근과 술로 쩌든 몸들이라 훈련 가볍게 시켜준다고 시켜주는데도 힘들어 한다. 그런데 '훈련이 별로 안 될 정도로 쉽다'는 느낌. 물론 그렇다고 더 강도 높게 해줬으면 하고 바란 건 절대 아니다. 훈련 따위 애초에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ㅡㅠㅡ
뭐, 일단 생각나는 건 이 정도?
2) 가족관, 우정관, 애정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입소 딱 2주째에 고등학교 때부터 제일 친한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떴다. 장례식에 가고 싶었지만, 직계 비존속을 제외하면 장례식 참가를 위한 휴가는 받을 수 없다고 거절 당했다. 세상에 가치 있는 인간관계가 가족뿐일 수는 없는데, 이거 재검토해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일례로 결혼 직전의 여자친구나 이미 결혼한 아내나 법적으로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되냐 안 되냐의 차이일 뿐, 그 사람이 죽었을 때 받는 심리적 충격은 똑같은 거 아닌가? 대한민국 사람들은 실제로는 별로 그렇지도 않으면서 어쨌든 외관상으론 피붙이, 가족 따위의 개념에 유난히 집착한다. 그렇지만 인간관계는 함께 보낸 시간으로 정의될 뿐이다. 거기에 피가 무슨 상관?
3) 모든 걸 다 할줄 알게 만들지만, 그 어떤 것도 쓸모없게 만든다.
군대란 곳이 그렇다. 설거지, 빨래, 청소, 바느질, 안 가르치는 게 없다. 그것도 손이 다 갈라지도록 지겹게 한다. 그런데 사회 나가서도 설거지, 빨래, 청소 계속 하는 남자 얼마 없다. 군대의 위생 기준으로 사는데 익숙해지다보면 바깥 세상에서 설거지, 빨래, 청소 따위는 아무 필요가 없달까나. ㅡㅠㅡ
4) 아득하게 익숙한 바깥 세상
훈련소에서 나와 대전에 도착했는데, 고작 4주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학 가 있는 동안 가끔 한국에 들어올 때 느끼던 아득하게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좀 아득한 익숙함이라니 조금 모순적인 것 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십수년의 과거 경험과 밀착된 익숙한 풍경에 '아, 여기가 내 고향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꽤나 오랫동안 남의 나라에 살았던 까닭에 그 익숙함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아득한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암튼 세상과 '격리'돼 있다가 나와서 그런 것 같다.
5) 뭐, 길게 떠들었지만 결국 한마디만 해야한다면? 군대 졸라 지겹다.
4주 훈련? 힘든 건 없다. 그냥 지겨울 뿐이다. '지긋지긋'이란 단어에 이렇게 어울리는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ㅡㅠㅡ
남자는 훈련소든 현역으로든 군대를 다녀오면 다 군대 이야길 한다는데, 나도 블로그에 군대 이야기나 조금 해야겠다. ㅡㅠㅡ 뭐, 자세한 이야기는 차츰차츰하고 일단 간단한 소감 몇가지.
1) 나는 군대가 잘 맞는 몇가지 중요한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첫째로, 목소리가 크다. 군대는 목소리 크면 일단 좋아한다. 시키는 일 열심히 안 해도 대답만 크게 크제 잘 하면 열심히 하는 줄 안다. ㅡㅠㅡ
둘째, 연락을 주고 받아야할 여자친구가 없다.
셋째로, 친구든 가족이든 사람을 별로 그리워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사람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감흥이 없어져서 누군가를 못 보고 산다고 보고 싶고, 그립고, 그런 거 없다. 유일하게 예외 상황이 소위 상사병 걸렸을 때다. ㅡㅠㅡ 암튼 입소할 때 핸드폰을 다 수거해가는데 (난 대전 출발할 때 애초에 가져 가지도 않았다) 다들 핸드폰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우성(?)이었는데, 나한텐 남의 나라 이야기. 핸드폰? 누구랑 무슨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 ㅡㅠㅡ
넷째로, 세번째랑 조금 비슷한데, 욕구 불만이 잘 없다. 뭔가 즐겨하던 일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하거나 금단증상이 온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 뭐든 잘 집착하지 않는 탓에, 취미생활 같은 것도 한번 빠지면 홀딱 빠지긴 하는데, 그걸 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면 또 워낙 쉽게 빠져나온다. 군대 가면 여자라고는 코빼기도 안 비치니까 남자들은 대부분 미치는데, 성욕조차도 (남자 기준으로는) 워낙에 없어서 불편한 줄 잘 모른다. 밥이 너무 맛이 없어서, 식탐이 많은 편이라 그게 해결 안 되는 건 좀 답답하긴 했는데, 그래도 남들은 밥 너무 맛있게 먹는다고 신기해했다.
한번은 훈련병들 맨날 괴롭히던 성격 까칠한 분대장 한명이랑 마주 앉아서 밥 먹은 일이 있는데, 내가 앉아서 밥 먹기 시작하는데 날 보더니 어울리지 않게 씨익 웃는 거다. 밥 먹다 얼굴에 뭐가 묻었나 싶어 얼굴 여기저기를 닦아내면서 '뭐 잘못 됐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아, 아니, 그냥 밥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라면서 또 웃고는 밥 먹더니 밥 다 먹고는 먼저 목례를 하고 일어나기까지했다.
다섯째,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해뒀다.
덕분에 훈련이 안 힘들었다. 기록사격+야간사격 하던 날 비가 하루 종일 와서 조금 고생스러웠던 것 빼고는 몸이 고생스러웠던 적은 없다. 스무살짜리 넘쳐나는 현역입대하는 훈련병들과 달리 전문연구요원으로 온 사람들은 이번에 최소 25, 많으면 32살까지 있었는데, 야근과 술로 쩌든 몸들이라 훈련 가볍게 시켜준다고 시켜주는데도 힘들어 한다. 그런데 '훈련이 별로 안 될 정도로 쉽다'는 느낌. 물론 그렇다고 더 강도 높게 해줬으면 하고 바란 건 절대 아니다. 훈련 따위 애초에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ㅡㅠㅡ
뭐, 일단 생각나는 건 이 정도?
2) 가족관, 우정관, 애정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입소 딱 2주째에 고등학교 때부터 제일 친한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떴다. 장례식에 가고 싶었지만, 직계 비존속을 제외하면 장례식 참가를 위한 휴가는 받을 수 없다고 거절 당했다. 세상에 가치 있는 인간관계가 가족뿐일 수는 없는데, 이거 재검토해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일례로 결혼 직전의 여자친구나 이미 결혼한 아내나 법적으로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되냐 안 되냐의 차이일 뿐, 그 사람이 죽었을 때 받는 심리적 충격은 똑같은 거 아닌가? 대한민국 사람들은 실제로는 별로 그렇지도 않으면서 어쨌든 외관상으론 피붙이, 가족 따위의 개념에 유난히 집착한다. 그렇지만 인간관계는 함께 보낸 시간으로 정의될 뿐이다. 거기에 피가 무슨 상관?
3) 모든 걸 다 할줄 알게 만들지만, 그 어떤 것도 쓸모없게 만든다.
군대란 곳이 그렇다. 설거지, 빨래, 청소, 바느질, 안 가르치는 게 없다. 그것도 손이 다 갈라지도록 지겹게 한다. 그런데 사회 나가서도 설거지, 빨래, 청소 계속 하는 남자 얼마 없다. 군대의 위생 기준으로 사는데 익숙해지다보면 바깥 세상에서 설거지, 빨래, 청소 따위는 아무 필요가 없달까나. ㅡㅠㅡ
4) 아득하게 익숙한 바깥 세상
훈련소에서 나와 대전에 도착했는데, 고작 4주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학 가 있는 동안 가끔 한국에 들어올 때 느끼던 아득하게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좀 아득한 익숙함이라니 조금 모순적인 것 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십수년의 과거 경험과 밀착된 익숙한 풍경에 '아, 여기가 내 고향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꽤나 오랫동안 남의 나라에 살았던 까닭에 그 익숙함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아득한 느낌이라고 하면 될까? 암튼 세상과 '격리'돼 있다가 나와서 그런 것 같다.
5) 뭐, 길게 떠들었지만 결국 한마디만 해야한다면? 군대 졸라 지겹다.
4주 훈련? 힘든 건 없다. 그냥 지겨울 뿐이다. '지긋지긋'이란 단어에 이렇게 어울리는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ㅡ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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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소. 웰컴투더명박월드 ㅋㅋㅋ -_-;
웰컴백~
드디어 돌아왔구나.. 수고했다~
정말 군대에 잘 맞는 조건을 두루 갖췄는데?
그나저나 그 일에 대한 포스팅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왔는데 아직 없구나..
우정이란 '가족관계'처럼 증명서를 뗄 수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너와 그 망자가 가까운 사람이란 걸 무슨 수로 '증명'해서
너에게 휴가를 주겠냐? 니가 뻥치는 줄 내가 어찌 아냐?"
뭐 이런 마음/심보 아닐까.
그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뭐, 정작 제도 장치를 만들려고만 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거 같은데...